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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기운이 완연한 백련사에는 토종 동백꽃이 만개했다. 천연기념물 151호로 지정된 동백이 1,500여 주가 있어 그야말로 동백꽃등이 선혈처럼 만개한 장관을 볼 수 있다. 백련사 주지 여연 큰스님이 동백나무 아래서 파안대소를 하고 있다. |
백련사 동백꽃등이 선혈처럼 만개한 곳에 서니
쪽빛 바다가 저 아래 누워 있네
백련사의 동백꽃
백련사 동백꽃을 보러가려면
오랜 세월 손 때 묻은
목민심서 한 권 가져가야 하리
한 선비가 앞서 걸었던 길
초당 뒤 숲길을 질러 백련사 법당까지
꽃대궁 꺾인 생꽃을 주으며 가야하리
목민심서 책 갈피마다
애절양 애절양으로 우는
동박새 울음 유난히 슬픈 봄날에 가야하리
마음의 경(經) 한 구절로 절을 짓고
선혈이 낭자한 그 말씀으로 그 길을 가야하리
불화로를 뒤집어쓰고 등신불이 되었더라는
그 큰 절집 이야기도 떠올리며
그 큰 스님이 간절한 원을 세웠던
그 길을 따라 가야하리
그러면 육환장 쇠통방울 소리도
아침 숲길에 고요히 울려퍼지리
백련사 동백꽃을 보러가려면
그 숲길에 얼비친 청자수병 운학문매병
구강포의 출렁거리는 맑은 물굽이 따라
정갈한 마음 치성을 드리고 가야하리 <김숙자 님의 백련사의 동백꽃에서>
봄은 저 쪽빛 다도해를 스쳐 지나온 훈풍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백련사 만경루에서 내려다보이는 강진만의 푸르딩딩한 바다는 만경루 앞 배롱나무 사이로 편안히 누워 있다. 이제 훈풍이 바야흐로 간지럼을 입히기 시작하면 한 점 구슬처럼 보이는 죽도에 하얀 물보라처럼 벚꽃이 만개할 것이고, 더 거슬러 탐진강 깊숙이 파고들면 석교다리를 중심으로 한 벚꽃터널이 만화방창 할 터이다. 뿐인가. 까치내재 그 구절양장의 고갯길 벚꽃 터널도 보은산 한쪽을 흰 선으로 그어놓은 듯 만개할 것이다. 그래서 백련사는 가장 먼저 봄소식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아니, 이미 백련사는 동백꽃등으로 뒤덮여 버린 상태다. 백련사로 올라가는 길목부터 만개한 동백꽃은 왼손쪽 오솔길부터 장관을 이룬다. 아름드리 동백나무 밑에는 모감모감 떨어진 동백꽃이 수북수북 쌓여 있다. 깨끗하고 정제된 죽음이 아닐 수 없다. 십여 년 전 개량동백이 나왔을 때 인기가 있는 듯 하더니 금세 알아주지 않는 꽃이 돼버렸다. 꽃의 죽음이 깨끗하지 못해서다. 꽃이 부러지듯 툭툭 떨어지는 토종 동백꽃에 비해 개량동백은 꽃이 탐스럽고 화려하지만 꽃이 질 때는 뒷맛이 개운하지가 않다. 말하자면 죽음치고는 추접하다고나 할까. 하지만 백련사 동백은 토종뿐이다. 젖꽃판 위에 앙증맞고 도톰하게 도드라진 젖꼭지 같은 백련사 동백은 그래서 한국 여인의 정절을 보는 듯하다. 그 핏빛 색깔에서 우리는 한없이 어머니의 내음새를 맡을 수 있다.
冬섣달 소로시 피는 꽃 / 빨간 동백꽃 // 된서리 몰아오고 / 기러기 사위어도 // 굽히지 않는 넋인 양 / 곱게 웃는 꽃송이 // 가슴 앓는 시인이 병 우러러 / 손짓하던 꽃 // 싱그러운 아침에 피었구나 / 빨간 동백꽃 <안도섭의 동백꽃에서>
백련사의 동백꽃등은 켜져서 아름답고 모감모감 떨어지는 모습 또한 처연할 만큼 아름다워서 시인치고 백련사동백꽃을 노래하지 않은 시인이 없을 정도다. 그리고 김숙자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백련사 동백꽃을 보러 가려면 목민심서 한 권쯤은 가슴에 품고 가야 한다. 그만큼 다산(정약용 茶山)은 백련사와 인연이 깊다. 주역에 심취해 있던 혜장선사와의 질긴 인연은 다산에게 큰 위안이 되었고, 그래서 다산은 다산초당에서 오솔길을 따라 백련사를 다녀오곤 했다. 18년간의 유배지인 강진에서 많은 세월을 보냈던 다산초당. 백련사는 바로 다산초당과 인접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백련사는 천년고찰이요, 많은 국사(國師)가 주석했음을 거듭 증명하는 용혈암 복원이 한창이다. 여연 큰스님이 5년 전인 1998년 6월 달에 주지로 부임한 후 용혈암 복원에 힘을 쓴 탓이다. 백련결사 운동을 주창한 원묘국사와 정명, 진정, 진감 등 4국사를 배출한 곳이 백련사요, 용혈암에서 또한 4국사는 지냈다. 소라 속처럼 생긴 용혈암은 찾아가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러나 현재 만덕광업 뒤쪽에 있으므로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 용혈암은 계곡물이 맑고 먼 곳의 천관산까지 바라다 보이는 명당이다. 철쭉이 필 때면 거대한 암벽과 함께 그 정취가 아무데서나 맛볼 수 없을 정도다. 바로 그 곳 용혈암을 다산도 해년마다 찾곤 했다.
