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피해, 개인의 문제인가? 국가적 문제인가?
‘흡연피해구제를 위한 소송, 국가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이영애 회장(전 강진군여성단체협의회장)
우리 민족에게 또 한 번의 새해 ‘설날’을 맞이하였다. 누구나 새해를 맞이하면서 한두 가지 결심을 하기 마련이다. 학생은 공부에 대하여, 여성은 다이어트에 대하여,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금연’을 다짐한다. 하지만 대부분 作心三日에 그치고 마는 것이 다반사이다.
왜 이토록 많은 이들이 새해 다짐으로 ‘금연’을 선택하는 것일까? 이 이유는 흡연의 폐해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보면 흡연은 흡연자 본인뿐만 아니라 흡연자 주위 사람들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바이러스와 같은 존재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담배는 69가지의 발암 의심 물질로 구성되어 있고, 모든 암 발생원인의 30~40%는 담배에서 기인한다고 한다. 또한 그 중독성이 강하여 끊는 것도 쉽지 않으며, 청소년과 임산부에게는 독약을 마시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흡연피해에 대하여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본인이 선택해서 담배를 피웠으니 그 피해도 스스로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을 보면 담배피해는 더 이상 개인적 차원이 아닌 국가적 문제로 인식하고 사회 전체가 대응하고 있으며,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는 담배 제조사와 배상에 합의하거나, ‘담배피해에 대한 배상’에 대한 법률이 제정되기도 하였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의미 있는 변화가 일고 있다. 바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이라 칭함)이 ‘담배피해구제 소송(이하 ’담배 소송‘이라 칭함)’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공단은 ‘담배 소송’을 추진하고 있는 배경으로 빅데이터를 통한 흡연피해에 대한 과학적인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단은 국민의 진료내역과 건강검진 결과 등 막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2001년과 2002년에 건강검진을 받은 770만명을 10년간 추적 연구한 결과, 흡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암 등의 진료비로 연간 1조 6천억원이 지출되었다고 한다. 또한 연세대 지선하 교수팀과의 공동 연구에서는 1992년과 1995년까지 건강검진을 받은 130만명을 19년간 추적한 결과 흡연자의 암 발생 위험도는 비흡연자에 비해 평균 2.9 ~ 6.5배가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위와 같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공단은 최근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담배 소송’을 추진할 것을 결의하였고, 흡연피해에 대한 공단의 움직임은 전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공공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공단의 ‘담배 소송’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은 것 같다. 우선 담배를 제조하는 KT&G는 매년 1조원을 상회하는 순이익을 남기면서도 담배피해에 대해서는 아무런 부담도 지지 않고 있다. 이는 흡연자와 담배 제조 회사 간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매우 불합리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대응은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기재부는 ‘흡연권도 헌법상 권리이다.’라는 논리로 ‘담배 소송’에 난색을 표하고 있고, 공단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은 어렵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이익을 추구하는 담배 제조 회사의 입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정부기관이 보이고 있는 일련의 행태는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이해하기 어렵다. 다만 최근 서울특별시 등에서 ‘담배 소송’ 참여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는 한 줌의 위안을 준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정책 판단의 최우선 기준인 ‘국민의 행복과 건강’을 위하여 공단의 ‘담배 소송’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비정상적인 담배피해 부담구조를 조속히 정상화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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