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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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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땅 밑에서 저 사람이 최고여!
코 끝 찡하게 만드는 노부부의 지극한 사랑

 

“하늘 땅 밑에 저 사람이 최고여!”

강진군 칠량면 신암마을   김동출(86), 김복례(78)부부


“옛날에는 모다 멍충허니 보도 안 허고 만났제.”

두 분은 장흥 관산이 고향이다. 할아버지는 23살에 일본으로 징용을 갔다 왔으며 오랜 기간남의 집 머슴을 살았다. 27살 결혼할 당시에도 머슴살이를 하고 있었던 할아버지였다. 머슴이었지만 마음이 곱고 성실하다고 소문난 할아버지는 괜찮은 집안의 딸과 중매로 결혼했다. 당시, 할아버지가 27살 할머니가 19살이었다.

  “외갓집서 중매쟁이가 짱짱하게 밀어분께 울고불고해도 소용없어.”

  결혼 후 십리 길도 더 먼 곳에서 머슴을 살았던 할아버지는 어쩌다 명절 때나 다녀가곤 했기 때문에 시어머니하고만 살았던 할머니다. 그런데도 두 분은 5남3녀의 자녀를 두었다.

  “그랑께나 나보다 거짓말한다고 싶으제, 생전 어매 조심 허고 사느라 신랑이라고 해서 오순도순 얘기한번 못해보고 살았제. 옛날에 그저 멍청한께 그러코롬 살았제, 시방사람 같으먼 못 산다고 할것이여.”

  할아버지는 6개월 전 화장실 앞에서 넘어진 후 왼쪽신체가 마비되어 바깥출입을 전혀 못하고 계셨다. 청력이 어두워지신 할아버지가 연신 할머니의 입 모양을 보며 웃고 계셨는데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애써 설명하였다. 할아버지는 평생 한복을 즐겨 입었으므로 자식들이 해 준 양복이 여러 벌 있었지만 입지 않아 많이 태워버렸단다.

  “참말로 이뻤어.”

  할머니 얼굴이 귀상이라고 했더니 할아버지는 더 예쁜 얼굴이었다면서 연신 미소를 지었다.

  “별의별 일을 다 하고 살았지만, 속으로 썩은가는 몰라도 이 양반이 말을 안항께 속을 모르겄어.”

  장흥 관산에서 십여 년을 남의집살이하다가 이곳 신암으로 와 지금껏 살고 있다. 신암으로 오게 된 연유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속아서였다. 결국 형제처럼 믿었던 사람에게 속아 빈털터리가 되어 이집 저집 남의 일만 해주며 살았다. 하지만 한 맺힌 사연에 대해서는 길게 애기하고 싶어 하지 않으셨다.

  “사람이 못된 짓을 한께 얼른 죽더만, 그 집안은 다 죽어 불고 없어.”

  할아버지가 거동을 못하신 뒤로는 회관에도 잘 나가지 않는다는 할머니다. 할아버지를 돌봐야 하기에 잠시도 자리를 비울수가 없다는 거였다.

  “내가 멍청헌 짓을 했어. 일을 못하게 한 것이 말이여.”

  평생 고생만하고 살아와서 진작부터 할아버지에게 일을 못하게 하셨단다. 대신 할머니가 온갖 밭일이며 허드렛일을 하고 살아왔는데 지금 생각하니 후회가 된단다. 일을 하고 살아야 건강도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이다. 할머니 또한 왜 몸이 안 아프겠는가. 그러나 할아버지에 질려 아프단 소리도 못한다. 젊어서 욕 안하고 성실히 살아온 할아버지가 그냥 고마워서 사는 동안 잘 받들어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할아버지가 거동을 못한 뒤로는 힘들지만 사흘에 한번씩 물을 데워 방에서 씻겨드리고 있었다. 두 분은 끼니를 국과 밥으로 제 때에 드신다. 지금도 할아버지는 술 담배를 좋아해서 늘 담배를 원한다. 그러나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 가당키나 할손가. 할머니가 바로 할아버지의 간호사다. 평생에 즐거운 때는 자식들 오는 날이다. 부산에 사는 큰아들은 매일 두 번 씩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다. 자식한테서 전화가 오면 기가 산다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매우 밝았다. 자식들이 돈 안주면 어찌 살수 있겠냐면서 제대로 가르치지도 못했는데 제 밥벌이나 하고 살면 다행이라며 자식들을 걱정했다.

   일제시대 징용까지 갔다 오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시대적 아픈 이야기들을 더 듣고 싶었지만 다 잊어버려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오히려 살아보려고 노력했던 이야기들을 더 많이 기억하는 두 분을 보면서 무드셀라증후군(Mood cela syndrom)이란 심리학 용어가 떠올랐다. 살기 위해 아픈 기억을 조금씩 지워버리는 슬픈증후군 또는 이기적인 혹은 아름다운 증후군말이다. 과거의 나쁜 기억은 모두 지워버리고 좋은 추억만 기억하고픈 정신의학적 인간심리라고나 할까. 어렵고 힘든 일도 과거의 추억거리로 여길 수 있으므로 현실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일까.

  “뭐라고?”

  “나 좋냐고?”

  “좋아, 최고지, 하늘땅 밑에서 없어.”

  할아버지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 할머니 가슴에 대며 웃었다.

  “그란지 암시로 내 애간장을 그랗게 먹였습디여? 이 생전 좋다는 소리는 첨이요.”

  대문을 나서서 돌아오는 길에도 할머니의 소리가 내내 들려오는 듯 했다.

  “이 시상을 맨 둘린 사람만 봐놔서 사람이 오면 의심부터 허게되요. 이해하씨요.”

  이제 한자락 빛을 거두는 노을처럼 사시는 김동출 할아버지, 그러나 그 선홍빛 노을에 행여 잡티 하나라도 낄까봐 노심초사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는 김복례 할머니. 노부부의 지극한 사랑이 코끝을 찡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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