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욱의 도사리와 말모이①
감투밥과 고깔밥
임금이 먹는 밥은 수라, 양반이나 윗사람이 먹는 밥은 진지, 하인이나 종이 먹는 법은 입시, 귀신이 먹는 밥은 메라고 불렀다. 밥은 같은 밥인데 들어가는 목구멍, 그러니까 포도청 어니냐에 따라서 이름이 달라졌던 것이다.
국이나 물이 없어 먹는 밥은 강다짐, 반찬 없이 먹는 밥은 매다니, 꽁보리밥은 두 번 삶는다고 해서 곱삶이라고 한다. 그러나 강다짐이나 매다니, 곱삶이, 반찬이 소금뿐인 소금엣밥에 남이 먹다 남은 대궁밥은 먹더라도 마음 편하게 먹는 밥이 남의 눈치나 보아 가며 먹는 눈칫밥이나 값을 치르지 않고 거저 먹는 공밥보다는 훨씬 살로 갈 것이다.
드난밥은 드난살이하면서 얻어먹는 밥인데, 드난살이는 드난으로 살아가는 생활을 말하고, 드난은 대개 여자가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고용살이하는 일을 가리킨다. 기승밥은 논밭에서 김을 맬 때 집에서 가져다 먹는 밥이고, 사잇밥은 새참, 밤밥은 밤늦게 먹는 밥, 즉 야식(夜食)을 말하는 것이다. 구메밥은 옥의 벽 구멍으로 죄수에게 넣어 주는 밥으로 교도소애서 먹는 콩밥과 비슷한 뜻의 말이다. 소나기밥은 소나기가 오는 것처럼 갑자기 많이 먹는 밥을 뜻한다. 아마 거식증(巨食症) 환자가 먹는 밥일 것이다.
밥은 어떻게 지어졌는가에 따라 진밥과 된밥, 선법과 탄밥으로 나뉘는데, 실수를 하면 삼층밥이 되고, 일부러 한쪽은 질게, 한쪽은 되게 지은 밥은 언덕밥이라고 한다. 아주 된 밥은 고두밥이라고 하고, 찹쌀이나 멥쌀을 시루에 쪄서 지은 고두밥은 지에밥이라고 한다. 지에밥에 누룩을 섞어 버무린 것을 술밑이라고 해서 술의 밑감으로 쓰이는데, 술을 담글 때 쓰는 지에밥은 술밥이라고도 한다. 되지기는 찬밥에 물을 부어 다시 지은 밥을 가리킨다. 누룽지는 늘어붙었다고 해서 눌은밥, 솥이나 가마를 훑어낸 것이라 해서 솥훑이, 솔올치 또는 가마치라고 부르기도 한다.
밥을 그릇에 어떻게 담는가에 따라서 이름도 달라진다. 그릇 위까지 수북이 담은 밥은 감투밥이고, 밑에는 다른 밥을 담고 그 위에 쌀밥을 수북이 담은 밥은 고깔밥이라고 한다. 고깔밥과 비슷하게 잡곡밥을 먼저 담고 그 위에 쌀밥을 담아서 겉으로만 많아 보이게 하는 밥을 뚜껑밥이라고 한다. 전에 혼분식 장려를 할 때, 학교에 가서 검사를 받으려고 쌀밥 위에 보리밥을 덮거나 보리밥알을 듬성듬성 심어 놓은 밥은 무엇이라고 하는 것이 좋을까. 겉보기만 보리밥이니까 겉보리밥이라고 하면 어떨까. 도시락을 북한에서는 곽에 담았다고 해서 곽밥이라고 한다.
기억에 둘 만한 도사리들
감투밥: 그릇 위까지 수북이 담은 밥
강다짐: 국이나 물이 없이 먹는 밥
구메밥: 옥의 벽 구멍으로 죄수에게 넣어 주는 밥
매나니: 반찬 없이 먹는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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