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두렵지 않은 세상
김현철(전 언론인)
인간이 이 세상에 한 번 태어나면 누구나 예외 없이 바로 죽음의 순간으로 한 발짝씩 다가가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한다는 사실은 두 말 할 필요 없는 진리다. 이렇게 인간을 비롯해 모든 생물은 죽음이라는 운명을 피할 길이 없는데도 불사초를 구해 오라고 명령을 내린 진시황뿐 아니라 모든 생물이 죽음을 피해보려고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이고 있다. 이는 육신이 죽으면 완전히 우리의 인생이 끝나는 것으로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만일 우리 인간이 죽은 후에는 육신이 없는, 그래서 고통도 없는 평화스런 영적 세계로 이어진다는 사실, 다시 말해서 우리 인생은 육신을 지닌 인생이 절반, 육신 없는 영적인 인생이 절반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된다면 지금처럼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있을까?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던 암마저도 차차 정복해 가고 있는 현대의학은 이제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들도 죽음에 대해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도록 죽음 후의 세계를 낱낱이 밝히는 단계에까지 왔다. 미국의 20세기 세계적인 정신의학자이며 세계 최초로 '죽음의 의학'을 개척한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박사(1926~2004)가 이끄는 연구팀은 죽음 후의 세계를 밝히기 위해 오랫동안 전 세계의 임사(또는 근사 = 죽었다 살아난) 체험자들 수백 명을 만나 그들이 어디를, 어떻게 다녀왔고 무엇을 보고 왔나를 집중 연구해왔다. 연구 대상은 환자가 분명히 사망했다는 의사의 진단이 떨어진 후 몇 분 내지 며칠 안에 다시 살아난 환자들이었다. 그 결과는 그동안 철학자나 종교인들이 추측만 했던 죽음 후의 세계가 실재하고 있음이 명확하게 들어났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퀴블러로스 박사는 '죽음 후의 세계'를 연구 중, 저 세상에서 만난 신적 존재가 조금 전에 이 세상에 살다가 죽어서 저 세상에 간 사람에게 '육신을 가지고 사는 동안 무슨 종교를 믿었느냐?'는 등 종교 관련 질문은 전혀 없이 '이기주의적 자세로 살았느냐? 아니면 이타주의적인 자세로 남에게 베풀고 살았느냐?'의 여부만을 집중적으로 묻는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 연구팀이 밝힌 내용 중 흥미로운 것은 임사체험자가 다시 살아나기 직전에 신적존재로부터 받은 가르침에 따라 전에 이 세상에서 살아온 방법이 잘 못 된 것임을 알고 하나같이 죽기 전의 생활과는 전혀 다른 생활을 하기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퀴블러로스 박사가 연구한 내용 중,임사체험자의 생각과 삶의 자세가 달라진 점을 보면 다음과 같다.
1 자신이 심판받기 싫으면 남을 심판하지 않는다.
2 인간의 삶의 목적은 다른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는가를 배우는 것임을 '신적존재'로부터 배워서 알고 실천한다.
즉, '다즉일 일즉다'(多卽一 一卽多), 만물이 하나요 하나가 만물이다. 내가 우주요 우주가 나다, 내가 모든 것이요, 전체가 나다, 사랑할 때는 특정 대상이 있는 법인데 내가 전체라면서 어디에 특정 대상이 있겠는가? 그저 '사랑' 그 뿐이니 무조건 사랑(베풂)만을 실천한다.
3 이 세상에는 우연이란 없고 모두가 필연이라는 것을 알았다. 만사는 일어날 만한 이유가 있어서 생기는 법, 무슨 일에도 흥분하거나 노여워말고 그 일에 담긴 의미가 뭔지 생각하며 현명하게 대처한다.
4 임사체험자들은 신적존재인 '빛의 존재'를 만나서 가르침을 받은 후 '나에게는 모든 것이 다 갖춰져 있다'는 성자의 경지에 닿아 있다. 불교 화엄철학에서 가르치듯, 과거 - 현재 - 미래가 시간적으로 직선상에서 흘러가는 게 아니라 한 평면에 함께 존재한다. 즉, 영원이 한 순간이요, 한순간이 영원임을 믿는다. 등...
이렇게 한 번 죽었다가 살아난 분들은 '100% 사랑의 존재'인 '빛의 존재'를 만나 가르침을 받고 나면 1세기에 하나, 둘 정도만 배출된다는 '성자'가 되어 베풂을 실천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우주선을 타고 달 등 외계에 다녀온 우주인들도 예외 없이 임사체험자들과 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분들도 지구를 떠나면서 어디선가 '빛이 존재'를 만났을까? 아니면 지구를 떠나 달에 다녀와도 그러한 경지에 도달할까?
필자는 몇 해 전, 퀴블러로스 박사의 연구 내용('죽음의 순간', '사 후 생', '인생수업' 등)과 임마누엘 스웨덴보그 저, '나는 영계를 보고왔다'를 접하고 평소에 지녔던 죽음에의 공포에서 벗어나 스트레스 없는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끝으로 인도의 '구루'(Guru = 영적 지도자)가 남긴 '시' 한 편을 소개한다.
'새 새끼가 알 껍데기를 깨고 날아가듯이
우리도 몸이라는 껍데기를 벗어나 날아간다.
우리는 그것을 죽음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죽음은 겉모습(외형)의 변화일 뿐이란다'
(사진; 죽은 후 광명의 저 세상으로 나가는 굴뚝같은 통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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