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우 시인의 쉽게 풀어쓴 노자 이야기45
제49 성인은 한가지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聖人 無常心 以百姓心爲心, 善者吾善之, 不善吾亦善之, 德者, 信
성인무상심, 이백성심위심, 선자오선지, 불선오역선지, 덕자, 신
者, 吾信之, 不信者吾亦信之, 德信, 聖人在天下, 歙歙爲天下渾其心
자, 오신지, 불신자오역신지, 덕신, 성인재천하, 흡흡위천하혼기심
百姓皆注其耳目, 聖人孩之
백성개주기이목,성인해지,
성인은 상심이 없어, 백성의 마음으로써 마음을 삼는다.
착한 사람도 나는 착하다하고, 착하지 못한 사람도 나 또한 착하다 한다. 덕이 착한 것이다.
진실한 사람도 나는 진실하다 하고, 진실하지 않는 사람도 나 또한 진실하다 한다. 덕이 진실한 것이다.
성인은 천하에 있어서, 흡흡히 천하를 위해 그 마음을 혼돈 하게 한다. 백성은 다 그 귀와 눈을 쏟는다.
성인은 다 어린 아이로 만든다.
유교의 도덕적인 규범은 착한 것과 착하지 못한 것이 엄격히 구분된다. 착한 사람은 하늘이 상을 주고 악한 사람은 하늘이 벌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자의 무위자연은 이러한 구별이 없다.
유교는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실천 강령을 통해 자기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아 남을 구재해주는 정신이라고 한다면 도교는 선악과 미추의 구별을 두지 않고 무엇이든 거리낌 없이 자유스럽게 행동하는 사람을 가르킨다.
도라고 하는 것은 마치 허공과도 같아 이름도 모양도 착한 것도 악한 것도 없는 순수하고 무색무취한 것이라고 한다. 그 속에는 모난 것 둥근 것 은 것 긴 것, 등등 온갖 형체들이 갖추어져 있다.
성인의 마음도 이러한 허공과 같아 허공속에 있는 만물을 가지고 형체를 삼기 때문에 인간에게 선악과 미추의 구별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 성인은 어느 한가지만을 가지고 고집을 부리지 않으며 모두의 마음을 한마음으로 삼는다. 선한 사람도 선으로 대하고 선하지 못한 사람도 선으로 대한다. 그러므로 모두가 선인이 된다. 그리고 진실한 사람도 진실로 받아들이고 진실하지 못한 사람도 진실로 받아들인다. 이것이야말로 성인의 덕이 참다운 진실을 갖추고 있다.
성인은 어느 것에도 선악의 구분을 두지 않고 선악을 초월하며 무엇에도 사로잡히지 아니하고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초목도 동물도 버리는 일이 없이 무한대로 받아들인다. 이것이 도를 체득한 성인의 모습이다
그러기 때문에 선을 가치 있는 것이라 하여 선만을 받아들이고 악은 아주 나뿐 것 이라 하여 무조건 물리친다면 도의 본성을 잃고 인위적인 분별로 떨어져 결국 인류사회에 혼란만 가중 시켜줄 뿐이다.
이와 같이 도는 모든 것을 포용해 욕심도 없고 잘난 체도 아니 하며 순진무구한 갓난 아이 같다고 했다.
사람이 세상 속에 살면서 관계를 맺다보면 선악의 구별을 두지 않을 수 없다. 좋은 사람 나뿐 사람 원수 같은 사람 등등 주변의 지인들과 원한이나 원망과 같은 것을 맺으며 살아가기 마련이다.
기껏해야 100년 살기도 힘든데 지나놓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러한 맺음들이 모두 나의 잘못된 욕심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그래서 노자가 말하는 성인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행 할 수 있는 자연에서의 보편적 가치를 말 해 주고 있다.
기독교에서는 원수도 사랑하라고 말 한다. 모든 사람들을 미우나 고우나 사랑으로 감싸 앉고 사랑으로 베풀라고 외치고 있다.
유교나 불교도 근본을 따지고 보면 마찬 가지다. 그런데 이러한 행위들이 말처럼 쉽지 않다. 잘 할여고 하면 더욱 어려워지고 보통으로 생각하면 등한시 되는 것이 인간사다.
수만 가지 형상들이 선악을 가지고 우리들의 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이상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우주만물 가운데 인간이 최고라 하여 특별히 우월성을 주장하지 말고 나와 만물이 일체라고 했을 때 그 속에서 사랑과 미움을 없애 버리고 오직 포용하고 화합만이 있을 뿐이다. 이것을 노자는 덕이라고 했다.
개인이나 사회나 정치적인 행위도 마찬가지다.
한사람의 욕심 보다는 여러 사람들을 위해서, 어떤 정파의 이득 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내가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최근에 우리나라의 정치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눈살을 찌뿌리고 저마다 말 한마디 씩 하려 한다. 뭔가 잘못 되어가고 불평불만이 있기 때문이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서로 잘 한다고 떠들고 있으나 국민들의 눈은 혼란만 있을 뿐이다. 이래서야 어찌 정치가 잘 되어간다고 말 할 수 있겠는가? 자기만의 이익을 위해서 아무리 올바르다고 호소해 봤자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정당성도 명분도 없다.
노자는 백성의 마음을 제 마음으로 삼으라고 했다. 하기야 모두 자기 편 인양 백성들의 마음을 안다고 말한다, 아전인수식 성인이다. 그렇게 해서 자기들의 주장이 옳다고 말한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나라 현대식 정치다.
모두가 안다고 말하고 옳다고 말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나는 노자철학의 정신을 체득하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 역시나 내 개인의 이득 앞에서는 나약해 지기 마련이다. 부단한 수양이 아니고서는 진위의 시비를 따지게 되고 믿음과 의심의 분별을 떨처 버리지 못함은 어쩔 수 없다.
젊어서는 먹고 살기 위해 이것저것 챙기고 남과 다툼질도 하고 욕도 얻어먹고 원망도 많이 샀다. 그렇지만 나이가 차츰 들어가면서부터 내가 나임을 알게 모르게 스스로 느껴질 때가 많다.
그래서 일체의 바깥 출입을 삼간한 체 자연과 벗하면서 조용히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과거에 맺어졌던 서운한 사람들에게 지난날에 있었던 일을 잊어버리고 아무 허물없이 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들이 나를 멀리하기 이전에 내가 먼저 찾아 가고 그들이 나를 외면하면 내가 먼저 인사하고 그들이 나를 미워하면 내가 먼저 달려가서 악수하고 그들과 내가 허물없이 대면 할 때 까지 노력 하고 있다.
이것이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겠는가? 노자의 갓난아이 같이 하라는 말은 갓 태어난 어린애처럼 사사로움도 없고 욕심도 없고 본성 그대로의 삶을 말 한다,
노자의 다른 장에서 밝히는 무명지박 역시 무위자연을 의미하고 박은 나무등걸 그 자채를 비유해서 말하는 순박하고 질박함을 뜻한다.
갓난아이나 나무등걸과 같은 본성 그대로의 삶이 아니어도 이렇게라도 살고자 노력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면 만분의 일이라도 닮아가고자 노력해 보는 것이 사람으로써 가야할 길이 아니겠는가! 스스로 자문자답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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