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랑과 이상화는 대표적인 민족적 저항시인이었다.
기념사업회 상호 교류를 통해서 살펴본 영랑과 이상화
오는 4월 26일 영랑시문학의 밤
영랑기념사업회와 이상화기념사업회 상호교류협력협약서 교환 예정
오는 4월 26일부터 27일까지 양일간 열리는 제8회 영랑문학제가 영랑생가와 영랑시문학파 기념관에서 열린다. 26일 오후 6시 30분 개막식과 함께 영랑시문학의 밤에 영랑기념사업회(회장 김승식)와 이상화기념사업회(회장 박동준)는 위대한 민족저항시인의 시혼과 민족혼을 더욱 기리고 영·호남 지역문화는 물론 한국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상호 협력협약서를 교환한다.
협약서의 내용은 영랑문학제와 상화문학제의 상호 방문 및 참여를 통해 두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적극 협력하고, 영랑과 상화 시인의 소개 자료를 생가와 고택에 상호 교환 비치하고 적극 홍보하며, 상호 문화예술 교류사업을 통해 영·호남 지역 문화는 물론 한국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영랑의 독립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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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랑 |
영랑(1903~1950)의 독립운동은 윤봉길 의사의 상하이 홍커우 공원 폭탄 투척 사건 배후로 지목돼 체포령이 내려졌지만 강진까지 내려온 백범 김구를 도운 일이다. 당시 영랑은 탑골 꼭대기(지금의 영랑 생가)로 찾아온 김구에게 군자금을 건넸다. 이 때 군동의 김정묵(현재 동원그룹 회장)씨, 서문안의 오승남씨, 등도 군자금을 선뜻 내놓아 김구는 용기가 백배했다.
영랑은 장남과 장녀는 서울과 광주에 유학을 보냈는데, 두 자녀는 부친이 지어준 이름을 그대로 유지했다. 학교측은 일본 정부의 명령대로 창씨개명을 하지 않을 경우 학교를 다닐 수 없다고 윽박질렀다. 그러자 두 자녀는 부친인 영랑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그 때마다 영랑은 다음에 일본 성으로 바꾼다고 말하라 일렀고, 두 자녀는 부친인 영랑이 원망스러웠다.
그런데 일본 경찰이 막상 영랑에게 창씨개명을 하라고 강요했지만, 그 때 영랑은 내 이름은 김윤식이고 일본말로 발음하면 ‘깅인쇼쿠’이므로 ‘깅씨’로 개명했다고 대응하곤 했다. 당시 경찰 고등계 형사는 매주 토요일마다 영랑의집 문간채 순찰함에 영랑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는 도장을 찍었다. 영랑은 독립운동을 하다가 감옥살이를 하고 왔으므로 똑같은 일을 반복할까봐 감시를 했던 것이다.
고등계 형사가 영랑을 협박하며 신사참배를 요구했지만 몸이 불편하다는 핑계로 거절했으며, 머리를 자르는 단발령에 동참할 것을 협박했지만 끝내 광복의 그날까지 버텼다.
영랑은 일제 강점 말기에 저항시를 속속 발표했다. 그 후 이양우 시인은 2009년 사재를 털어 고향인 충남 보령에 항일민족시인 추모 공원을 만들고 한용운, 윤동주, 김영랑, 오일도, 이상화, 심연수를 기리는 ‘항일민족시인 7위 분향단’을 마련했다.
영랑의 저항시
독을 차고
김 영랑
내 가슴에 독을 찬 지 오래로다 / 아직 아무도 해한 일 없는 새로 뽑은 독 / 벗은 그 무서운 독 그만 흩어버리라 한다 / 나는 그 독이 벗도 선뜻 해할지 모른다 위협하고 // 독 안 차고 살아도 머지않아 너 나 마저 가 버리면 / 억만 세대가 그 뒤로 잠자코 흘러가고 / 나중에 땅덩이 모자라져 모래알이 될 것임을 / “허무한듸” 독은 차서 무엇 하느냐고? // 아! 내 세상에 태어났음을 원망 않고 보낸 / 어느 하루가 있었던가 “허무한듸” 허나 / 앞뒤로 덤비는 이리 승양이 바야흐로 내 마음을 노리매 / 내 산 채 짐승의 밥이 되어 찢기우고 할퀴이라 내맡긴 신세임을 // 나는 독을 차고 선선히 가리라 / 마감 날 내 외로운 혼 건지기 위하여 //
오하근 교수는 ‘독을 차고’를 이렇게 해석하고 있다. 흔히 독을 ‘품는다’고 한다. 이는 남몰래 마음속이나 가슴에 앙심을 품고 원한을 품듯 독기를 감추고 있음을 말한다. 그런데 독을 ‘찬다’는 가슴에 은장도를 차고 수갑을 차듯 독주머니를 찬다는 뜻이다. -- 내 가슴에 독을 찬 지가 오랜데 왜 독은 새로 뽑은 독일까. 이는 벗의 말로 대신한 ‘허무’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다.
