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송하훈의 화요칼럼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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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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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훈의 화요칼럼 '눈'

지난 1224일 눈이 내려 온천지가 백색 세상으로 바뀌었다. 가볍게 내린 것도 아니고 폭설이다 보니 하얀 색 말고는 어떤 색깔도 볼 수 없는 경경냉서(經瓊冷絮)의 모습이다.

눈을 용의 비늘로 표현한 시인이 있다. 용의 비늘이라니, 그 표현이 무척 재치가 있질 않는가?

 

옥룡(玉龍) 백만이 구슬을 다투던 날

바다 밑에선 양후(陽侯)가 떨어진 비늘을 주어 (중략)

이 시의 지은이는 탄지(坦之)라는 승려인데, 제목은 배꽃이 진다이다. 배꽃이 눈처럼 흩날려 떨어지는 풍경을 묘사한 것으로 옥룡은 나뭇가지에 쌓인 눈을 비유하고 있고, 양후는 물귀신 이름이다.

대구지방 민요에서는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한 자 두 자 배워서 /솜솜이 자라서 /백두산에 올라가서 /이리저리 뿌리니

그날 그때 기시부터 /저런 눈이 오더란다.

 

아산지방 민요다.

 

눈이 온다 /펄펄 /사랑눈은 오도록/ 오늘은 더 와서

/점점 쌓여라 /높은 산과 얕은 산이 /흰 실모자 쓰고서

/마른 눈은 낡게 앉어/ 꽃이 피었네

 

정철(鄭徹)<송강가사(松江歌辭)>에서 어떻게 노래했을까.

 

송림에 눈이 오니 가지마다 꽃이로다

한 가지 꺾어내어 임 계신 데 보내고져

임이 보신 후에야 녹아지다 어쩌리

 

눈꽃가지를 임에게 보내고 싶은 마음은 곧 임금에 대한 그리움이 아닌가 싶다. 자신의 충절을 눈꽃가지에 비유했는데 임금이 자신의 충심을 느끼고 나면 눈이 녹아져도 상관없다는 마음의 노래가 아닌가 싶다.

눈을 소재로 한 소설로는 이청준의 <눈길>이 인상 깊다. 소설 속에 나오는 대화 몇 마디를 소개해 본다.

눈길을 혼자 돌아가다 보니 그 길엔 아직도 우리 둘 말고는 아무도 지나간 사람이 없지 않았겠냐. 눈발이 그친 그 신작로 눈 위에 저하고 나하고 둘아 걸어온 발자국만 나란히 이어져 있구나.”

그래서 어머님은 그 발자국 때문에 아들생각이 더 간절하셨겠네요.”

간절하다뿐이었겄냐. 신작로를 지나고 산길을 들어서도 굽이굽이 돌아온 그 몹쓸 발자국들에 아직도 도란도란 저 아그 목소리가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는 듯만 싶었제. 산비들기만 푸르르 날아올라도 저 아그 넋이 새가 되어 다시 되돌아오는 듯 놀라지고, 나무들이 눈을 쓰고 서 있는 것만 보아도 뒤에서 금세 저 아그 모습이 뛰어나올 것만 싶었지야. 하다보니 나는 굽이굽이 외지기만 한 그 산길을 저 아그 발자국만 따라 밟고 왔더니라. 내 자석아, 내 자석아. 너하고 둘이 온 길을 이제는 이 몹쓸 늙은 것 혼자서 너를 보내고 돌아가고 있구나.”

여기에서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며느리이고, 어머니는 시어머니인데, 시어머니는 아들과 함께 버스정류장까지 함께 걸었다가 되돌아 오면서의 감정을 고백하고 있다. 저자는 이 소설은 일종의 자기 기호화(記號化)로서 동변상련의 이웃 공감을 얻어나가는 조그만 한 위무의 길이 될 수 있음으로해서다라고 밝혔다.

눈에 대한 이야기는 정채봉 동화작가의 <오세암>이 단연 절정을 이룬다. 길손이란 다섯 살짜리 아이를 관음암 암자에 홀로 남겨놓고 양식을 구하기 위해 스님은 산을 내려오는데, 그만 폭설로 인해 한 달 스무날이 지나서야 도착한다. 그런데 굶어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길손이 살아있는 게 아닌가. 길손은 엄마가 와서 배고프다고 말하면 젖을 주고 함께 놀아주었다는 것이다. 그 길손은 부처님이었고, 다섯 살 아이가 부처님이 된 곳이라 하여 <오세암>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필자의 장편소설 <십계도>에도 폭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금어인 남편이 절에서 부처를 그리고 있을 때 아내가 절을 찾아온다. 그래서 사하촌 어느 집 불 때지 않은 냉방 하나를 얻어 화롯불에 의지하며 밤새도록 부부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데, 밖에서는 밤새 눈이 내리더란 이야기다.

눈에 대한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아름다울 수도 있고 슬플 수도 있는 추억은 눈 내리는 날이면 떠오르기 마련이어서 이번 폭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지난날을 회상해보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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