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청자가 걸어온 길(3)
부산 APEC 정상회담 국빈 선물용
합 만찬식기 제작 총괄 납품을 하기까지
전 강진청자박물관 연구개발실장 윤태영
부산 APEC 정상회담 국빈 선물용과 합 만찬식기를 강진청자박물관에서 만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나는 여러 차례 신문·방송과 인터뷰를 해야만 했다. 국내 최고의 신문인 동아일보를 비롯해서 연합통신, 목포 MBC 등과 지방 일간지 등이었다. 나는 만든 과정과 납품 과정을 설명했고, 그 같은 기사가 나가자 갑자기 주문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주문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평상시 근무시간으로는 주문을 모두 소화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야간작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었다.
일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가 불만이 없었지만 주문량을 제 날짜에 맞춰야 한다는 것에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주문은 주로 개인이 많았지만 큰 회사에서 대량으로 주문해 오는 경우도 있었다.
한편, 강진청자박물관으로 주문이 쇄도하는 것과 때를 맞추어 민간요에서도 부산 APEC 정상회담 국빈 선물용과 합 만찬식기의 주문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민간요에서도 대량으로 판매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이 같은 현상은 강진청자박물관이 생기고 나서 처음이었다. 강진청자의 위상이 한껏 올랐고, 개인요에서는 대박까지 터트리는 행운이 찾아왔다. 개인요에서도 회사에서 대량 주문이 많아 대박을 터트리는 데 일조를 하였다.
그리고 이렇듯 주문이 쇄도하기를 3~4년 동안 계속되었으니 강진청자는 흥행이었고, 청자촌은 웃음꽃이 활짝 피어났다.
당시 황주홍 군수는 강진청자의 대박을 예감했는지 부산 APEC 정상회담 국빈 선물용과 합 만찬식기를 서울 롯데호텔 로비에 전시할 것을 지시했었다. 강진청자를 홍보하기 위함이었는데, 아마도 대박을 터트리기까지는 그 또한 한 몫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당시 황 군수는 강진청자박물관 연구개발실장 직무대리로 승진을 하자마자 관광객과 언론사 입회하에 화목가마 공개요출을 지시했었다. 공개요출을 하지 않았을 때는 박물관 식구들끼리 오순도순 요출했었는데, 화목가마를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강진청자박물관이 생기고 나서 처음 일이었고 불안감 때문이었다.
“잘못 나오면 어떻게 되나?”
만일 한 번이라도 잘못 나오면 강진청자 위상은 말할 것도 없고 체면이 말이 아닐 수도 있었다. 그러나 처음엔 식은땀이 나올 지경이었지만 반복해서 하다보니 차츰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러다가 부산 APEC 정상회담이 열리게 된 거였다.
그런데 두 가지의 일을 한꺼번에 맞닥뜨렸기 때문이었을까. 그 일이 끝나자 극심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간암이 찾아온 거였다. 충격이었다. 2차 수술을 받고 5일 후 깨어나기도 했다.
“일을 해야 한다!”
나는 오로지 그 생각뿐이었다. 장기 병가나 휴직은 동료들에게 미안할 뿐 아니라 나 역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 그 때 별정 5급 승진의 소식이 들려오자 더욱 그런 마음만 앞섰다.
그 후 둘째딸의 간이식을 인해 나는 새 생명을 얻을 수 있었고, 강진청자박물관에서 정상적으로 일할 수 있었다. 그리고 퇴직을 한 후에는 2011년 ‘동인요’라는 개인요를 만들고 청자빚기에 날마다 땀을 흘리며 지내고 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내가 만든 작품이 세계 정상들에게 건네지고, 내가 만든 그릇으로 그 분들이 음식을 들었다는 사실은 한 평생 두고두고 잊지 못할 나만의 추억이 될 것 같다. (그동안 저와 함께 그 일을 해낸 동료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연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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