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키울 땅 어디 없소?
오리사육 희망자 많으나 마땅한 땅 부족
조류인플렌자로 인해 닭 오리가 대량으로 매몰되자 오리 고기 수급이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오리 사육 희망자가 급상승하고 있지만 마땅한 땅이 없는 실정이다. 오리사육은 특히 냄새가 난다고 해서 주민들이 기피하고 있고, 주민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500m가 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진입로까지 500m로 해당되는 바람에 더욱 오리사육에 마땅한 땅이 없는 실정이다. 간척지를 이용할 경우 논 전체를 높여야 하기 때문에 재정적 부담이 만만치 않아 야산을 찾는 경우가 많지만 강진에서는 구입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한 부동산업자는 “오리사육 희망자가 많아 야산이나 밭을 찾는 경우가 많지만 강진에서는 마땅한 땅이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땅주인이 땅을 팔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마땅한 야산조차 없는 것은 경사도가 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해부터 도암면 덕룡산 아래에 1만 7천평의 야산을 사서 종오리 1만 5천수를 키우기 위해 300평 건물 10채를 짓고 있는 송 모(58)대표는 “경사가 심할 경우 중장비 값이 엄청나게 든다”며 “자신도 정지작업비로 1억원이 넘게 들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이 땅을 사기 위해 1년간 수소문 끝에 간신히 구입했다”며 “이같은 현상은 특히 남쪽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송 모 대표는 또 “회사 사장도 오리 사육장을 구입하기 위해 전남도와 경상도 일대를 돌아다녔지만 목표치 10곳 중에서 6곳만 구입한 것으로 안다”고 말하고 “최근 귀농을 희망하는 퇴직자들이 오리사육부지를 사기 위해 여러 곳을 다니며 자신에게도 여러 차례 부탁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오리사육희망자들은 외지에서도 많이 문의가 들어오고 있지만 강진에서 오리를 키워보겠다는 희망자가 많다. 그러나 마을과 500m 떨어져야 하는 규제와 마땅한 야산이 없어 곤욕을 치루는 사람도 속속 발생되고 있다. 도암면 만년 마을의 한 가축사육자는 “오리를 키우기 위해 평당 1만 7천원씩 주고 야산을 사서 정지작업을 했으나 마을과 400m 밖에 떨어지지 않아 허가를 받지 못했다”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강진읍에 사는 김 모(28)씨는 “이미 개간된 야산을 사서 평수를 늘여보려 했으나 암석이 나와 중장비값만 5천만원이 들었는데도 필요한 평수는 1천 5백평 밖에 되지 않았다”며 “특히 주변 마을사람들의 민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어 되팔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리 사육을 위해 억대 하우스를 경매로 산 칠량면의 한 농가는 민원으로 인해 아예 하우스를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오리 사육 희망자는 많지만 부지로 인해 쉽지 않는 현상이다. 군동의 개간된 땅을 구입해 오리농장을 만들고자 했던 한 희망자는 “야산인데 평당 5만원씩 달라고 해 포기했다”며 “일반 논도 3만원 내외인데 땅값이 비싼데다 건축비가 많이 들어 오리농장을 포기해야겠다”고 허탈해 했다.
그러나 같은 면에서도 오지로 통하는 석동 마을에 1천평 오리사육장을 만든 젊은 귀농자는 “어렵게 구했고 이는 강진오리협회 회장의 큰 도움 때문이다”라면서 “오리사육장을 갖게 되어 정말 기쁘다”며 강한 의욕을 내보였다. 한편 마을과 500m 이상 떨어져 허가요건이 되는데도 주민들의 민원 역시 만만치 않는 상태다. 강진군 민원실장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데도 민원을 제기해오기 때문에 주민들과의 유대가 더 큰 문제”라면서 “허가를 내기 전 주민들과의 소통이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오리사육자가 급증한 것은 첫째 오리사육이 초보자에게는 쉽고, 둘째 하락되는 소 값에 비해 고소득원이 되며 셋째는 오리판매회사에서 건축비를 무이자로 지원해주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도암에서 대규모로 종오리를 사육하고 있는 송 대표는 “사육자에게 100% 건축비 일부를 회사에서 지원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도 올까지만 기회가 될 것”이라며 “땅을 구입시에는 60% 가능한 상태이나 경사가 심한 야산을 구입시 중장비 값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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