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기사 김정국
3D업종이라지만 즐거운 가스배달 15년째죠
“인상은 좀 거시기 혀도 금방 친해집니다”
“가스 미리미리 준비하세요”
김정국(39)씨는 강진가스(대표 송기원)에서 15년째 가스배달을 하고 있다. 군대제대 후 바로 가스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쉽게 말해 가방끈이 짧아 좋은 직업을 갖지 못할 것을 알았다는 김정국씨는 “고향에서 가스배달을 오래하다 보니 이제 강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며 인기맨임을 은근히 자랑했다. 정국씨는 학창시절 공부와는 등을 지다 나중 고입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강진군 병영면 도룡리가 고향인 김씨는 혈기왕성한 젊은 시절 도시에서 살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강진을 떠나 경기도 의정부로 갔으나 그곳에서도 3년 동안 가스배달을 했다. 그러다 다시 돌아온 고향에서도 이제껏 가스통을 매고 있으니 가스와의 인연은 특별하다.
가스통 무게가 통까지 합쳐 40kg이고, 겨울철에는 평균 하루 50여 통을 배달하기 때문에 보통 체력으로는 오래 견뎌내기 힘든 직업이다. 어머님 말씀처럼 ‘골병’들 일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손바닥엔 거북이 등딱지 같은 굳은살이 박여 두툼하고 딱딱하다. 팔뚝엔 저절로 생긴 근육들이 건강미를 과시하지만, 사실 어깨 수술을 두 번이나 했다. 무거운 것을 많이 들다보니 어깨에 무리가 온 것이다. 그러나 버릴 수 없는 천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김씨는 한 가지 일을 오래 하다보니 나름대로 보람도 생겼다고 했다. 새벽이고 밤이고 명절도 상관없이 필요한대로 배달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연중무휴지만 그때마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남들이 말하는 3D 업종에 종사하지만 2007년에는 오연화(32)씨와 결혼하여 요즘은 아들 현진(4)이의 재롱에 즐겁기만 하다. 그러나 결혼하면서 병영면 어머니(차복임81)와 분가한 후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가 늘 걱정이다. 그래서 늘 어머니를 위해 이것저것 챙겨 보지만, 미치지 못하는 손길은 도우미를 신청해 돌보기도 한다. 그런 정국씨를 주위에서는 효자라며 칭송이 자자하다.
가스자체가 위험물이기에 위험요소를 항상 안고 산다. 그러나 가스통 위에 벌집이 만들어져 벌에 쏘이기도 하고, 아오는 개한테 물리기도 하고, 풀밭에 놓인 가스통을 만지다 뱀에 물리는 등 가스보다도 오히려 그 주변이 더 위험하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자신의 첫인상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인정하는 정국씨다. “인상이 거시기 혀다고 해서 문 열었다가 닫아버리는 사람, 목소리가 커서 말다툼하게 되는 사람, 가스통 도둑맞고 이런말 저런말 해대는 사람 많았지요. 겉보기에 무섭게 생긴 인상 때문에 꺼리는 사람 많았지만 나중 모두 친해져요.” 알고보니 그 이유는 대해볼수록 성실한 사람임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접 전화하는 고객들도 많아졌다.
가스배달을 천직으로 믿는다는 정국씨는 “어떤 일이든 첫술에 배 부르는 것이 어디 있겠냐.”며 요즘 젊은이들이 궂은일 안하려고 하는 것을 꼬집는다. 열심히 하다보면 보람을 느끼게 되고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원한 물 한잔 주는 사람, 커피한잔 주는 사람들에게 그저 고맙고 감사하단다. 추석명절을 지낸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당부도 잊지 않는다. “여유 통을 꼭 1개씩 준비 해두시고, 가스가 차 있는지 미리 점검해서 명절에 갑자기 가스 부르는 일 없었으면 합니다.”라고. 그러면서 다른 물가에 비해서 가스 값이 결코 비싼 것이 아니라고 크게 목소리를 높인다. “가스만큼 편리하면서 싼 것도 없습니다.”라고.
(이현숙기자 florist0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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