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청자축제에는 전통과 현대가 함께 공존하는 작품들이 선보일 것”
황옥철 강진청자협동조합 조합장
강진청자협동조합원의 수는 30명이다. 말하자면 30개 업체가 있다는 것이 된다. 그런데 15명이 지금 대기중이다. 그들은 이미 땅을 분양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청자축제가 끝나면 강진청자협동조합원이 된다. 30개 업체에 15개 업체가 합쳐지면 45개 업체가 된다. 처음 10여 개 업체에서 시작한 민간요가 괄목할만한 신장을 한 셈이다.
황옥철 조합장은 올해부터 두 번째로 조합장을 맡았다. 그의 주특기는 유통에 있다. 이미 젊은 날 서울 유명 백화점에서 유통의 귀재임을 인정받았다. 그래서인지 그가 지난 3월 조합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조합원 수가 50%로 늘어난 셈이다.
그는 올해 청자축제에서 선보일 작품은 “전통과 현대가 함께 공존하는 작품들이다.”라고 강조했는데, 그것은 ‘산업도자기’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말로 들린다. 지금까지 청자협동조합은 고려청자를 재현했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거기에 주력해왔다. 그래서 주품목이 매병과 주병, 그리고 보물급 청자를 재현해내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가 ‘현대’라는 말에 힘주어 말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번에 일본을 다녀왔다. 일본은 산업도자기의 열풍이 불고 있었다. 문고리, 타일, 건축재료 등에 도자기를 이용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지금 시도되고 있는 ‘청자기와’ 같은 것이다. 그런데 일본은 그것이 너무나도 광범위하게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시대의 흐름이고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 아닐 수 없다는 점에 그는 공감하고 있었다.
“우리도 산업도자기에 눈을 뜨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살 길이다. 세상이 도자기를 우리 생활 구석구석 사용하고자 하는데, 고려시대의 것만을 고집한다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다.”
황 조합장의 말대로 많은 조합원이 학사출신이다. “그들은 현대그릇을 만들고 있다.”며 “그 방면으로 선구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희망을 크게 걸고 있는 듯한 눈치였다.
“앞으로 각종 악세사리, 변기, 세면기, 전기부품 등을 청자로 만드는 것이 청자산업 발전의 첩경이다.”라고 구체적으로 열거한 그는 “최근 조합원들이 만든 작품들은 청자빛깔에 다른 빛깔을 혼합하고 있다.”는 말로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고 있음을 암시했다. “특히 올해는 대작 위주에서 소작 위주의 작품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해 많은 관광객들이 청자를 사갈 수 있는 전략으로 앙증맞도록 작은 작품을 생산해 내고 있다는 것을 밝혔다.
가을하늘빛 담는 청자를 만들고 싶다
도공의 양면성 때문일 것이다. 이조의 도공들이 겨울 날 내린 흰 눈처럼 하얀 빛깔의 백자를 만들었듯이 고려시대의 도공들은 푸른 가을하늘빛을 닮는 청자를 만들고자 눈이 시리도록 하늘을 치어다보기도 했을 것이다.
시대가 산업도자기로 흘러가고 있지만 황 조합장의 마음 속 깊이에는 가을하늘의 청자를 빚고 싶은 마음이 뭉게구름처럼 일렁거리고 있다. 천년의 예술, 고려청자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길로 가는 것이 진정한 장인이 아니겠느냐는 도공의 갈등이다.
“결국 고려청자도 만들고 산업도자기도 만드는 양면성이 있는 것 같다. 끊임없이 예술에의 혼을 불태우려는 마음과 실생활에서 응용되는 산업도자기를 만드는 것, 이것은 현재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이고, 이번 축제에도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그런 작품들이 선보이게 된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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