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청자DB구축, 500년 역사의 파노라마를 완성하다
조은정(강진청자박물관 학예연구사)
강진 청자요지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 1913년이니 올해로 꼭 100년이 된다. 100년이라는 기간 동안 여러 차례 연구조사가 있었지만 그 결과는 보고서나 도록과 같은 지면으로 제공되어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얼마 후면 강진 청자요지에서 만든 청자를 보고서나 도록이 아닌 컴퓨터로 어디서든 자신이 찾고 싶은 내용을 선별하여 검색할 수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추진하고 있는 국가DB사업에 강진군이 공모한 ‘고려청자DB’구축사업이 선정되어 올해 8월부터 시작된 1차년도 결과가 12월 31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는 것이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에 걸쳐 강진청자박물관의 완품 유물을 비롯해 1991년 188개소 청자요지 지표조사에서 수습된 청자 편, 특별전과 학술심포지엄 발간자료, 연구자들의 논문 등이 서비스된다.
강진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고려청자의 발생기부터 발전기, 절정기, 변화와 쇠퇴까지 500년의 긴 역사를 갖고 있는 곳이다. 그야말로 고려청자의 ‘요람에서 무덤까지’이다. 청자요지가 있는 대구면과 칠량면에는 곳곳에서 청자 편과 갑발이 발길에 채인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완형의 유물도 중요하지만 선별과정에서 버려진 수많은 ‘사금파리’도 중요한 학술적 단서와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이다. 고려청자DB구축은 온라인상에서 그러한 사금파리에 대한 보다 많은 자료를 쉽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통합정보관리시스템이다.
20년 전 흑백 도판의 보고서가 발간된 후 수 만 점의 청자 편은 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고 일부는 전시실에 전시되어 있다. 그러나 전시된 소량의 청자 편으로는 고려청자 500년 역사를 모두 다 보여주기에 한계가 있다. 이번 고려청자DB구축은 방대한 양의 청자 편에 대해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구체적인 설명도 제시함으로써 학생, 일반인은 물론 전문 연구자에게도 강진 청자에 대한 자료 집대성의 기능을 할 것이다.
며칠 전에도 일본 학자 2명이 청자박물관 소장유물 1점을 열람하기 위해 강진을 다녀갔고, 매년 논문을 준비하는 대학원생, 교수, 중국과 일본 도자사학자들이 유물 열람 신청을 하고 있다. 고려청자DB가 구축되면 더 많은 연구자들의 강진 방문이 이어질 것이다. 또한 강진 군민들도 말로만 듣던 사적 제68호 청자요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자료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강진군민의 역사적 자부심과 애향심이 고양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출향인들도 고향의 문화유산을 자신있게 자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재현청자를 만드는 요업체에서도 다종다양한 고려청자의 기형과 문양, 형태를 참고삼아 신상품을 개발하는데 활용할 수도 있다.
어릴 적 기억에 청자 사금파리를 사겠다면서 집집마다 돌아다니던 할아버지가 있었다. 아마도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그 할아버지의 손을 거쳐 강진의 수많은 청자 편이 골동상을 통해 출처가 어딘지도 모르는 채로 사라졌을 것이다. 안타깝지만 지금이라도 작은 청자 편의 출처를 확인하고 이름을 지어주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고려청자의 고장인 강진군의 역사적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를 시작으로 고려청자DB구축 사업이 완료되는 2015년에는 강진 청자요지의 길고 긴 500년 역사의 파노라마가 모두 완성된다. 이 사업은 강진이 고려청자의 처음이자 마지막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며, 또 강진에서밖에 할 수 없는 역사적 과업이다. 이제 고려청자DB구축 사업은 남도답사 일번지 강진의 또 다른 온라인 답사지로서 전 국민의 관심을 받게 될 것이며, 강진 군민의 자랑거리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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