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순 다산유적순례 (2)
스승의 날에 생각나는 다산선생 면학문(勉學文)
안경순(전 초등학교 교장)
생동하는 계절 5월은 가정의 달이요, 청소년의 달이기도 하다. 스승의 날이 오면(15일)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다산선생의 면학문이 생각난다. 다산께서 강진 읍내 주막집에서 15세의 제자 황상을 처음 만나(1902. 10, 17) 어린 제자에게 학문을 권하며 써 준 글이 곧 면학문이다.
“내가 산석(황상)에게 문사(학문)를 닦도록 권하니 그는 머뭇머뭇 부끄러운 표정을 짓더니 ‘저에게는 세 가지의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첫째로 둔하고 둘째 막혀있으며 셋째 미욱합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스승께서는 그 제자에게 공부하는 자는 세 가지의 큰 병통이 있는데, 너에게는 해당되는 것이 하나도 없구나 하시면서 첫째 기억력이 뛰어난 사람은 공부를 소홀히 하는 폐단을 낳고, 둘째 글 짓는 재주가 좋은 사람은 부화(허황)하는데 흐르는 폐단이 많고, 셋째 이해력이 빠른 사람은 거친데 흐르는 폐단을 낳는다. 대저 둔하다만(기억력) 집요하게 뚫으면 구멍이 넓어질 것이고, 막혔지만(기초실력) 잘 소통을 시키면 흐름이 거세어 질 것이며, 미욱하지만(이해력, 응용력) 잘 갈고 닦으면 광택이 날 것이다. 뚫어내는 방법은 무엇인가, 근면함이다. 막힌 곳의 소통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근면함이다. 닦는 방법은 무엇인가? 근면함이다. 근면함을 어떻게 유지하는가, 마음을 확고하에 다잡는 데 있다”
제자 황상은 스승께서 임술년(1802)에 써 주신 이 글을 삼근계(三勤戒)로 여기고 마음에 새겨 간직하였다. 그로부터 60년이 되는 임술년에 황상(75세)은 임술기를 남겼는데, ‘스승님이 써주신 그 면학문을 마음에 새기고 뼈에 새겨 감히 잃을까 염려하고, 들에서 일을 할 때에도 마음에 늘 품고 되새기어 실천하였기에 오늘에 내가 그다지 벗어나지 않는 삶을 살게 되었다,고 적고 있다. 과연 치원 황상은 당대에 뛰어난 시인으로 선비로 우뚝 섰으며 다산의 시풍을 충실하게 계승하고 ’치원유고‘ 등 많은 문집을 남겼다.
다산께서 자신감이 없는 제자에게 용기를 북돋우고 준엄한 교훈으로 격려하며 학문의 길로 이끌어주신 스승의 따뜻한 마음과 스승을 존경하는 제자의 아름다운 사제간의 정을 우리는 지금도 우러르게 하고 있다. 더욱 더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것은 다산께서 써주신 그 면학문이 해지고 찢어지자 다산의 맏아들 학연(유산)이 마현에 참배 온 황상에게 다시 써 준 것이다. 그 때가 1854년 2월 25일의 일로 정학연의 나이 72세요, 황상의 나이 67세 때이다
스승의 날에 다산과 황상을 떠올리며 청소년이야말로 나라의 미래이며 희망이며 꿈이라는 것을 실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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