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길목에서 아름다운 강진고을
‘녹색 문화 대학’을 다니면서 김 명 희 (수필가, 국제농기계전무)
강진 농업기술센터에서 서울대학교와 함께 ‘녹색 문화 대학’을 개설하여 친환경 농산물 관련 지역 활성 농업 정책을 위한 관, 학 협력 체제를 구축해 친환경 강의를 하고 있다. 농업과 환경을 조화시켜 경제 성장을 확보하고, 환경을 지키는 것이 친환경이다. 소비자에게 보다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농약과 화학 비료를 적정 수준 이하로 사용하여 생산해야한다는 것과 친환경의 안전성을 중시하며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강진 군민들을 적극 지도하고 있으니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지상의 모든 만물은 무엇으로 사는가? 물, 공기, 흙, 햇빛 같은 자연의 도움으로 삶을 영위하다가 모든 생명체의 마지막 안식처가 흙이 듯이 우리도 결국 흙으로 돌아간다. 자연 속에서 안전한 먹을거리와 서식처를 제공받아 삶을 누리다가 훗날 우리가 물려받은 아름다운 금수강산과 깨끗한 자연 환경을, 이를 잘 지켜서 후손들은 청정 자연을 누리게 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각종 농약과 식품 첨가물에 오염된 먹을거리들이 판을 치고 생태계 질서를 교란시키는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 우리의 식생활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갈수록 극심해지는 대기오염, 그것이 유발하는 지구의 온도상승은 수많은 생명체의 멸종까지 야기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직시하고 있는 참으로 ‘불편한 진실’이다.
한 겨울에도 반팔로 지낼 만큼 따뜻해진 실내, 그러나 따뜻한 대화를 나눌 가족 대신에 편리함이라는 이유로 다양한 유해 인자가 집안 가득 산재되어 가는 것이다. 각종 전자제품에서 쏟아지는 전자파와 에너지 과소비에 따른 실내 오염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현실이다.
날만 새면 다양하게 개발되어 나오는 각종 제품들의 홍수에 쓰레기 몸살은 약과다. 더 편리하게, 더 빠르게 현대인들의 미각에 착착 달라붙는 신종 인스턴트식품이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식생활 서구화로 인해서 우리 몸에 유해한 식품 첨가물이 들어있는 인공 착색제와 향미료, 고단백 식품을 지나치게 섭취해 신종 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이름마저 희귀한 병들도 생겨났다. 급기야 정신 장애를 일으킬 우려까지 있단다. 이른바 유해 먹을거리의 폐해다.
먹을 것이 사방에 넘쳐있지만 정작 몸에 좋은 먹을거리는 드문 요즘이 아닌가. 농약 같은 것이 전무하던 시절, 시골집 멍석에서 둘러앉아 먹었던 상치와 쑥갓, 그 건강한 맛과 향이 넘쳐나던 채소들이 그립다. 가마솥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보리밥의 구수한 냄새는 생각만으로도 입 안 가득 군침이 돈다. 가을철 햅쌀에 콩 섞은 밥! 지금이라도 그 맛이 있는 곳이라면 당장 달려가고 싶다. 맛만 그리울까. 사시사철 푸른 물살이 흐르던 내 옛집 동구 밖 沼도 그립고, 땡볕에 열심히 쇠똥을 굴리던 쇠똥구리까지 내게 그립지 않은 옛것이 있을까.
어린 내게 그들이 들려주는 생의 귀띔이 들렸을까. 다홍빛 등에 찍힌 작은 벌레의 옷차림이 신기했을 뿐. 농약 오염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옛 친구 무당벌레의 별명이 ‘성모 마리아의 암소’라 했다. 진딧물과 각종 해충들을 퇴치하는 녀석의 왕성한 식욕 덕택이란다. 바지랑대 끝에 아슬아슬 앉아 어린 나를 놀리던 고추잠자리도 내겐 그리운 친구다. 할 수만 있다면 그 아름다운 벗들을 들판 가득 불러들여 잔치라도 벌이고 싶은 요즘, 농가에서는 우렁이농법과 오리농법을 하고 있다. 이런 방법으로 농사 한 쌀은 왠지 맛이 있고 신뢰감이 간다. 이 곳 강진에 부는 아름다운 농촌 만들기와 친환경 바람은 어렵사리 받아든 옛 친구의 주소 쪽지인양 어찌 반갑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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