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교양칼럼 144
삶에 무슨 정답(正答)이 있는가?
앞만 보고 살아온 길이었는데…
지난날을 뒤돌아봅니다.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왔는데 어느덧 종착지(終着地) 황혼의 언덕에 올라 인생아 잘 있거라........ 빠이빠이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모질도록 억척스럽게 살아왔는데 남은 것이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만, 얼굴에 패인 주름살과 세월 속에 다 빼먹어버린 머리 숲이 하얀 눈송이같이 백발(白髮)되어 눈앞에 놓여있습니다. 허탈한 심정으로 뒤돌아보지만 내 살아온 인생사를 누구 한사람 동정해주거나 애처롭게 봐주는 이도 없습니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동행하던 곁에 동반자인 아내나 다른 이들도 모두가 나와 같은 심정이 든다는군요. 무언가 좋아지겠지? 바라면서 살아왔는데 해는 서산마루에 넘어가기 일보직전 칼바람에 눈발이 세차게 흩날리고 있습니다. 누구하나 곁에 다가와 따뜻한 온정(溫情)으로 손잡아주는 젊은이 하나 없이 그저 고인 눈물이 철철 두 볼을 타고 소리 없이 주룩주룩 흘러내립니다. 텅 빈 외로움과 고독함속에 허공만 바라볼 뿐........
아! 저 산허리를 어떻게 헤치고 살아왔을까? 끈질긴 생명력이 대견하기도 하구나. 이제껏 누가 내대신 살아 준 것도 아니요, 연습도 없는 실전의 현장인데 지난날을 후회하며 가슴 아파해 보지만 무슨 소용인가? 생각해보니 결국 인생이란 무슨 정답(正答)이란 없나 보구나......
제가 지난 해(2013년11월) 군민 바둑대회에서 노익장을 발휘하여 전승으로 우승을 해 청자 도자기 트로피를 받으며 축하해주는 분들에 감사를 받았습니다. 마치, 바둑이 우리 인생사 축소판(縮小版)과 같음을 실감합니다. 종착지에 도달하는 길은 한 길인데 동서남북(東西南北) 자신이 두고 싶은 길을 가면서 과욕을 부리면 반드시 탈이 나기 때문이라는 교훈 말입니다.
우리 인생살이에는 보이지 않는 ‘그릇’이 있듯, 가령 큰 물고기는 작은 우물에서 살아나기 어려워 큰 바다에 나가야 마음껏 나래를 펴 살아갈 수 있고, 작은 고기는 그저 우물에서 살아가야하는데 큰 바다에 나가면 잡혀먹기 십상이지요. 그같이 우리 인생살이에도 자신의 분수(分數)와 분복(分福)을 알아야하는데 함부로 껍적거리다보니 실수를 하게 되고 나중에는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인생을 살아가게 되는 사람을 주위에서 많이 봅니다.
살아가다보면 저 인간 두 번 다시 대하기조차 싫은 조잡(粗雜)한자가 있는가하면 이해심과 폭이 넓은 분을 대할 때도 있습니다. 성직자들 중에도 그런 옹졸한 분들이 있음을 느꼈지요. 신언서판(身言書判)이듯 여러 차례 대해보면 언행(言行)이나 상대의 얼굴에서 대강은 감지(感知)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인간이란 사실을 느끼게 됩니다.
악연인 경우 평생 곁에 따라다니며 사사건건 괴롭힘을 주는 인간이 있는가하면, 우연히 한번 스쳐간 사람인데 영원히 잊혀 지지 않고 보고프며 도와주는 그런 사람도 있습니다. 내 나이가 많아 이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그런 정신은 끝장인 인생입니다. 지금부터라도 떨치고 일어나야합니다. 고독은 누구에게나 온답니다. 부자는 너무 채워져서 누가 훔쳐갈까 두려워 고독하고, 가난한 이는 텅 빈자리 때문에 고독하다고하지요.
한번뿐인 나의 인생을 아무렇게나 허송(虛送)한 날들을 보내야 되겠는가? 자기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사랑하는 사람, 만나고 싶은 지인(知人)이나 친구, 등 왜 없단 말인가? 가슴에 치미는 희한(稀罕)도 크지 않은가? 꿈이나 이상(理想)이라도 가슴에 안고 마지막 자신의 황혼길 빨갛게 불태워보십시오. 이번, 구정에 우린 집사람과 제일 값싸고 조용한 경전선으로 전국을 헤집고 기차여행하며 발 가는 대로 소머리국밥도 사먹고, 온천욕도 즐기다 왔답니다.
도심을 떠나 조용한 시골길 해변으로 한번 노년에 둘이서 손잡고 길을 거닐어보십시오. 참 멋있을 겁니다. 노년을 흐트러짐 없는 삶의 자세와 초월(超越)함에서 오는 여유(餘裕) 그리고 당당함이 좋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을 위한 삶을 즐기는 참된 인생의 보람을 찾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노후를 보내야 하겠지요. 가난하게 사는 것이 못나서만은 절대 아닙니다.
법정스님의 말같이 우리 인생에서 참으로 중요한 것은 어떤 사회적 지위나 신분이 제일 큰 소유물이 아니라 우리들 자신이 누구인지를 아는 일이 먼저라고 합니다.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하지요. 한 때인 우리 인생길을 앞만 보고 걸어왔는데 무슨 정답이 있겠습니까?
살다 쓸쓸히 홀로 가는 게 인생인데 자기 자신을 망치는 큰 원인은 두려움입니다. 그런 견고한 감옥을 나는 할 수 없다고 스스로 만들기 때문이지요. 두려움은 자신을 뒷걸음치게 만듭니다. 나이가 들어갈망정 용기 있게 앞으로 나아가야합니다.
늙고 추하게 변해가는 모습에 두려워하지도 마십시오. 기회는 잡는 자의 것이라 하지요. 성실하게 살아가다보면 후덕한 인품도 쌓여갈 것입니다. 강진 시문학파 화요초대석에 김선기 관장이 “새해 첫 테이프를 젊게 사시는 노익장의 이 작가님을 선정했습니다.” 라고 하는 말에 그만 뿅 가 그만 승낙 하고 말았답니다. 그래서 화기애애한 1시간 20분간을 보냈답니다.
부부의 행복이란 남편 무거운 어깨를 말없이 어루만져주며 함께 조용히 감싸줄 줄 아는 여인, 그것은 우연하게 동심에서 만들어내는 소꿉장난의 사이이기에 인생 최대 행복은 부(副)도, 명예(名譽)도 아닌 나 당신 만나 살아오다 함께만 갈수만 있다면 그 이상 바랄게 없는 바램이지요. 그런 덕목을 갖추려면 자기 자신이 스스로 봄, 여름 가을 겨울 동안 텅 빈 들녘의 흐름처럼 내 자신을 다 비워내고 노년에 헤어질 예행연습을 하며 경견한 아름다운 순간을 맞을 채비를 하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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