송영우 시인의 쉽게 풀어쓴 노자이야기(36회)
제 36장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
將欲歙之. 必固張之, 將欲弱之, 必固强之, 將欲廢之, 必固興之, 是
장욕흡지 필고장지, 장욕약지, 필고강지, 장욕폐지. 필고흥지, 시
謂微明. 柔弱勝剛强, 魚不可淵, 國之利器,不可以示人.
어떤 것을 수축시키려면 먼저 그것을 확장 시켜야 한다.
어떤 것을 약화 시키려면 먼저 그것을 강하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어떤 것을 폐지시키려면 먼저 그것을 진흥 시켜야 한다.
어떤 것을 빼앗으려 면은 먼저 주어야 한다.
이것을 보고 미명이라 한다.
곧 부드럽고 약한 것이 모질고 강한 것을 이기는 것이다.
고기는 깊은 연못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 좋고 나라의 예리한 무기는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것이 좋다.
동이 트기 전 새벽 3시부터 5시 사이를 미명(微明)이라고 한다.
희미하게 밝아진다는 의미로 여름철 이 시간이 되면 어둠에서 점점 날이 밝아 오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태양이 어둠에서 고개를 들고 일어나는 모습이다. 어둠을 죽이고 빛을 발산 시키려는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장에서의 미명은 미묘한 움직임을 알아차리는 예지라고 보는 것이 옳다.
예를 들면 사람들의 직감은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을 미리 예측함으로써 오히려 역 이용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노자 36장은 노자 도덕경 중에서 가장 진위 논란이 많은 장이다.
지금까지 전승되어 온 노자 도덕경의 연구서들은 일부 내용이 고도의 권모술수를 이용한 통치술로 해설하고 있으며 현대의 해석서들도 이와 비슷한 해설을 내 놓고 있다.
노자 도덕경 가운데 영향을 받는 것이 병가와 법가라고 하는데 이와 비슷한 문장이 한비자의 설림 상편과 전국책, 주서, 손자병법, 등에서 발견 되고 있다.
중국의 주석가들이 이렇게 권모술수요령을 노자가 직접 가르쳐 줄 리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결국 나중에 노자의 원본에 가깝다는 곽점본이 발굴되어 조사해본 결과 다행히 곽점본에는 36장이 없었다고 한다.
이장은 무위자연적인 도의 측면에서 한 발짝도 밖으로 벗어나지 않는 내용이다. 오히려 그러한 통치술로 잘못 이용될 것을 두려한 나머지 경고문까지 집어넣어 후세에 잘못 변용 되지 않도록 주의까지 주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도덕경 역사 이래 한비자 주석부터 왕필을 위시하여 대부분의 주석가들이 이 문장을 권모술수 적 통치술로 해석 했다.
이것은 도덕경을 보는 관점이 서로 다른 관점에서 해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위자연적인 도의 입장에서 보면 자연의 여러 현상들 중에서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징후들을 미리 직감으로 알아차릴 수 있는 요령을 일러준 내용들이다.
이러한 징후들을 나라를 다스리는데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말고 대비책을 새우라는 내용으로 해석 할 수 있다.
천지자연의 법칙은 어디서 불쑥 나타나서 이루어지지는 것이 아니다. 시차를 두고 서서히 태양도 솟아오르고 있다.
자연계에서 강력하게 불고 있는 태풍도 태풍이 불기 전 폭풍전야라는 맑고 고요한 날씨가 하루정도 고요히 펼쳐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연계의 현상은 무엇이든지 큰 일이 있게 되면 일이 있기에 앞서 일보 후퇴가 있게 되고 전진하기에 앞서 정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노자도 따지고 보면 인간사도 자연계와 같은 원리에 의해서 정리 된다는 것을 다음과 같은 이론으로서 입증하려 하고 있다.
어떤 것을 움cm려들게 하려면 먼저 그것을 확장 시켜라. 그렇게 하면 상대방은 자동적으로 움츠려들게 된다.
어떤 무엇을 약화 시키겠다고 하면 반드시 먼저 강하게 해 주어라. 그렇게 되면 자동적으로 약화된다.
무엇을 폐지해 버리고 싶다면 반드시 먼저 그것을 흥하게 해 주어라. 그러면 자동으로 폐지된다.
무엇을 빼앗고 싶다면 반드시 먼저 주어라 그러면 자동으로 빼앗게 된다.
이것을 보고 밝은 빛이 어둠을 밀어내는 것이라고 한 다
곧 부드럽고 약한 것이 모질고 강한 것을 이기는 것이다
노자의 부드럽고 약한 것이 모질고 강한 것을 이긴다, 라는 논리에서 보면 한비자의 강력한 권모술수는 노자의 사상과는 정반대적인 이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노자는 어디까지나 굳은 것이나 강한 것을 부정하고 있다.
아무리 힘센 장사라 할지라도 부드럽고 유들유들한 사람에게는 이기지 못한다. 예를 들어 강한 태풍이 불면 길거리에 서있는 전부대나 가로수는 부러지고 뽑혀 지지만은 광활한 들판에 가늘고 연약하게 서 있는 갈대는 부러지거나 넘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굳고 강한 강철은 쉽게 부러지지만은 무르고 보드라운 연철이나 구리는 부러지지 않는 다는 사실이다. 옛 말에 지는 사람이 이기는 사람이라고 했다 . 아무리 법보다 주먹이 앞선다고 하지만 최후의 승자는 법에서 가려지게 마련이다. 때문에 어디 가서 주먹 자랑 하지 말고 얼굴 붉히고 화내지 말고 남과 다투어 이길 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노자는 무엇이든지 먼저 양보하는 정신을 보여 주어라 하고 강조 하고 있다.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