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병아리행정 공무원 입문기
현실과 꿈에서도 그리던, 앉으나 서나 누우나 바라던 공무원이 된 지 이제 50여일이 되었습니다. 곰이 사람이 되기 위해서 자그만치 100일이란 시간이 필요하다죠? 허나 전 아직 그 시간이 지나지 않은 햇병아리입니다. 그러나 공직생활을 막 시작한 따끈따끈한 새내기로서 마음만은 어떤 공무원 못지않다고 자부합니다. 제가 일하는 부서는 신전면사무소 주민복지팀입니다. 처음엔 모든 것이 서툰 제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낯선 곳, 낯선 사람, 낯선 일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지만 이제는 새로운 곳, 새로운 사람, 새로운 일에 대한 설렘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중입니다.
주민복지팀에서는 기초수급자, 차상위 계층, 한부모, 장애인, 기초노령연금 등 다양한 복지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사회복지업무 안에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업무가 있는지 예전에는 몰랐습니다.
제 할머니가 받으셨던 기초노령연금도 만 65세 이상이면 다 받는 줄 알았는데 소득 인정액이 일정기준 이하여야지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입니다. 또한 90세 이상인 분들은 장수수당을 받고, 장례시 화장을 하면 화장장려금을 준다는 것도 이곳에 와서 처음 알았습니다.
사실 제게 맡겨진 업무는 남성복지 소관 업무로 선배 복지사 분이 하시는 일을 어깨너머로 유심히 지켜보거나 복지사 분을 따라 수급자의 가정을 방문하고 노인일자리 현장을 가보면서, 업무를 익히고 있으며, 서당 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저도 이렇게 하나하나씩 알아가고 공부하다보면 사회복지라는 풍월을 읊을 수 있지 않을까요?
면사무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합니다. 특히 주민복지팀에는 생활이 곤란한 분들이 많이 오십니다.
수급자나 차상위 자격이 박탈되었다며 찾아오셔서 항의하고 집에 물이 샌다고 보조해 달라고 하소연 하시고, 제가 보기엔 다들 이해가 가고 안타까운 상황입니다만, 법적 기준과 법령을 검토해보면 재산상황이나 소득기준이 초과되어 원하는 바를 들어주기가 힘들다고 할 때 마음이 참 좋지 않았습니다. 아직은 제가 공무원의 입장보다는 민원인의 입장이 더 커서 그런지 기준과 법령이 때론 불합리한 것 같고 어려운 사람을 다 도와주는 게 진정한 복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주민복지의 일은 면사무소 내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특히 복지소외계층 및 수급자 가정을 방문할 일이 많습니다. 우리 면에는 65세 이상의 노령인구가 60%가 넘는다고 합니다. 그 중 돌봐주는 가족도 없이 홀로 사시는 어르신이 대부분입니다.
가정방문을 하면 사람이 그리운 어르신 분들은 성치 않은 몸을 이끄시고 환하게 맞아주시면서도 대부분 주거 환경이 열악하고 어르신들은 편찮으시고 외로워 보이셨습니다.
와줘서 고맙다고, 이야기 들어줘서 고맙다고 연신 말씀하시며 대문 밖까지 배웅을 해주시고 자꾸만 인사를 하실 때는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겁기 그지없었습니다.
마을 할머니들을 뵐 때마다 모두 저의 친할머니 같아서 남 같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점점 날씨가 차가워지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은 아마 몸보다는 마음이 더 추우실 것입니다.
우리 어르신들과 함께 겨울을 나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따뜻한 관심과 말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햇병아리로서, 새내기 공무원으로서 짧게나마 겪어본 복지는 어려운 게 아니었습니다. 그저 자신보다는 내 이웃을 아는 게 복지라고 생각합니다. 겨울은 우리의 이웃에게 온기를 나눠주라고 춥나봅니다.
마음을 나누는 일만큼 쉬우면서도 행복한 일은 없을 겁니다. 빼기 보단 나누기, 더하기를 잘하는 우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이웃의 어르신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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