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초고령화 시대
박순례(93살)
강진군 신전면 대월리(부춘마을)
“오래돼서 깜박 잊어부렀소, 떠들어보먼 알것이요만은.”
박할머니는 남편이 몇 살에 죽었는지 잊어버렸다며 본인의 나이를 손가락으로 더듬는다. 합죽해진 입이 오물오물하면 얼굴가득한 잔주름이 전부 움직인다. 하지만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 듣는데는 박할머니와 여러 번 웃고 나서였다.
“아이고, 이빨할라 다 빠져가고, 참말로 버꾸가되었고만 인자.”
손가락으로 나이를 몇 번이나 헤아리던 박할머니가 이제는 자신의 나이가 모든 것을 잊어버릴 나이가 되었다는 것에 안심을 하는 표정이다.
“내가 거시기 상첩으로 시집왔어. 6살 묵은 본처 아들이 하나 있었어.”
박할머니는 17살에 이웃마을 윤씨 집안으로 시집왔다. 입에 풀칠이나 겨우 할 수 있었던 가난한 친정은 상첩 자리지만 딸이 조금이라도 풍족한 집안에서 살기를 바라며 시집을 보냈다. 중매쟁이가 나서서 윤씨 집안은 벼슬을 했던 집안으로 사람들 됨됨이가 괜찮으니 어느 자리보다도 나을 것이라며 친정부모를 설득했다. 바로 이웃마을이었기에 친정에서도 모를 리 없는 집안이었지만 딸을 상첩으로 보내면서 친정부모는 마음 아파했다.
(딸싹도 하지 말고 살아라. 살다가 나오면 네 신세는 그만이다!)
상첩으로 시집가는 자신이 비참하게 느껴졌으며 또래 친구들에게 창피하기도 했다. 그러나 친정어머니 당부의 말이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는 박할머니는 주어진 삶을 숙명(宿命)으로 알고 살았다. 또한 풀어버릴 수 없는 가슴앓이들은 즐거운 장소에서 장구를 치며 북을 치며 노래를 부르며 훌훌 날려버렸을까. 박할머니는 노는 장소에는 빠지지 않는 놀이꾼이었다.
놀자 놀자 젊어놀자
늙어지면 못노나니
이러다 저라다 살고나먼
어느 누가 날 찾어오나
“그전에는 장구도 잘치고 노래도 잘하고 이상 괜찮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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