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인 시대가 그립다 (2)
황혼 빛은 정말 아름다워
지난날 경북 대학교 총장을 하시던 ‘반 찬석’ 교수님의 고백을 들어봅니다. 이 분의 아버지가 소작농으로 배우지 못한 것을 한하여 자식이라도 잘 가르치기 위해 시골 ‘산청’이라는 곳에서 아들 하나를 대구중학에 유학을 보냈다고 합니다. 아들 반 찬석 군은 중학 1학년 때 성적이 68명중 68등, 꼴찌를 하였다지요. 방학 때 고향에 내려가 차마 부끄러운 성적표를 부모님 앞에 내 밀수가 없어 잉크로 표시된 성적표를 1/68로 고쳐 아버님께 보였다고 합니다. 무학인 아버지가 아들이 1등 했다고 거짓말하니 그 말을 믿고 동네에 돌아다니며 크게 자랑, 집안의 재산 1호인 돼지를 잡아 잔치를 하였답니다.
아버지에게 진실을 호소치 못한 죄책감으로 자살까지 결심했다가 다시 각오하기를 나도 1등 할 수 있다는 결심을 갖고 이후 열심히 공부 그로부터 17년 후 대학교수가 됐다고 하지요. 아들이 나이 45세 되던 날 부모님 앞에 무릎을 끌고 앉아 33년 전의 일을 사죄하려하자 이 때 그 아버지는 “그만 해라 손자 아가 들을라 다 알고 있었다.“ 자식이 위조한 성적표를 알고도 덮어주시고 재산 목록 1호인 돼지까지 잡아 잔치를 하신 부모님의 넓으신 사랑에 감복 오늘날의 자기가 있게 하여주신 부모의 은덕(恩德)을 잊을 수 없다는 고백한 실화입니다.
그같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마음의 죄를 짓는 사람인데 그 중에 제일 큰 죄가 부모를 속이는 죄라고 하지요. 부모는 일생동안 자식의 잘못을 몇 번이나 용서할까요? 그리고 그 아픔의 마음을 담아두고 있는 부모는 없고, 자식에게 끝까지 다 용서하고 잊어버립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듯이 집안의 화목을 위해 늘 햇살처럼 포근한 천륜의 사랑으로 따뜻이 감쌉니다. 그것은 바다같이 넓으신 부모님의 깊고 진한 정때문이겠지요.
과거 영국의 수상을 지낸 ‘윈스톤 처칠’경의 일화 중에 기억나는 내용 하나를 여기에 밝혀봅니다. 런던에서 떨어진 시골에 여행을 하던 중 도시에서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호수가 너무 좋아 거길 뛰어 달려가다가 그만 물에 빠져 죽기 일보직전 그때 마침 호수 가를 지나던 한 소년이 구해줘 살아난 사실을 집에 돌아와 아버님께 말했다지요. 시골 농촌에 사는 그 생명의 은인(恩人)을 런던 집으로 데려 와 “정말 그때 고마웠어”라고 말하니 “뭐 내가 할 일을 했을 뿐이야” 이 사실을 처칠의 아버님께 말씀드리니 아버지가 그 소년을 불러와 장차 소원을 물으니 자신은 아픈 사람을 살리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집이 가난해 대학에 갈수 없는 형편을 알게 된 처칠의 아버님은 마침내 런던의 의과대학에 입학 의사가 되었습니다. 시골 소년에 의해 구출된 도시 소년은 후에 영국 수상이 된 ‘윈스턴 처칠’이 되었습니다. 그 후 1940년 5월 영국이 독일군의 침공으로 처칠은 당시 중동지방에 순시하러 갔다가 뜻하지 않게 폐렴에 걸리고 말았지요. 하지만 당시는 폐렴에 약이 없어 죽기 일보직전 고열에 시달리고 있을 때 처칠을 살려낸 사람이 바로 ‘플레망’이 페니실린을 발견해 내 처칠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 두 사람의 길고도 아름다운 끈질긴 인연은 둘 다 큰 감동을 주었다지요. 살아가다보면 인간 세상에 좋은 인연은 반드시 있게 마련입니다.
성공이란 혼자만 빨리 가는 게 아니라 곁에 인연이 닿는 동반자와 같이 상생하는 것이지요. 그것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믿음이란 덕(德)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나라에서든 공항 로비에는 짐들을 들고 어디론지 수속하고 오고 가는 사람 할 것 없이 시끌벅적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되면 각자의 곳으로 뿔뿔이 다 떠난 뒤 공항은 텅 빕니다.
어떤 사람이 묘지 앞 비석에 써진 글을 한참 읽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그래 그렇지 하며 그 내용을 음미해 봤다지요. “나도 당신처럼 그 자리에 서 있었소. 나도 당신처럼 그 자리에 울고 있었소. 당신도 이제 나처럼 죽을 준비를 하시오”. 라는 말입니다.
우리 인생은 누구나 가는 마지막 길이 있지만 그 황혼 빛이 아름다워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우리나라가 황혼 이혼율이 급증 배우자에게 천대받아 거리에 쫓겨나는 사람, 양로원이나 노인정에서나 자식 없이 비참하게 노숙하다가 끝나는 허무한 인생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 부자간에 함께 사는 가족이 절반도 채 안된다고 하지요.
이혼하고 혼자 자녀를 키우는 사람이 100만 명이 넘어 반쪽 가족의 비율이 50%를 넘어섰다는 한심한 뉴스를 들으며 걱정이 앞섭니다. 그 원인은 이혼인데 지난 해 126만 명에서 40.2%가 더 증가했다고 합니다. 전통가족이 절반으로 떨어지고, 반쪽가족이 50%가 넘어섰다니 기가 찰 노릇이지요. 과거 “김구선생”이 처음 표현한 아름다운 가족의 전통을 가화만사성이라고 한 말이 지금 시대에 왠지 어색해지고 부끄러워 질 뿐입니다.
한 가정이나 사회가 그 어떤 어려운 경우일지라도 서로양보하고, 화목하며 이해하는데서 성사되는 것인데, 냉엄하고 살벌하게 자기 먼저 챙겨놓고 보는 이기심의 한심한 현실사회가 돼 버렸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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