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의 새명소로 거듭나는 ‘가우도’
청자타워가 세워질 미래 관광지 ‘가우도’
요니처럼 생긴 강진만 한복판에 우뚝 서 있는 가우도에 높다란 청자타워가 세워질 것을 상상해보자. 그 타워에 오르면 황해바다와 쪽빛 다도해를 스쳐 달려온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을 수 있을 것이고, 오른손 쪽의 주작산과 왼손 쪽의 여계산, 그리고 등 뒤의 보은산을 한 눈에 볼 수 있으렷다. 그래서 강진의 산(山)과 수(水)를 바라보노라면 그 산천의 정기가 곧 가우도에 모이고 모여, 이윽고 저 제주해협을 벗어나 태평양을 향해 강진의 웅비와 기상이 곧장 뻗쳐나갈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또한 분명 있으렷다.
가우도는 우리 강진의 핵이 아닐 수 없다. 모양새가 그렇고 위치가 그렇다. 가장 강진의 산천이 잘 보이는 곳이기도 하고, 이제 저 넓은 바다를 향해 세계를 향해 강진고려청자를 가득 실은 온누비호를 떠나보낼 출발점이기도 하다.
그동안 가우도는 육지와 가장 가까우면서도 불편하기 짝이 없는 오지의 작은 마을이었다. 섬사람들은 육지 사람들에 비해 피폐된 삶을 유지해야 했고, 보릿고개도 심했다. 그런 가우도가 이제 명당이 되고 발복이 되어 만화방창의 시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청자타워가 세워지기 때문이다. 미산에서 떠나는 옹기배며 청자배는 반드시 가우도의 섬 그늘을 지나 짙푸른 저 바다를 향했으리라. 그래서 무사히 다녀 오마, 탈 없이 청자며 옹기를 팔고 오마, 뱃사공과 도공들은 그렇게 뇌까렸으리라. 몇 달이고 거친 바다를 항해하며 서해안과 한양과 개성을 다녀와서는 가우도를 발견하는 순간, 아! 고향에 왔구나 뻑적지근한 감회를 느꼈으리라. 그렇듯 가우도는 당산나무나 마을 뒷산 큰 바위가 고향마을의 상징이듯이 강진을 상징했다. 그 옛날 가우도는 강진이었고, 강진은 곧 가우도였던 것이다.
그런 가우도에 청자타워만 세워지는 게 아니다. 출렁다리가 세워지고 있다. 대구 하저에서 가우도까지 건너갈 출렁다리는 이미 세워진지 오래고, 개통만 남았다. 이제 망호 선착장에서 잇는 출렁다리만 남았다. 두 개의 출렁다리는 제각기 낭만을 느끼게 하는 다리다. 하나는 짧고 하나는 길기 때문이다. 긴 다리는 짙푸른 바다 위를 건너기 때문에 요트를 타는 느낌이 있을 것이고, 짧은 다리는 장강(長杠)을 건너는 느낌을 자아낼 것이다.
격강천리(隔江千里). 하저에서는 바라보는 가우도는 그랬다. 코앞에 있으면서도 건널 수 없었던 섬은 멀었다. 그 짧은 다리 하나면 섬을 이을 수 있었는데도 많은 세월이필요했던 것이다.
*가우도는 희망과 미래의 땅인가?
“내가 어렸을 때에는 학교가 없어 아예 배우지를 못했다. 밭만 좀 있을 뿐 농토가 없으니 소득이 없고, 뭍에 나가려고 해도 교통이 불편해서 왜 내 선대는 이런 척박한 섬에 정착했을까 의아해 하며 살았다”
올해 처음 이장직을 맡은 김동윤(71) 가우도 이장의 말이다. 60년대 사람이 가장 많이 살았을 때가 14가호에 100여 명이었다고 한다. 노 젓는 배로 뭍을 오가던 시대. 물론 전화도 전기도 없던 시절이었고, 풍선(風船) 도선이 있었는데, 도암 망호에서 가우도를 경유해 저두를 왔다 갔다 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수협위판장이 있어 많이 나아졌다. 숭어, 낙지, 전어, 감생돔을 잡아 매일이다시피 마량으로 가 팔 수 있기 때문에 10명이 어업 활동을 하고 있다.
