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정과 도움의 손길에 힘이 납니다.
최광호 / 사단법인 강진군방범연합회 감사(43․칠량면 영동리)
지난주 제15호 태풍 ‘볼라벤’이 우리나라를 지날 것이라는 기상예보가 있었다.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초대형 태풍이란 말에 내심 걱정하며 토마토를 키우는 비닐하우스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끈으로 묶고 전기설비를 점검했다. 한편 40 여 년간 강진에 살아왔고 농사를 23년 동안 해오며 땅과 함께 부대낀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강진은 태풍 피해에서 한 발짝 물러선 지역이었다. 이번 태풍도 그렇듯 견딜만한 비바람을 날리며 지나갈 것으로 생각했다.
지난달 28일 자정부터 심상치 않던 바람이 새벽과 아침을 지나며 더욱 휘몰아쳤다. 아침 6시 이후부터 더욱 세차게 불어 닥친 바람은 몸을 가누기도 힘들 지경 이었으며 강풍에 날리며 뺨을 때리는 빗방울은 아플 정도였다. 바람이 워낙 거세 비닐하우스를 단속할 엄두조차 없어 속수무책으로 비닐이 찢겨 날아가는 것을 바라만 봤다. 값비싼 돈을 주고 애써 심은 토마토 육묘도 쏟아지는 비에 못쓰게 되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이 그저 멀거니 지켜봐야 하는 그 심정은 말로 다 이루지 못 할 정도로 가슴이 쓰렸다.
태풍이 잠잠해진 그날 오후 비닐하우스 안팎은 처참했다. 약 8,000㎡(2400평)에 12동의 비닐하우스가 있는데 1/3인 4동이 작물 피해를 입었으며 그중 3동이 반파했다.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잇따른 태풍 ‘덴무’에 추가 피해를 입었다. 두 태풍이 모두 완전히 지나간 지난 31일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푸르럿고 찢겨진 비닐은 바람에 하늘거리며 나부꼈다.
비닐하우스가 파손된 것도 큰 문제이지만 보통 9월에 토마토를 심어 12월에 수확 하는 데 이번 태풍으로 농사를 망쳐 엄청난 손해를 입었다. 이 시기는 별도 난방이 필요치 않아 토마토 농사에 최적기다. 12월에 또 토마토를 심겠지만 겨울철에는 적정 실내온도 유지를 위해 난방을 해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유류비와 전기요금이 많아 수익성이 떨어진다.
쓰라린 마음을 뒤로하고 수습에 나섰다. 피해 규모가 커 너덧 명의 직원들로는 일손이 태부족이었다. 다행히 강진군에서 이틀간 인력을 지원해 복구를 마무리 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찢겨진 비닐하우스가 여러 공무원들의 땀과 온정의 손길로 걷혀지고 조금씩 정리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큰 힘을 얻었다. 강진군의 신속한 복구에 정말 감사와 고마움을 느꼈다.
솔직한 마음 같아선 며칠 더 도와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군 전역에 나보다 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농가가 많이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할 수 있었다. 이 글을 빌어 큰 도움을 주신 강진군 총무과, 상하수도사업소 등 공무원 여러분께 정말 고맙다는 말 꼭 전하고 싶다.
또한 군청을 비롯해 관내 군부대, 경찰서, 소방서, 농협 등 기관들과 사회․봉사 단체들이 군 전역의 태풍 피해 지역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복구 작업에 한창인 것으로 알고 있다. 온 군민은 하나라는 마음으로 남의 일을 내일처럼 도우며 어디선가 온정과 도움의 손길을 펼치고 있는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말씀 드린다.
끝으로 서로의 도움으로 이번 태풍 피해를 하루 빨리 수습해 군민들의 마음에 맑고 파란 가을 하늘처럼 화창한 날이 다시 오길 기대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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