백련사는 시방 동백꽃등이 만발해 있다. 500여 권을 저술한 다산 선생의 그 많은 말씀이 동백꽃등으로 변해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런 백련사 입구에서 다산초당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바다가 슬그머니 자태를 보이다가도 어느 틈에 숨었다가 다시 나타나곤 한다. 바다 풍경을 바라보는 만덕산 자드락길은 일반의 둘레길과는 전혀 그 맛이 다르다. 산과 수를 이 봄에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련사를 찾으면 동백꽃에 취할 수도 있지만 다산초당으로 가는 자드락길에서 바다냄새를 맡으며 봄을 가슴 가득 느낄 수 있다.
고요하다 // 반들거리며 빛나는 혓바닥 몇 개 / 아무런 말이 없이 / 몽글거리는 유두(乳頭)만한 꽃망울을 위해 / 열정으로 불태우고 있다 //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 / 소리치지 않아도 다 안다 // 침묵, 그 하나로 / 거룩한 생명을 꽃피우기 위해 /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 동백(冬柏)이여. <윤관 ‘동백나무’>
송하훈 기자
용혈암 복원은 자연에의 회귀요, 자랑스러운 문화재의 보호
백련사 주지 여연 스님
백련사 주지 여연 스님(사진) 일찍이 대흥사 일지암에 계시면서 차문화 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그런 여연 스님은 남도의 끝자락 만덕산에 깃든 차향과 함께 <반야병다> 한 잔을 권하며 속진의 때를 벗기고 가길 원한다. 그러면서 백련사야말로 도량이 좋은 곳이라고 추켜세운 여연 스님은, 원묘국사 요새(了世)가 개창한 백련결사는 보조국사 지눌의 수선결사와 더불어 고려 무인정권기의 불교계를 이끌었던 대표적인 불교운동단체였다며 요새의 백련결사는 지눌의 수선사에 못지않게 성황을 이루었다고 말했다.
여연 스님은 그동안 용혈암 복원을 위해 앞장서 왔다. 그는 “8국사를 배출한 백련사는 특히 용혈암과 깊은 관계가 있다”며 “용혈암은 불교적 성지이기도 하지만 다산 컨텐츠로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마다 참꽃과 개나리가 아름답게 피어나는 용혈암은 그 복원을 통해 새로운 문화관광지로서 조성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진문화는 어딘가 모르게 팍팍한 느낌을 주고 있는데 화합을 등한시하는 것이 강진인의 약점이다” 여연 스님은 이렇게 강진문화에 대히 말문을 연 후 “좋은 문화, 전통 문화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일을 함께 도모하는 단결력이 없어 심히 안타깝다”고 일침을 놓는다. 타개와 극복을 위해서는 개인의 아집과 욕심을 버려야 하고, 용서하고 화해하는 마음이 넘쳐났을 때 강진문화는 발전을 거듭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금 강진에서는 영랑은 영랑대로, 청자는 청자대로, 다산은 다산대로, 백련사와 무위사는 백련사와 무위사대로 따로 놀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유기적으로 연계해야 한다”
여연 스님은 누구보다도 문화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높다. 주제별 테마는 독특하지만 문화벨트화를 못시키고 있기 때문에 안타깝다는 게 스님의 생각이다. 청자축제에 대해서도 “축제는 편리하고 즐거워야 한다”며 “특별이벤트만 청자촌에서 하고 시내가 들썩거릴 수 있도록 강진읍에서 축제를 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장흥 물축제만 하더라도 장흥읍에서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님은 또 “강진에 고급손님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는 것도 문제이다”라고 지적했는데, 이를테면 다산초당, 백련사, 무위사, 성전 녹차밭 등에 숙박할 수 있는 시설 또한 필요하다며 숙박시설의 태부족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강진 마량간 4차선 도로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가우도를 통해 자동차가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이다. 그래야만 강진의 모든 지역이 활성화 될 수 있다”
여연 스님의 생각은 이래서 톡톡 튄다.
교통 : KTX를 이용할 경우 서울 용산에서 광주나 나주행을 타면 쉽다. 광주역에 도착하면 광주버스터미널에서 강진까지 오는 버스를 타면 된다. 나주역에 내릴 경우 영산포버스터미널에서 강진행 버스를 타면 된다. 고속버스를 이용할 경우 서울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강진행 버스를 타면 4시간 쯤 걸린다. 승용차는 호남고속도로나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된다.
음식점 : 강진은 무엇보다도 한정식이 유명하다. 물어볼 필요가 없이 명동식당, 예향, 둥지식당, 강진만한정식, 해태식당 등을 물어 찾으면 맛깔 있고 푸짐한 한정식을 먹을 수 있다. 횟집은 청자골 횟집, 가거도, 갯마을 횟집, 황금어장 등이 있고, 토종닭은 신토불이식당을 찾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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