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우두봉 1초소”
-우두봉 산불 감시요원 김성섭씨-
우두봉 정상에서 산불 방지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성섭(66세)씨를 만났다. 두터운 털 잠바로 무장한 김씨는 그럴싸한 망원경으로 강진읍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빨간 모자에는 산불조심이라고 쓰여 있었으며 무전기에는 0001초소라고 쓰여 있었다. “확인해 본 결과 불 다 꺼졌네요.” “수고하셨습니다.” 막 무전을 끝낸 김씨는 말문을 열었는데 작년 11월 15일부터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망원경이 멋있다고 했더니, 군용망원경이라며 등산 다닌 사람이 기증했다고 한다.
왼쪽으로는 수인산이 보이고 눈 앞 정면으로는 비파산, 약간 멀리로는 장흥의 억불산과 천관산이 보인다. 오른쪽으로는 만덕산 서기산 월출산이 보인다. 강진읍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광경으로 장흥을 발원으로 한 탐진강이 거대한 한 마리의 용처럼 흐르고 있다. 강진만 위에 죽도와 가우도가 수면 위에 둥둥 떠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다.
한 평 남짓한 크기의 이동식 건물 한 가운데에는 소형 가스버너가 있었다. 가스버너에서 보이는 파랑색의 미세한 불빛이 작은 공간을 훈훈하게 해준다고 한다. 김씨는 그 버너에 라면과 물을 끓여 먹으며 하루 종일 소형 라디오를 켜놓는다. 3남매를 두었는데 현재는 부인과 큰아들(36세)과 함께 강진읍 동성리에서 거주하고 있다. 아침 7시 40분에 출발하여 1시간 20분이 걸려 이곳에 도착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올라왔다가 5시가 되면 하산한다. 물론 비나 눈이 오는 날에는 미리 군에서 연락을 해와 안 올라간다. “이 안에 앉아 있을 시간이 없죠. 추워도 수시로 나가야 해요. 작은 연기라도 언제 불이 날지 모르니까 5분 간격으로 나가봐야 하지요.” 해보니까 중노동이라고 한다. “어제 그제 참 춥대요. 참말로 나갔다 들어왔다 하며 근무를 했지만 너무 춥대요.”
이 전에 근무했던 방석윤씨는 7년을 근무했는데, 힘들어 지금은 지상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강진 전 지역에 13개 초소가 있으며 각 초소마다 지상 2군데를 관할한다. 1초소 강진, 2초소 군동, 3초소 칠량, 4초소 대구, 6.7초소 도암, 8초소 신전, 9초소 성전, 11.12초소 병영, 13초소 옴천이다. 조금 전에 망원경으로 본 곳은 목리 다리 건너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3초소에 연락했단다. “확인해 본 결과 불 다 꺼졌네요.” “수고하셨습니다.” 라고 무전을 주고받았다. 하루 종일 수없이 많이 무전을 주고받는다. 이곳 1초소에서 114, 115지상 두 군데를 관할하고 있는데 사실 2,3,4,6,7초소 관할까지 다 보이기 때문에 보이는 데로 각 초소에 바로 무전 연락을 한다.
산불 감시요원은 11월부터 5월까지 근무를 한다고 한다. 작년에 삼만원이던 일당이 올해 삼만오천으로 올랐다고 한다. 김씨가 최고로 많이 받은 때는 작년 11월로 810,000원을 받았다고 했다. 눈이나 비가 오면 돈이 안 된다며 날씨가 좋아 돈이 되면 좋겠는데 내일도 비 온다고 하니 또 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요즘 등산객이 많다고 한다. 며칠 전에 목포에서 30여명이 다녀가고 해남, 대전에서도 왔으며 인천에서 온 싸이클 선수들도 왔었고, 운동장에 온 타지 축구선수들이 많이 다녀갔단다. 그러고보면 우두봉은 강진이 자랑하는 등산 코오스인 셈이다.
김성섭씨는 등산오신 분들이 과일껍질이나 종이, 화장지를 버리고 가면 주어서 도시락 가방에 담아서 내려간다고 했다. 내가 안 주으면 누가 주을까 싶어 하고 있지만 제발 쓰레기를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을 했다. (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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