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강진과 조국의 운명이 공무원들 손에 달린 까닭 4
황 주 홍
강진군수·정치학 박사
우리가 달라지면 한국(韓國)이 달라진다. 강진군(康津郡)이 달라지고 경상북도 칠곡군(漆谷郡)이 달라진다. 우리가 더 깨끗하고 투명해지고, 더 친절하고 겸손해지고, 더 철저하게 멸사봉공(滅私奉公)하면 엄청난 효과가 난다. 삼성전자와 같은 초일류 대기업들이 국가발전에 기여하고 있지만, 공직사회와 대기업의 기여 잠재력은 비교 자체가 되질 않는다.
■ 민(民)과 관(官)이 하나되어 이상사회 실현
우리 공무원들이 달라지면 첫째, 주민(또는 국민) 화합과 결속이 강화된다. 공직사회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이 한국사회 이완과 갈등의 핵심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3백만 명의 연쇄 효과는 결정적이다. 3백만 대군이 정말 한번 제대로 섬기면 국민의 어깨춤이 둥실둥실 절로 살아날 거다. 공무원 조직은 전국 리(里)단위로 반(班) 단위로 세포조직처럼 촘촘하게 상하좌우로 침투되어 있다. 이 신경망이 긍정적 작동을 시작하면 대한민국이라는 ‘리바이어던’은 극적으로 기사회생한다.(아아, 우리는 ‘공무원 세상’을 ‘국민 세상’으로 만들 수 있다.)
공직사회의 솔선수범(또는 ‘개과천선’)이 욱일승천(旭日昇天) 국운융창(國運隆昌)의 선행조건이다.
민(民)과 관(官)이 하나가 되면(젊은 칼 맑스가 『독일의 이데올로기』에서 꿈꾸었던 이상사회―오전엔 일하고, 오후엔 사냥하고, 저녁엔 시를 읊는―를 공산주의 없이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경로가 민관 합작세계의 구축 아닐까.), 거칠 일 없이 국운융창하겠지만, 그 ‘화해’의 손은 민이 아닌 관이 먼저 내밀어야 한다. 늘 관은 민에 대해서 ‘가해자’였기 때문이다.
■ 공무원의 존재 이유는 소득증대에 있다
공무원들이 사사로운 관점을 접고 공공 마인드로 임하게 되면, 예산의 경제적 유발효과도 극대화된다. 돈이 적재적소를 찾아, 짜임새 있고 쓰임새 있게 선택 집중된다. 공공예산은 많은 경우 ‘마중물’이랄까 ‘종자 돈’으로서 ‘유인효과’를 상승적으로 일으킨다.
시설 원예(예컨대, 딸기) 재배하는데 3천만원 예산 보조(50%)하면 1,200평짜리 비닐하우스 지어 바로 1억원 소득을 올릴 수 있다.
대한민국의 공공예산은 이런 방향 이런 방식으로 보다 집중되어야 한다.(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예산은 경제적 절정(tipping point)에 이르게 하는 점화제(촉매제)로서의 기능이 강조되고 강화되도록 재정의되고 재편성되어야 한다.)
공무원의 존재 이유는 주민 소득증대에 있다.(주민소득 증대로 직결되거나 연결되지 않는 행정행위는 무의미하다.)
우리 공무원들이 돈을 제대로 잘 쓰면 국가와 국민 삶이 엄청 윤택해진다.
우리가 달라지면 거의 모든 문제와 위기를 해결하고 종식시킬 수 있다. 예컨대, 저출산 문제는 국가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처럼 최악을 향해 치닫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출산율 1.15로 전세계 최하위다. 2018년부터 우리나라 인구는 줄기 시작한다.(일본경제가 침체국면을 면치 못하는 가장 근본 원인은 인구감소에 있다.) 이걸 방치할 순 없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그 누구도 홀로 해결할 수 없다.
정부도 시·군도 혼자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시민사회도 호응해야 하고, 궁극적으로 청춘남녀와 젊은 엄마 아빠가 동참해줘야만 한다. 그렇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마중물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 공무원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강진군은 매년 전국 1, 2위의 고출산 지역이다. 전국 평균 2배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요점은, 강진군이 전국 최고 출산율 지역으로 부상하는 데 결코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불과 3~4년만에 전국 최상위 지역으로 급부상했다. 매년 10억원 안팎의 군예산과 다양한 정성(관계 공무원들의 노력)이 여러 출산 장려정책들을 위하여 시도되고 사용되었다.
중앙 정부와 16개 광역시·도와 전국 228개 시·군·구가 강진군 정도의 노력만 기울인다면, 3~4년 안에 국가 출산율이 2%를 훌쩍 상회할 수 있다. 세계 최하위에서 이내 중간급으로 솟구쳐 오를 수 있다.
