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윤민화 기자가 보는 세상읽기(6)
다시, 카네이션을 생각하며
윤민화
어제 선배언니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받았다.
그동안 왕래가 잦아 어머니와도 잘 아는 사이가 되어 염려하는 마음이 깊어진다.
일 마무리하고 입원한 병원 병실에 들어서니 이리저리 체크하느라 여윈 몸에 기계들이 잔뜩이다. 언니 말로는 쓰려져 머리에 충격을 받은 탓인지 맞지 않은 말을 자주 하신다 한다.
잠깐 짬이 나 언니와 교대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열일곱에 시집갔던 이야기, 형제지간 다 가고 홀로 남았다는 이야기, 선배 언니가 참 잘해준다는 이야기, 서울에 올라와 한창 때 날마다 돈을 쓸었다는 이야기, 형편이 어려워져 이고지고 장사했다는 이야기, 잘게 칼질한 낙지가 제일 맛난다는 이야기... 그 짧은 한 시간에 팔십 인생이 펼쳐진다.
우리나라는 2010년 기준 65세 어르신 인구 비율이 11.0%, 2018년에는 14%가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2006년 장래인구추계 참조). UN기준을 적용하면, 전체 인구 중 65세 어르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aging society), 14%가 넘으면 고령사회(aged society) 라고 한다. 아직까지 잘 쓰이지 않지만 20%가 넘으면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라고 한다. 이 기준대로라면 우리나라는 이제 고령화사회를 지나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길목에 있다 하겠다.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현재 어르신 인구의 절대적 수치는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문제는 ‘속도’에 있다. 우리나라는 그 어느 나라보다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가 되어 버렸다. 프랑스가 115년, 미국은 73년, 독일은 40년, 일본은 24년 걸렸던 고령화사회(7%)에서 고령사회(14%)로 진입 기간이 우리나라는 불과 18년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에 저출산 현상까지 겹쳐지니 아마도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렇다면,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국가적으로, 개인적으로 노후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음을 의미한다. 국가가 이를 자각하고 준비할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노후 생활 대책으로 가장 대표적인 제도가 국민연금 제도인데, 최근 기사를 보니 국민연금을 받고 있는 어르신이 불과 50% 정도에 불과하니 받지 못한 어르신들의 노후는 무엇으로 보장받을까? 그렇다고 어르신들이 미리미리 자신의 노후를 위해 준비하셨을까? 현재 어르신들은 자신의 노후를 위해 준비했다기 보다는 자식들을 위해 자신이 벌었던 모든 것들을 투자한 세대이다. 그렇다면, 자녀들이 어르신들을 부양할 것인가?
누구를 탓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우리사회는 이제 어르신들이 당신의 부모님들을 마땅히 봉양했던 그때처럼 당신의 자녀들은 꼭 그같이 봉양하기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
물론 모든 어르신들이 이 같은 처지에 처한 것을 아닐 것이다. 미리미리 준비하신 어르신들도 있고, 자녀들의 효가 깊은 가정이 더욱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는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며칠 전 어떤 자료에서 90세 노인이 쓴 편지가 기억난다. 그 분은 자신의 멋진 인생을 위해 쉼없이 열심히 일해 높은 자리까지 올라 60세에 정년을 했다고 한다. 이 분이 준비한 인생은 정년까지였다. 정년 이후에는 그저 흘러보내다 보니 어느새 90세가 되었다고 한다. 돌이켜 보니 60세부터 90세까지는 당신 인생의 삼분의 일이라 되는데 참으로 허하더라는 것이다. 100세가 되었을 때, 또 다시 자신에게 이러한 허한 마음을 주지 않기 위해서 평소 배우고 싶었던 일어 학원에 등록을 했다 한다.
우리는 올해도 어김없이 5월 8일, 부모님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렸다. 카네이션이 어버이날의 상징이 된 것은 1990년대 초 미국 버지니아주 웹스터 마을에 안나 자이비스란 소녀의 절절한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안나 자이비스는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었는데, 어머니를 여의게 되었다. 그래서 평소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카네이션을 산소 주위에 심었다고 한다. 어머니를 생전에 잘 모시지 못한 후회로 흰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았다. 사람들이 그 이유를 물으니 어머님이 그리워 어머니 산소에 있는 카네이션과 같은 꽃을 달고 나왔다고 답했다. 이 이야기가 미국 전역에 전해지면서 살아계신 분께는 붉은 카네이션을, 어버이가 돌아가신 사람은 자신의 가슴에 흰 카네이션을 달게 되어 지금에 이른다 한다.(http://blog.naver.com/thehoya1에서 참조)
다시, 돌아와 선배 언니가 들려준 말이 가슴에 오랫동안 남는다.
심장에 이상이 있나 싶어, 어머니 심장 초음파 검사를 하는데, 심장이 얼마나 애써서 뛰는지 너무나 고맙고 감사해 눈물이 나왔다 한다. 어머니의 심장 박동소리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는 선배언니를 보며, 고개가 숙여졌다. 우리는 아이들의 심장 뛰는 소리에는 감동하고 감격한다. 그러나 정작 나를 낳아주신 우리 부모님의 심장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들었다 한들 그렇게 감동을 하였는가?
오늘 한 번, 우리 모두의 부모님의 심장 소리를 살며시 들어보는 게 어떨까? 그 소리가 우리에게 카네이션의 꽃말 “사랑과 존경”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이게 하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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