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山의 유적지 순례8
다산초당의 茶竈 와 다산의 차문화
안경순(전 초등학교 교장)
다산초당의 정자 앞마당에는 다산초당 4경인 다조(茶竈)가 있다. 다산선생의 친묵인 다조의 제찬시문(題贊詩文)을 번역하면 이렇다.
청석마평... 소조초당전...(靑石磨平... 小竈草堂前...)
< 푸른돌 평평히 갈아 붉은 글자 새겼으니 차 끓이는 조그만 부뚜막 초당 앞에 있구나. 반쯤 다문 고기 목 같은 아궁이엔 불길 깊이 들어가고 짐승 귀 같은 굴뚝에 가는 연기 피어나네. 솔방울 주어다 숯 새로 갈고 매화꽃잎 걷어내고 샘물 떠다 더 붓네. 차 많이 마셔 정기(精氣)에 침해됨을 끝내 경계하여 앞으로는 단로(丹爐)를 만들어 신선 되는 길 배워야겠네. >
필자는 초당 앞 다조를 볼 때마다 두 가지의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때 다산께서는 차 생활을 어떻게 하였으며 저 부뚜막에 차를 끓여 누구와 함께 담론하며 드셨을까.
‘약천에 물을 길러 다조에 차를 끓여 단로를 만들어 신선되는길 배워야겠다.’고 하셨다. 차로서 심신을 다스려 고적한 유배생활을 참고 견디셨으리라 생각된다. 다산에게 차는 마음을 달래던 벗이었다.
정민 교수는 750쪽이나 되는 그의 저서 <조선의 차문화(2011년)>에서 다산의 차 문화에 대해서 많은 문헌 자료를 통해 이야기 하고 있다.
조선의 차에 대한 역사는 부안 현감 이운해가 지은<부풍향초보(1755)>의 고창 선운사 차 이야기가 처음이며, 다음으로 진도에 유배 중인 이덕리의<동다기(1785)>로 차의 효능, 제다, 차 무역론 등 차 문화의 출발이 되고, 이어서 다산의 경세유표 속의 각다고(榷茶考)에 차의 경제적 전매 제도에 대하여 논하고 있으며, 1837년엔 드디어 초의의 <동다송>이 만들어 졌다.
다산은 명실공히 우리 차 문화의 중흥조다. 그는 아득히 잊혀지고 사라진 우리 차 문화에 새 빛을 던졌다. 그는 21세(1782년)때 이미 채다와 음다에 대한 내용이 그의 시문 속에 나오며(미천가) 본격적인 차 마시기는 강진 유배지에서(1805년)부터였으며 이때부터 혜장과 초의에게 제다와 음다에 대한 것을 전수하였다. 다산은 백련사 석름봉에 차나무가 많아 茶兒山, 茶山이라 불렀다는 말을 했다. 이때에 혜장에게 걸명시를 쓴 것이 최초의 걸명시 이기도 한다.
강진, 장흥, 해남 등의 산야에 잡목처럼 버려진 차나무들이 다산에 의하여 다시 차 문화를 일으키게 되니 강진의 만불차(만불산-백련사), 장흥의 죽노차(보림사), 해남의 황차, 백운동의 월산차 등이 다산에 의해 전수되었으며 초의 시대에 와서는 중국차를 능가하는 명차로 발전하였다. 이때에 다산은 떡차를 만들었고 그의 삼중삼쇄 떡차 만드는 법은 - 세 번 찌고 세 번 말려(볕에) 아주 곱게 빻아 돌샘 물로 반죽해서 진흙처럼 짓이겨 작은 떡으로 만든 후라야 한다고 했다. 다산은 이 차를 음용보다는 약용에 더 용하게 생각했다.
차의 효능에는 허준의 <동의보감>에 ‘차는 정신을 안정시켜 주고 소화를 돕는다. 머리와 눈을 맑게 하고 소변이 잘 나오게 한다. 소갈증을 멈춰주며 잠을 적게 한다. 뜸뜨다 데인 독을 풀어준다.’ 또한 이덕리와 중국 고원경의 다보에도 ‘감기에 신통한 효험과 설사병에 효험, 식채나 주육 독, 흉복통에 효과, 체하고 막힌 것을 뚫고 가래를 없애주며, 갈증 해소, 눈이 밝아져 사고를 증진하고 번잡함을 덜어주고 기름기를 제거해 주어, 글쓴이, 길쌈하는 아낙, 수행하는 승려에게 좋다며 사람이 진실로 하루라도 차가 없을 수 없다’고 적고 있다. 다산께서도 ‘늘 비위가 약해서 기름진 음식 소화를 못하고 술 만신 후 속이 더부룩하고 불쾌할 때 차를 마셔 체증이 쑥 내려갔다.’고 했으며 ‘비록 정기를 고갈시키나 막힌 것을 뚫고 고질을 없애준다.’ 하였다. - 정민<조선의 차문화(2011년)>
다산초당 다조에 얽힌 문화와 인맥을 보자. 다산으로 인해 초의가 있었고, 초의로 인해 추사가 있었으며, 초의와 추사로 인해 소치(허련)가 탄생하였다. 절해의 섬 진도에서 태어나 압록강 이남에 그를 따를 사람이 없다(추사의 평)할 만큼 조선 최대의 남종화의 대가가 되어 오늘의 진도문화를 있게 한 것이(국전입선자가 200여명) 모두 다 저 다조에 얽힌 인맥이 아니겠는가. 초의는 차 문화를 통해 추사, 홍현주, 신헌, 권돈인 등 당대의 최고 석학거족들과 교류하면서 차를 통한 시, 서, 화의 차 문화의 꽃을 피웠다.
다산 선생을 누구보다 숭모하고 많은 연구를 하고 있는 정민 교수는 다조의 제찬문과, 다산 차시의 내용을 들어 지금 초당 앞 반석은 다조와 전혀 상관이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조선의 차문화 P155,198). 그러나 필자를 비롯한 이곳의 지역민들의 생각은 전혀 동의 할 수가 없다. 그것은 현재의 푸른 반석은 그 위에 차 화로를 놓았거나 화덕을 만들었던 청석마평의 받침돌이었을 것으로 생각하며 해배 5년 후에 이곳 제자 기숙과 금계가 마현에 갔을 때 그 증언문 중에 연못에 잉어가 2척이나 자라고 있을 만큼 다산 초당을 정성껏 관리하고 있었는데 다산이 친묵으로 제찬문까지 남긴 유적 다조(현재는 받침돌만)를 소홀히 없앨 수 있겠는가. 그 후에도 귤동마을 진사댁에서는 계속 이곳을 관리하여 왔었다.
우리는 지금 비록 다조가 청석 받침돌만 남아 있더라도 다산께서 손수 마련하였던 그 돌이 남아 있으니 이는 참으로 감회가 깊고 역사 깊은 다산의 유물이며 우리의 소중한 문화요 보물인 것입니다. 당대의 차 문화와 유려한 인맥들의 산 증거자요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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