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궁 홍씨 생일상에 올라 온 ‘개고기 찜’
개고기는 조선건국과 함께 시작되었다는 설이 있다. 왜냐하면 고려시대에는 불교가 국교였기 때문에 살생을 금하는 교리로 인해 개고기를 먹기가 용이하지 않았다. 서민들도 즐겨 먹었지만 사대부들도 개고기를 즐겨 먹었다.
<가리(갈비)>와 허파, 간을 슬쩍 삶아내고 참깨를 볶아 찧어 간장에 넣은 다음 버무린다. 그것을 시루나 혹은 항아리에 담아 중탕으로 난만하게 찐다. 이 때 항아리 안을 막대기로 촘촘하게 막고 또 같은 크기의 다른 항아리를 거꾸로 맞대어 두 항아리 사이의 틈새를 밀가루 반죽으로 막아 김이 새지 않게 하고 (솥에 안쳐서) 위의 항아리가 뜨겁도록 아주 오래 찐다. 무는 어슷어슷 썰고 가리는 찢어서 초, 겨자를 찍어 먹는다. 황백견이 좋다.>
이 내용은 정부인 장씨(1598~1680)가 쓴 조리서 <음식디미방>에 나와 있는 개장찜 조리법이다. 여기에서 ‘황백견’이란 누렁개를 일컫는 것으로 ‘누렁개 삶는 법’에서 개에게 닭 한 마리를 먹여 닷새 쯤 뒤에 잡으라고 했다. <원행을묘정리의궤>는 정조가 화상을 행차하면서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에 올린 음식들을 기록한 책이다, 그 음식 중에 ‘구증(개고기찜)’이 있는데, 조리법은 정부인 장씨가 말하는 조리법과 비슷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동국세시기>에서는 ‘삼복에 개를 삶아 파를 넣고 푹 끓인 것을 주장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먹고 땀을 흘리면 더위를 물리치고 허한 것을 보충할 수 있으니 시장에서 많이 팔고 있다“는 기록이 있다.
‘개고기와 마늘은 상극’이라는 말은 <동의보감>에 있다. 개고기와 마늘은 열성이 강한 음식으로 한의학에서는 분류하고 있는데, 이 두 가지를 함께 먹으면 몸에 열이 많아질 수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보신탕집에서는 마늘 대신 양파나 생강을 제공한다.
‘개고기와 찬물은 상극’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 또한 금기사항이어서 지키는 사람들이 많다.
<또 삶는 법을 말씀드리면, 우선 티끌이 묻지 않도록 달아 매어 껍질을 벗기고 창자나 밥통을 씻어도 그 나머지는 절대로 씻지 말고 곧장 가마솥 속에 넣어서 바로 맑은 물로 삶습니다. 그리고는 일단 꺼내놓고 식초, 장, 기름, 파로 양념을 하여 더러는 다시 볶기도 하고 더러는 다시 삶는데, 이렇게 해야 훌륭한 맛이 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초정(楚亭) 박제가(朴齊家)의 개고기 요리법입니다>
이 내용은 다산 정약용이 우이도에서 유배생활을 하는 형 약전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다. 다산은 형 약전의 건강을 생각해서 ‘섬 안에 산개(山犬)가 천 마리 백 마리 뿐이 아닐텐데 제가 그곳에 있었다면 5일에 한 마리씩 삶는 것을 거르지 않겠습니다. ~(중략)~ 이곳에 어떤 사람이 있는데, 개 잡는 기술이 뛰어납니다. 그 방법은 이렇습니다. 먹이통 하나를 만드는데 그 둘레는 개의 입이 들어갈 만하게 하고 깊이는 개의 머리가 빠질만하게 만든 다음 그 통 안의 사방 가장자리는 두루 쇠낫을 꽂는데 그 모양이 송곳처럼 곧아야지 낚시바늘처럼 굽어서는 안 됩니다’라고 구체적으로 개를 포획하는 방법까지 일러주었다. 그리고 말미에 ‘이는 박제가의 개고기 요리법’임을 강조했다.
박제가는 누구인가? 조선 후기의 실학자로 왕명으로 네 차례나 북경을 다녀온 사람이다. 박제가가 북경에 나타나면 북경의 지식인들이 술렁거릴 정도의 선비였다. 박제가의 명성은 북경에서 하늘을 찌를만큼 알아주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바로 그가 말한 개고기 요리법임을 강조한 정약용은 제발 중형인 약전이 개고기를 먹고 건강을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 컸으리라.
※복날이란 무슨 말일까? ‘사람 人과 개 犬이 보태진 것’
복날(伏日)의 복(伏)자는 ‘날씨가 더워서 개도 주인 옆에 엎드려 있다(人＋犬)는데서 나왔다. 삼복 중에 초복은 하지가 지난 뒤의 경일이며 중복은 네 번 째 경일, 말복은 입추가 지난 뒤의 첫 번째 경일이다.
천간(天干)의 하나인 경(庚)은 오행(우주를 이루는 다섯가지 원소)에서 쇠에 속한다. 오행은 대립하면서 균형을 이루는데 그 주장이 오행상극설에서 나왔다, 이와 같은 오행사상에서 나온 것이 복 풍속이다. 경일은 쇠의 기운이 성한 날이기 때문에 화기가 강한 음식을 먹어서 쇠를 억눌러야 건강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보신탕과 삼계탕 같은 뜨거운 음식을 먹는 게 오랜 전통이기도 하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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