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향월촌 27 > 벚꽃 구경 / 시와 산문 / 박부민 시인
벚꽃 구경
오매, 야들아 꽃보다 사람이 더 많은갑다
꽃보러 왔담서 어디로 저렇게 쫙 몰려갈까잉
그래도 다들 곱고 이뿌긴 하다마는
아따, 멋이 그리 급해쌌냐
찬찬히 가자잉
느그 아부지 잰걸음 따라댕기다
이날 평상 구경 한 번 지대로 한 적 없는디
인자, 나는 찬찬히 볼란다
꽃잎 한 장 한 장 어찌게 생겼는지 다 봐야 쓰겄다
날이먼 날마다 피는 꽃도 아닌디
저 꽃 져 내릴 때까지 보고 있을란다
참말로 좋네, 시록시록 막 피는 놈도 이뿌고
눈송이맨치로 이리 저리 살랑살랑 날리는 것도 이뿌고
떨어져 땅바닥에 소복허니 쌓여분께 더 이뿌네잉
쏘다니먼 멋한다냐, 여그서 찬찬히 볼란다
어짜겄냐 급한 사람은 갈라먼 기양 가부러야제
나는 저 꽃 질 때까지 찬찬히 다 보고
그라고 갈란다
====================================
최근 어느 작가의 <엄마>를 주제로 한 소설이 미국에서 번역 출간 되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사실 우리네 엄마들의 한과 애틋한 사연들이야 많은 시인, 작가들의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 시나 소설로 쓴다면 그보다 더 극적인 사연이 없을 만큼 이 땅의 대부분의 엄마들의 삶에는 늘 젖은 걸레 같은 처절함이 있다.
그러나 작품을 읽거나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연들을 보며 눈물짓고 회한에 잠기는 것보다 정작 해야 할 일이 있다. 엄마들에게 마음껏 자신을 표현하고 누릴 기회를 여유 있게 주는 일이다. 얼마나 많은 엄마들이 자신의 본 모습과 소박한 꿈을 접고 자식 부양과 남편 뒷바라지에만 소진하고 사는가? 게다가 뭐가 그리 급한지 남편이 훌쩍 먼저 떠나 버려 모든 것을 떠맡은 엄마들은 더 외롭고 암울하다.
어쩌다 꽃구경이라도 따라 나가면 시간을 재촉하는 가족들. 그 잰걸음에 허덕이며 모처럼 나들이 나와 꽃 한 번 제대로 구경 못하는 엄마들이 참 많다. 엄마에게 시간을 주고 여유를 줘야 한다. 꽃구경 나온 세상 인파 속에서 유독 천천히 쉬엄쉬엄 걸으며 함박 웃음꽃을 피워내는 엄마는 행복한 여인이다. 그 남편이나 자녀들은 엄마를 엄마답게 대접하는 법을 아는 가족일 것이다. 때가 차서 꽃 지고 노을 지면 엄마도 없다. 가정의 달이라는 오월도 다가오는데 그런 엄마를 제발 찬찬히 아름답게 하라.
=====================================박부민 시인 / 1996년 계간 <시와산문> 신인상 당선 (조병화 시인 選) 2005년 한국크리스챤문학상 수상. 시집『등불이 있는 마을』(시와문화 2010) 현 남도햇빛교회 담임목사 nasaret21@hanmail.net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