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고령화시대
강진읍 평동리 박양례(102살)할머니
천지것이 다 소용없어,
저승에다 전화 좀 해주오
아따! 징해서 못살겄네.
시방도 뭐 있으면 하고 잡은데
금방가게 될거
인자사 하먼 뭐한다요.
어이징해라 어이징해라 어이징해라
사방이 다 아파
인자는 가기 싫어도 가야하고
가고 싶은데도 맘대로 못하네.
갈 곳은 한군데 밖에 없는데
왜 이리 맘대로 못한가 모르겄네
오래산께로 징해
어이징해라 어이징해라 어이징해라
떨어지면 다 넘인디
내외는 돌아 누워있으면 넘이여.
떨어질 때는 슬프고말고
어디 갔다 돌아온다허먼
또 본다는 희망이라도 있지만은
한번 갈라져 불먼 소용없어
넘이라 돌아 누으면 이별이여.
그저 성경책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 보고 있는데
아는 것이라고는 성경책 밖에 없어 그러지
심심한 게 늘 들여다보긴 허지만은
하느님네 어서 날 좀 데려가주오
급살맞게 나이만 쳐 묵어가고
어이징해라 어이징해라 어이징해라
배고픈 사람, 옷 없는 사람
밥 주고, 옷 주고, 재워주고
시장에 나온 노인 죽도 많이 사주었더니
나를 이렇게 붙잡고 안 끄셔가네
내 공 이자 다 소용없으니
어서 나 좀 데려가주오
어이징해라 어이징해라 어이징해라
옛날 어떤 남자가 날 보고 말하기를
아따, 아줌씨
손가락에 전부 단추걸이 앉았소
하루죙일 일만하니, 손가락 마디가 전부 단추걸이요.
우리 영감, 말하기를
당신 턱이 좋게 생겨 밥 묵고 사네 허더니
천지것이 이자는 다 소용없어.
박할머니 옆에는 성서와 묵주알이 놓여있다. 젊은 시절 어느 날 발길이 닿는 곳으로 가보니 그곳이 바로 성당이었다. 그때 마리아라는 세레명으로 세레를 받았다.
“무던히 그냥 오고 잡어 죽겄어. 연필도 안잡아봐 못 댕기먼 어쩌까 했더니, 글 몰라도 괜찮다고 나오라 해서 늘 나갔어. 성당에 가서 미사보 쓰고 앉었으먼 마음이 편해······.”
큰아들 이홍식(79),차영자(74)(평동리 여성노인회 회장)부부 와 함께 살고 있는 박할머니는 2년 전부터 몸이 불편에서 바깥출입을 못하고 있었다. 3남 1녀를 두었고 남편은 77세로 세상을 떠났다. 이제 자식들도 모두 70이 넘은 나이다. 평소 베풀기를 좋아한 박할머니는 불쌍한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또한 노인당에도 무엇인가 도움을 주고 싶어 해서 시계나 장구 등 필요한 물품을 구입해주기도 했으며, 떡 한쪽이라도 나눠 먹을 것이 보이면 며느리를 재촉해서 노인당에 보내라고 다그쳤다. 혼자 이러고저러고 당신 맘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어서 며느리도 벌벌 떨 정도로 집안 대소사를 쥐고 살았다. 박할머니의 대쪽같은 성품은 기자와의 대화 중에서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박할머니의 역동적인 표정 몸짓 말 한마디 한마디는 곧 시였다. “어이징해라, 어이징해라, 어이징해라.” 라고 세 번씩 반복하며 말 할때는 온 몸을 몸서리치듯 흔들었다. 며느리 차영자씨는 박할머니가 가장 기뻐하는 날은 일주일에 한번씩 강진본당 신부님과 수녀님 두 분이 방문하여 기도해주는 날이며, 그동안 차곡차곡 모아온 성당 주보를 보물처럼 아끼며 무덤에 함께 묻어달라고 한다고 했다. 기자는 할머니의 손 마디마디에 만들어진 단추들을 꼭 잡아주었다. 열개의 동그란 와이셔츠 손가락 단추들이 꼬옥 붙어있었다. (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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