예나 제나 별 변화 없이 14가호. 최근 이주해 온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호남인향우회장을 2대 3대 4대 12대 13대를 지낸 박만식(73) 회장이 새 이주인이다. 대구면 남호가 고향인 박 회장은 70년도에 인구 120만이 살고 있는 고양시에서 골프장, 골프연습장 등의 사업을 펼쳐 많은 돈을 벌었다. 나이도 있고 해서 고향에 내려가 살 생각으로 2005년 가우도 땅을 매입했다. 처음에는 집 한 채 달랑 지어놓고 별장으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가족들의 심한 반대에 부딪쳤다. 교통이 불편하다는 거였다. 그러던 중 남해군에서 해상호텔을 지어주는 데 막대한 지원을 해주겠다는 제안이 들어왔다. 돈만 가지고 오면 행정지원은 물론 인센티브도 주겠다는 것이었지만 이미 가우도에 마음을 굳힌 후였다.
박 회장은 2년 전까지 한옥 5채를 지었다. 고금도에서 석축에 사용할 돌을 배로 운반해 터를 닦았다. 가우도가 생긴 후로 최대 토목공사가 시작된 것이다. 쉴 새 없이 1년간 해냈다. 그리고 한옥 5채를 지은 것인데, 물류비와 재료비가 배로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많은 재료를 철선으로 운반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철선 1회 110만원. 큰 것은 180만원이었다.
처음에는 도에서 추진하는 행복마을을 만들기 위해 16채 한옥이 허가 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행정지원을 전혀 받지 않는 상태에서 기반을 닦았고, 그무렵 7,000만원의 인재장학금을 내놓기도 했다. 마을사람들을 위해서는 명절에 한우 한 마리를 선뜻 내놓았다. 박 회장의 독특한 개성과 고집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언젠가 일본엘 간 적이 있었는데, 현미겨를 이용한 사우나를 본 적이 있었다. 6개월만 사우나를 하면 피부가 비단결처럼 고와지는 것을 알 수 있었고, 4-5개월 전부터 예약이 되어 있었다. 지인의 도움으로 현미겨 사우나를 해보았더니 너무 좋았다”
박 회장은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가우도에 그 같은 시설이 들어서야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물을 끌어들여 대형 수영장에 번지점프 등을 만들고, 큰 건물을 짓되 1층엔 해수탕, 2층엔 민물탕, 3층엔 특별사우나인 현미겨사우나를 만들어 관광객 유치에 적극 노력하는 것이 가우도 발전은 물론 강진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나는 고향인 강진에 투자를 하고 싶은 사람이다. 지난 번 고양시에서 80여 명이 내려와 이틀 동안 머물고 갔다. 모두 강진출신들이어서 그런지 투자를 하겠다고 했다. 자본이 넉넉한 사람들이 고양시 향우회에는 많다. 얼마든지 나 자신도 투자할 생각이다”
한 번은 가우도 땅 전체를 사겠다고 제안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살고 있는 집들이 문제였다. 결국 그 문제로 불발되고 말았지만 박 회장의 가우도 사랑은 유별났다.
박 회장이 현재 머물고 있는 한옥은 35,7평으로 평당 800만원이 들어갔다. 처음 짓는 집이어서 건축비가 많이 들어간 셈이다. 나머지 4채는 30평으로 1억 5천만원씩 들어갔다. 김동윤 가우도 이장은 “박회장이 아들 넷에게 한 채씩 주려고 도합 다섯 채를 지은 것 같다”며 “그 분이 이곳으로 내려오신 바람에 가우도는 천지개벽을 한 셈이다”라고 말했다.
*가우도는 사색과 낭만과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
가우도는 아담한 섬이고 육지와 가까운 섬이다. 강진으로서는 유일한 섬 하나. 그것도 강진 한 복판에 서 있는 섬이어서 더욱 특이하다. 어쩌면 강진의 중심축처럼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고려청자가 생산되었고 지금도 재현하고 있는 청자박물관과 근거리에 있다. 다산과 청자의 만남도 될 수 있는 섬이다. 출렁다리가 있기 때문이다.
출렁다리는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체험을 안겨줄 수 있다. 만일 2차선 교량이 세워진다면 누구나 차량을 가지고 섬을 한바퀴 돈 다음 곧장 빠져나갈 게 뻔하다. 가우도가 쓰레기장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러나 사람들은 새로운 체험에 대한 호기심으로 출렁다리를 건너가기 마련이다. 그들은 섬을 한 바퀴 삥 돌면서 사색을 하고, 밀어를 나누고, 정신적 휴식의 시간을 가질 것이다. 그리 많지 않는 시간 내에 섬을 한바퀴 돌아보면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풍경도 만끽할 것이고, 이쪽과 저쪽에서 불어오는 소금기가 밴 해풍도 맛 볼 것이다. 바쁘게 움직이는 속도가 없는 정지의 세계. 다도해에서 불어오는 갯바람과 해조음과 자연의 숨소리만이 있는 섬, 가우도. 분명 강진의 꿈과 미래가 담겨 있는 섬이 아닐 수 없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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