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순례3> 보은산 고성사를 찾아서
강진고을은 예부터 와우형국(臥牛形局)이라고 했다. 황소가 누운 형국이란 것이다. 거기에서 고성사(高聲寺)는 소의 목에 매단 워낭(핑경)에 해당된다고 한다. 보은산 우두봉(牛頭峰)이 소의 머리라면 고성사는 소의 워낭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고성사는 우두봉 중턱에 워낭처럼 매달리듯 앉아있는 사찰이다. 갑자기 가파른 산세가 한참 시작된 지점에 자리 잡고 있어서 멀리서보면 위태롭게 보이기조차 한다. 영락없이 소의 워낭 모습이다.
고성사 가는 길은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우두봉으로 올라가는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 되고 또 하나는 서성리 강진고 앞에서 포장된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된다. 정수리에서 땀방울이 마악 솟구칠 무렵이면 닿게 되는데, 막상 경내에 들어서면 탐진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죽도와 가우도가 저 멀리 보이고 만덕산 또한 전체가 시야에 들어온다. 앞이 툭 트인 사찰이다.
고성사 대웅전
새천년 고암모종(高庵暮鐘)이 있는 절
고암모종 복원기- 강진고을 서남부 중심부로써 山과 水가 수려하여 아름다운 풍광을 노래한 금릉팔경(金陵八景)이 있었으니, 제1경이 고암모종이요, 2경 죽도귀범, 3경 파산제월, 4경 구강어화, 5경 서산낙조, 6경 만덕청람, 7경 금강명탄, 8경 금사효무이다. 예로부터 풍수지리적으로 강진읍터를 와우형국이라 하여 우두봉을 소의 머리요, 고성사의 범종소리를 소의 워낭에 빗대었는데, 이것이 고암모종이다. 덕과 힘을 지닌 일하는 소의 표상으로써 주민정서 깊숙이 면면히 이어져 왔으나 안타깝게도 6.25 때 훼손된 채로 오십여 년 동안 지내오다가 새천년의 시작과 때를 맞추어 복원을 갈망하는 현인들의 애틋한 애향심의 발로로 1천관의 대종을 만들고 정통한식팔작지붕의 종각을 세운다. 이제 아름다운 옛 정취를 되찾은 고암모종과 함께 강진고을의 웅비와 군민 모두의 복록이 영원무궁하기를 축원하면서 復元記를 남긴다.
복원기의 내용처럼 고성사에 범종을 세운 것은 2000년 1월 1일이다. 새천년이 시작되는 첫새벽 0시에 고암모종은 우렁찬 종소리를 냈고, 그 종소리는 산을 타고 내려가 강진고을을 밤안개처럼 울려 퍼졌다. 고암모종이 탄생되기 까지는 당시 문화원장이었던 박종상 원장이 추진위원장이 되었고, 각급 기관단체장들은 물론 특히 윤영수 전 군수의 절대적 배려와 고을 사람들의 헌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암모종
다산이 머물렀던 고성사 보은산방(報恩山房)
강진으로 유배 온 다산 정약용 선생은 맨 처음 강진읍 동문 밖 매반가(賣飯家)에서 지냈다. 술집 노파가 불쌍해서 방을 내줄 정도였으니 참으로 불쌍하고 처량한 신세였다. 강진군에서는 그 매반가를 복원하여 다산이 살았던 곳을 기념하고 있다. 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산은 그 매반가에서 4년간을 지내다가 1805년 고성사 보은산방으로 옮겼다. 얼마나 홀가분한 기분이었을까. 답답하고 칙칙한 골방에서 벗어나 강진고을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고성사로 옮겼으니 말이다. 다산은 고성사 보은산방에서 기거하면서 본격적으로 정신적인 안정을 찾게 되었다. 당시 백련사 혜장 스님의 숨은 노력 때문에 다산은 보은산방에서 기거하게 되었고, 그가 있게 됨으로써 다산역(多山易)의 산실이 되었을 뿐 아니라다도를 익히 사찰이 되었다. 그러므로 고성사는 다산이 기거했던 곳으로 그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보은산방
고성사 주지 현주(賢柱) 스님
현주 스님은 법랍이 33년이다. 해인사가 본사이고 세진 스님을 은사로 75년에 사미니계를 받았다. 현주 스님이 고성사 암주로 있게 된 것은 92년 12월이므로 16년 세월을 보낸 셈이다. 현주 스님이 처음 고성사에 올 때만해도 사찰은 퇴락할 대로 퇴락한 조그만 암자였다. 물론 자동차가 다니지 않았으므로 쌀자루와 먹을 것을 이고 지고 올라가야만 했다. 현주 스님은 조용한 기도처를 찾다가 고성사를 오게 되었고, 지금까지 암주로서 활동하고 있다. 자그마한 체구, 한없이 서글서글한 표정의 현주스님을 일컬어 강진고을 사람들은 ‘그러나 다부지고 야무진 스님’으로 통한다. 왜냐하면 그동안 다 쓰러져가는 고성사를 오늘날 크게 일으켜 세웠기 때문이다. 대웅전과 요사채를 중창 불사하였고, 범종과 종각을 세운 주역이었을 뿐 아니라, 강진 서성리에서 보은산 중턱까지(고성사) 길을 뚫은 장부 여스님이다.
길을 뚫어 포장공사를 하고 대웅전 요사채를 새로 짓기까지는 농림수산부장관을 지낸 강 모 씨 덕택이었고, 고암모종은 당시 윤 군수님과 박종상 문화원장 덕택이었다고 말하는 현주 스님은, 다산의 발자취가 있는 매반가(사의재)가 복원되었으므로 고성사 보은산방도 복원되는 것이 좋겠다며 조심스레 입을 연다.
“지금 있는 보은산방은 다산 선생이 기거했던 곳이 아닙니다. 다산 선생을 기념하기 위해 요사채 하나를 보은산방(報恩山房)이라 명명했던 것으로 현판글씨에서‘보’자를 ‘알릴 보’자로 썼습니다. 정확한 보은산방의 ‘보’자는 ‘보배 보’자가 맞습니다. 이제 사의재가 복원되었으므로 다산 선생이 묵었던 대웅전과 왼쪽 요사채 사이에 진짜 보은산방(寶恩山房)을 복원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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