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환 칼럼
새로운 시도가 새로운 동력을 만든다
소통으로 창조적 혁신을 이룬 기업들
세계적 소비재 기업인 P&G는 미국의 가정·목욕 용품 제조·유통 업체인 ‘콜게이트 파몰리브(Colgate-Palmolive)’와 오럴 케어 부문에서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 돌파구로 스핀 브러시(전동 칫솔) 분야에 진출하고 싶었지만, 문제는 이 분야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었다는 것.
이때 어느 발명가가 ‘스핀 팝(spin pop)’이라는 자동 사탕 빨기 기술을 가지고 문을 두드렸다. P&G가 타사보다 저렴한 스핀 브러시를 내놓으면서 시장에서 기반을 마련한 데에는 이런 내막이 숨어 있다.
이 경험은 CEO인 앨런 래플리(Allen. G. Lafley) 회장으로 하여금 P&G의 새로운 혁신 전략을 마련하게 하는 계기를 가져왔다. 연구와 기술 개발, 제품 출시가 기업 내부 역량으로만 이뤄지던 기존의 R&D(연구·개발 Research and Development)가 아닌 C&D(연결·개발 Connect and Development)로의 전환을 생각한 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회사 내부의 R&D 노하우를 외부에 공개해야 하는 부담도 있었다. 당연히 내부 연구 인력의 반발이 따랐다.
“내 제안에 대해 사람들은 명문대 박사 학위를 딴 핵심 연구원들을 모두 내보내는 것으로 오해했던 거죠. 나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이 전략은 R&D 부서의 생산성을
지금보다 2∼3배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설득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남보다 훨씬 빠르게 혁신 제품을 출시할 수 있을 테니까요.” 래플리 회장의 말대로 이러한 C&D 전략을 활용하자 무려 150만 명의 R&D 인력을 활용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감자칩에 글씨를 새겨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프링글스 프린트’도 그러한 경우였다. 글씨를 새길 수 있게 한 ‘식용 잉크 분무기술’을 제공한 것은 이탈리아(Italy)의 조그만 빵집이었다.
이는 소통(疏通)이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임을 알려주는 이야기다. 하지만 기업의 소통 전략이 꼭 외부와의 네트워크로 나타나는 것만은 아니다. 세계 3차원 그래픽 칩(chip) 시장에서 인텔(Intel)을 꺽고 1위에 오른 엔비디아(Nvidia)의 속사정을 들여다보자. 창업 초기, 제품 출시 과정에서 잦은 실수가 생겨나자 구성원 사이에서 서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만 갔다. 이를 주시하던 창업자 젠슨 황(Jen-Hsun Huang)이 내린 결론은 ‘이제부터 누군가 잘못한 사람을 찾으려 하지 말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찾아내서 앞으로 나가자’는 것이었다. 바로 엔비디아의 ‘지적인 솔직함’이 나온 배경이다. 이 슬로건(slogan)으로 그들은 자신과 동료의 실수에 대한 관용(寬容), 그리고 실수를 공유하며 함께 배워나가는 소통의 자세를 갖게 되었다. 지적인 솔직함이야 말로 글로벌 톱(Global Top)을 달성케 한 핵심 가치였던 것.
이제 ‘소통’이라는 말은 한때의 유행어로 치부될 수 없다. 소통은 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인간이 쌓아가야 할 미적·윤리적 가치인 것이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 정부 또 그 밖의 조직에서도 소통은 ‘지속 가능한 생존’을 보장할 키워드(keyword)가 될 것이다.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