이처럼 우리는 공무원으로서 이 나라 이 땅의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우리 공무원들이(맡은 바가 크건 작건 중요하건 하찮건) 깨끗하고 친절하고 철저하게 전심전력하면, 정치와 국방과 외교와 치안, 주민소득, 교육, 투자유치, 고용창출, 관광(객), 스포츠 마케팅, 귀농귀촌, 인구…… 이런 모든 분야 모든 과제에서 눈부신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성주 이외 지역에서도 참외가 가능하고, 청양 밖에서도 고추를 할 수 있고, 완도 밖에서도 전복을 할 수 있고, 제주 아닌 다른 곳에서도 올레길을 속출시킬 수 있다.
우리들이 지극 정성으로 지혜와 지혜로(R&D) 최선을 다하면 해외로부터도 자본과 기업과 연구소와 NGO와 국제회의와 관광객이 국내로 유치되고, 지역으로 유치되고, 이로 경제 활성화와 주민 행복에 유례없는 성과를 낼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의 슬프되 멋진 공직관(必死卽生 必生卽死 /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
■ ‘공무원이 변해야 한국이 변한다’
‘공무원이 변해야 한국이 변한다’는 얘기, ‘공직자가 고생하면 주민이 편안하다’는 얘기는 모두 옳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그 무엇보다 우선해서, 우리들의 자기 반성이 필요하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알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새 출발이 가능하다. ‘고해성사’가 필요하다.
과거의 ‘수탈’과 얼렁뚱땅과 못되먹음을 통절히 반성해야 한다. 과거에 대한 반성과 사죄는 식민통치했던 일본만 해야 하는 게 아니다.
조선시대로부터의, 특히 건국 이래의 타락과 부정부패, 불친절과 권력남용과 횡포, 시대의식과 애국심의 결핍에 대해 ‘석고대죄’하듯 사죄해야 한다.
지난날의 권위주의와 무사안일주의와 관료주의와 내 식구 내 사람 챙기기 위주의 행정 행태(우리들끼리는, 늘 용서는 남발되고 추궁은 둔화되지 않았는지.)를 자기 고발하는 ‘양심선언’이 필요하다.
그러고 나서, 공무원의 ‘종교’는 대한민국이고, 신앙은 지역 주민이시라는 ‘신앙고백’(『주민 여러분께 사죄합니다. 최선으로 충성하지 못했습니다. 고백합니다. 여러분만을 섬기고 받들며, 일하고, 일하고, 또 일하겠습니다.』)을 하는 거다. 대한민국 공직자는 조국과 고향과 주민(만)을 섬기고 일하며 가는 것이다.
■ 멋진 소명! 공직(公職)!
공직은 이타주의(利他主義)다. 자기 이익을 위해 복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기주의와 대비되는 곳이 공직이다. 공직은 자기를 위하지 않고 남을 위한다. 그런 점에서 공직은 성직이다. 제 한 입 풀칠하기 위한 업이지 않다. [애플의 동의어 잡스(Steve Jobs)는 월급을 굴욕이라고 했다. 오직 일의 성취가 있을 뿐이라 했다. 구차하게 살지 말자는 얘기였다.]
공직은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다. 오늘 한국 공직의 문제는, 아무나 해선 안 되는 일을 아무나 하고 있는 데 있다. (한국 기독교계의 지도자였던 고 옥한흠 목사의 다음과 같은 개탄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 있다: “한국은 목사가 너무 쉽게 되고, 또 너무 많아서 문제다.”)
공직은 오직 인간만이 수행할 수 있는 영역이다.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인간만이 공적 행복(public happiness)을 추구한다[인간만이 사적 행복과 공적 행복을 함께 지향하는 유적(類的) 존재라는 여성 정치철학자 아렌트(Hannah Arendt)의 잘 알려진 주장].
남을 위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서 인간과 짐승이 갈린다. 공직(公職)과 사직(私職)도 여기서 갈린다. 그런 점에서 공직은 유독 ‘인간적인’ 일이다. 인간의 조건(human condition)인 것이다.
얼마나 멋진 소명인가, 공직이란! 민과 관이 오늘 하나로 결속하여, 숙제에 도전하고 난제(難題)와 씨름함으로써, 지역과 국가를 성장시키고, 주민과 국민에게 평화와 풍요를 드리는, 이에 다시 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공직이란 지상에서 가장 근사한 직업의 하나다.
지금 우리들 모두는 애국자(愛國者)로 살다 갈 수 있는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를 얻은 자들이다. 이 좋은 기회를 흘려보내지 말자. 남들은 아프리카로 가서 봉사활동도 하지 않더냐?
■ 약 력
·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 미국 미주리대학교 정치학 박사
· 중앙일보 제작위원
· 국회정책연구위원 실장(1급)
·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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