오하근 교수는 “승냥이와 이리를 합쳐 시랑이라 한다. 이는 침략자나 탐관오리처럼 지나치게 욕심이 많고 모질고 무자비한 사람을 일컫는다. ‘앞뒤로 덤비는 이리 승냥이 바야흐로 내 마음을 노리매 내 산채 짐승의 밥이 되어 찢기우고 힐퀴우라 내맡긴 신세임을’ 알기 때문에 ‘나는 독을 차고 선선히 가리라 마감 날 내 외로운 혼 건지기 위하여’라고 화자는 선언한다”고 말한다. 영랑은 이렇듯 일제강점말기에 많은 문인이 훼절한 것에 반해 자신의 신념과 의지로 의사의 기개를 보였다.
영랑의 시 <거문고>는 첫 구절에 ‘검은 벽에 기대선채로/ 해가 수무번 바뀌었는듸 내 기린은 영영 울지를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오하근 교수의 말에 따르면 거문고가 검은 벽에 있을 곳이 아니라 연주자의 따뜻한 무릎이라고 말한다. 또 이제 강점기의 어두운 현실을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현철 님의 「아버지 그립고야」에서는 다음과 같이 해방 다음 날을 말하고 있다.
--이튿날 국악기를 다룰 줄 아는 분들이 영랑 생가 사랑채에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20여 명의 악사들은 영랑이 사랑채 벽장에서 꺼내주는 북, 장구, 꽹과리, 징, 거문고, 가야금, 해금, 양금, 피리, 퉁소, 등 자신이 다룰 줄 아는 악기들을 각자 하나씩 받아 자리에 앉았다.
일제강점말기에 많은 작가들은 일본말로 문학을 했지만 영랑은 끝내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거문고란 시에 나오는 ‘내 기린’이 울 날만을 기다렸던 것이었고, 해방 다음 날 영랑은 풍악소리를 울렸던 것이다.
그 밖에도 영랑은 ‘춘향’ ‘두견’ 등의 저항시를 쓰면서 민족적 슬픔과 함께 해방된 조국을 꿈꾸었다.
이상화의 저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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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화 |
이상화(1901~1943)는 본관이 경주요, 호는 상화(尙火)이다. 3·1 운동 당시 대구에서 백기만 등과 함께 거사하려다 실패한 후 1922년 <백조> 동인이 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3·1운동 때에는 대구에서 백기만 등과 함께 학생운동에 참여했다가 발각되어 잠시 서울로 피신했다. 1927년 의열단 이종암 사건으로 구금되었고, 경상북도 총국 경영을 맡았으나 실패했다. 그 후 1935년 중국 북경에 있는 큰형 이상정을 만나러 중국으로 갔다가 귀국하는 길에 일경에 체포되어 20여 일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밟고 /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 한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위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 너는 삼단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기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리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읍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이상화는 국권 상실의 울분과 회복에의 염원 속에서 현실적 절망을 느끼는 이 시를 썼다. 제1연에서는 조국 상실의 현실을 말했고, 제2연에서는 광복이 된 조국을 상상했으며, 제3연에서는 조국과의 일체감을 회복하고 싶은 심경을 드러냈다. 제4연에서는 국토와의 친화감을 말했고, 제5연에서는 풍요한 성장에의 감사를 올린다. 제6연에서는 봄을 맞이하는 기쁨이 넘쳐 있고, 제7연에서는 동포와 일치감을 느끼고 싶다고 고백하고 있다. 제8연에서는 삶에 대한 강한 의욕을 제시하면서 국토에 대한 애착을 나타내고 있다. 제9연에서는 현실을 재인식하며 자신을 자조하고 있고, 제10연에서는 조국 상실의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
이 시는 항일민족의 저항시로서 그의 대표작이기도 하는데, 1926년 6월에 발표하였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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