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진강, 강진의 미래에 풍요를 더해 줄 젖줄이다
윤영갑 (군동면장)
인류가 삶의 터전으로 삼는 곳이 강 주변이고 강변을 중심으로 비옥한 농경지가 형성되니 무릇 강은 생명이요, 삶의 원천인 것이다. 강물은 발원지에서 한 방울 한 방울 모여 온 산하를 적시고 흐르다 바닷물이 된다. 그래서 흔히들 강물을 젖줄이라 한다.
우리고장을 지나 강진만으로 유입되어 남해바다로 흘러드는 탐진강은 장흥 유치와 영암 금정경계에 있는 국사봉에서 발원하여 도내 영산강, 섬진강과 더불어 3대강의 하나로 그 길이가 55km에 달하는 그야말로 인근 장흥군과 강진군을 잇는 젖줄이다.
탐진의 어원은 신라 문무왕 때 탐라국의 탐(耽)자와 강진의 진(津)자를 합하여 부르게 된 것에서 연유한 것으로 2006년 상류지역인 장흥 유치면에 댐이 건설되면서 당초 탐진댐이라 하였으나 몇 년 전 장흥댐으로 명칭이 바뀌면서 탐진강을 본류로 한 댐임을 알 수 있는 역사가 묻혀버린 것은 늘 아쉬운 느낌이다.
댐건설 후 하류지역 군동과 강진만 생태계는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매년 봄, 여름에 겪던 하류지역의 가뭄과 홍수피해가 크게 줄고 서남권 지역에 안정적인 물 공급에 기여한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1급수에서만 볼 수 있던 은어, 참중고기, 꺽저기, 눈동자개, 납지리, 동사리, 갈겨니, 긴몰개, 점줄종개 등 지금은 그 이름조차도 생소해져 버린 어종들이 흔적 없이 사라지고 강진만의 어패류가 씨가 말라간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강진군에서 탐진강 하류지역의 하도정비사업을 실시하면서 강변에 드넓은 고수부지가 생기고 석교다리 부근에 보(洑)가 생기면서 탐진강의 생태계를 더 심화시켜왔다. 필자는 장흥과 강진사이의 탐진강변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어린 시절 탐진강에서 멱을 감았고 중 ․ 고교를 강진과 장흥에서 다녔으며 직장 또한 양 자치단체에서 두 번 씩이나 번갈아 가며 근무하는 인연을 갖고 있다. 그만큼 탐진강의 과거에 대해 알고 있고 매일 탐진강을 가로질러 출퇴근하면서 느끼는 애환과 개발에 대한 아쉬움 또한 많다.
어릴 적 강변의 갈대와 풀밭사이에 숨어있다 발소리에 놀라 우르르 게구멍 속으로 달아나는 말똥게 소리에 놀라고 섬진강 못지않게 강바닥에 널브러진 재첩껍질에 발바닥을 다치는 것도 다반사였다. 특히 임금님께 진상되었다는 탐진강 은어는 그 개체수가 너무 많아 까맣게 몰려다녀 특별한 도구 없이 막대기로 후려쳐 잡곤 했었는데 이 모든 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 아려옴을 느낀다.
특히 대개의 보(洑)가 농업용수 확보용임에도 석교다리 하부에 설치된 석교보는 그 의미조차 없이 오히려 탐진강의 어류생태계를 파괴하는 주원인이 되고 있다. 보가 막아지기 전에는 강진만에서 밀려든 바닷물이 탐진강 취수원 근처까지 밀려들었는데 보가 생긴 뒤로는 바닷물과 민물의 차단벽 역할을 톡톡히(?)하고 있다. 탐진강은 그저 흐르는 강으로만 생각해선 안 된다. 우리지역의 역사요, 지역의 미래를 풍요롭게 해줄 젖줄로 다시 봐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강진지역만이 가질 수 있는 자원으로 가꿔나가야 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강진군이 발 벗고 나서 실시하는 탐진강하천정비사업 용역은 큰 기대를 걸게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보를 철거하고 대신에 석교교를 중심으로 한 상 ․ 하류에 징검다리를 겸한 여울형 어도를 시설하여 민물과 바닷물이 자연스레 교차하고 흐를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하여 산란을 위해 상류로 올라가는 어류의 통로를 확보해 주고 민물과 바닷물 교차지점에서 생겨나는 조개류가 다시 살아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봉사단체가 화초류를 식재관리하다 손을 뗀 후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체육시설외 고수부지공간을 정비하여 내년 봄 관내 기관단체가 참여하는 꽃밭조성과 군동면에서 추진하는 달맞이꽃단지 조성계획은 늦은 감은 있지만 탐진강을 군민의 자원으로 되돌려주는 적절한 시책이 아닌가 싶다.
강진 군동과 장흥읍은 탐진강을 젖줄로 하여 마을이 형성되어 있고 양 군청은 국내에서 군소재지간 거리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그런 만큼 양 자치단체가 유 ․ 불리와 손익을 떠나 탐진강을 매개로하여 상생할 수 있는 정책을 강구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탐진강 발원지에서부터 강진만에 이르는 둘레길 조성, 순천만에 버금가는 백금포와 남포 앞 갈대밭 산책로 개설, 강변 마라톤코스 개발, 강변을 끼고 도는 자전거 도로 등을 검토해 볼만하다. 또한 지금 강진군에서 시행하고 있는 탐진강변 군동지구 고수부지 수변공원 조성과 함께 미활용 고수부지에 청자축제와 물축제 탐방객을 수용할 수 있는 캠핑촌을 조성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고려학자 야은 길재의 ‘五百年 都邑地를 匹馬로 돌아드니 山川은 依舊하되 人傑은 간 데 없네’ 라는 시조가 생각난다. 탐진강은 오늘도 유유히 흐르지만 그 속에서 노닐던 옛날의 어종들은 구경하기 어렵다. 우리지역의 젖줄 탐진강이 더 다듬어지고 생태계도 되살아나 예전처럼 시커먼 은어 떼와 1급수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어종이 한가로이 노닐고 고수부지의 활짝 핀 꽃밭에서 여유를 즐기게 해야 한다. 세느강변에 파리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산책을 즐기는 모습처럼 머지않아 먼 나라가 아닌 우리지역 탐진강변에서 도시민과 지역민이 함께 어우러져 삶의 여유로움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