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진미
전어가 여기 있소!
앗! 비싼 낙지는 구경조차 못하겠네!
<이제 상큼한 가을의 문턱이다. 추석을 일주일 앞두고 가을걷이가 서서히 시작되고 있고, 밭곡식은 콩이며 깨 등이 이미 수확을 마친 상태다. 12일 새벽까지도 강풍이 불어와 이른 아침부터 나락밭의 이상 유무를 살피기 위해 농부들의 초조한 발걸음이 이어지기도 했지만, 계절의 순환은 어김없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폭염도, 강풍도, 그리고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여름 내내 이틀 간격으로 퍼붓던 폭우도 어느 틈에 멈추더니 청자 빛 가을하늘이 환하게 드러난 계절이다.>
*전어는 하모보다 인기
천대받고 멸시받던 전어가 축제까지 열릴 정도로 인기가 있을 줄은 그 누구도 몰랐다. 지난 11일 제7회 강진만 풍어제도 사실상 전어축제이다. 그날 전어를 썰어 회무침으로 주 메뉴를 삼아 내방객들에게 내놓기도 했고 상품권을 발행해 팔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오는 19일 추석을 앞두고 열리는 마량미항축제 역시 전어축제이다. 강진에서 전어축제를 두 차례씩 열릴 만큼 인기가 높다. 그 옛날 전어는 마량항에 지천으로 널려있어도 누구 하나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러던 전어가 이제는 임금 대접을 받는다. 칼국수처럼 가느다랗게 칼질한 전어무침에 밥 한 공기 비벼서 먹는 날이면 둘이 죽어도 모를 만큼 맛있다. 오돌오돌 씹히는 맛은 그만이다. 깨소금을 한 입 털어 넣는 듯한 느낌도 있고, 무침을 할 때면 새콤달콤한 맛이 혀끝을 녹여준다.
전어가 제 맛을 내는 때는 가을철이고, 가을철에서도 처서 백로가 찾아올 때면 전어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여름 내내 하모만 먹다가 이젠 전어로 바꿔 먹는 것이 식도락가들의 습성이다. 그래서 저지난 주부터 하모는 슬금슬금 자취를 감추는 대신 횟집마다 전어가 주메뉴로 나타났다. 마량미항축제가 추석을 앞두고 3일간 마량항에서 개최되고 있어 고향을 찾는 출향인들이 전어맛을 제대로 볼 수 있을 때다. 전어는 위판가격이 13마리에 7,000원 내지 10,000원이기 때문에 매우 싸다.
*금값의 낙지는 사려고 해도 없네
이번 추석에는 낙지를 먹기가 힘들 것 같다. 낙지 사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마량 수협 위판장에 가도 아침 일찍 가면 모를까 구경조차 할 수 없다. 특히 강진의 특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낙지가 어획부진이 된 것은 잦은 비와 폭염으로 인한 수온 상승 등으로 해석된다. 마량의 한 중매인은 “낙지가 귀하다 보니 큰 것은 1마리에 12,000원이고 중간 것은 8,000원 내지 9,000원에 위판가격이 정해지고 있다”면서 “전에 비해 한 마리당 3,000원이 더 비싸졌지만 많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금방 팔려버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로 한 달 뒤면 낙지가 예전처럼 회복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마량 수협 사초리지점의 한 직원은 “날씨가 더우면 낙지가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지난 8월 10일부터 낙지잡이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아예 낙지 어장을 폐쇄한 채 전어잡이에 주력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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