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 선생의 74년 짧은 생애는 결코 단순한 이론의 탐구에만 그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조 봉건사회의 허다한 모순을 폭로 비판하면서 조국의 부강과 인민의 행복을 위해 열렬한 투쟁을 전개했으며 자기의 고매한 이상과 실현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분투하다 집권자들의 음모에 의해 18년간의 류배생활을 겪지 아니할 수 없었던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의 생애가 얼마나 간고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정약용의 이론적 활동은 지극히 다방면이었다.
그는 사회과학, 자연과학 및 기술과학의 각 방면에 걸쳐 천재적인 통찰력과 심오한 탐구로써 당시의 과학적 수준을 비약적으로 제고시켰다.
다산 정약용의 자연과학 사상 - 물리학 학사 리용태
다산 정약용(1762~1836)은 18세기에 이르러 전면적으로 개화 발전된 실사구시의 사상을 사회 제문제에서 뿐만 아니라 자연과학과 기술에 이르기까지 실로 광범한 분야에 걸쳐서 구현하면서 수많은 업적을 남긴 백과사전적인 대학자이며 사상가, 정치활동가이다.
정약용의 자연과학 사상은 그가 이미 16세 때(1777년)에 성호 리익(1682~1764)의 저서를 탐독하고 그의 선진적인 실학사상체계를 깊이 리해하게 되었을 때로부터 공고히 되어 갔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리익은 자연과학 분야에서도 훌륭한 리론체계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의 제자들 가운데서도 자연과학자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실례로 리익에게서 직접 배운 학자들 가운데서 황운대, 윤흥서 등은 천문학과 수학에 능하였고 정상기는 지리학에, 리헌길은 생물학과 의학 등에 밝았다.
따라서 정약용은 자기의 일생을 통하여 리익을 자기의 선생으로 모시면서 항상 존경하였으며 그의 제자들과 자주 접촉하여 리익의 사상을 더욱 깊이 리해하려고 노력하였다. 리익에 대한 정다산의 태도는 그가 강진에서 류배생활을 하고 있으면서 자기 형인 정약전에게 보낸 편지 가운데 있는 다음의 구절을 통하여서도 짐작할 수 있다. 즉 그는 ‘우리가 능히 천지의 큼과 일월의 밝음을 알게 된 것은 모두 이 선생의 힘입니다.’라고 썼다.
또한 정약용은 아정 리덕무(1741~1793), 초정 박제가(1750~1805) 등의 기타 실학파 학자들과도 널리 접촉하였으며 연암 박지원(1738~1805)으 ‘열하일기’를 애독하였고 박제가와는 1790년대 말에 종두술을 공동으로 연구하고 실천에 도입하기까지 하였다. ~중략~
정다산의 자연과학 사상은 실학파의 다른 학자들에게서와 마찬가지로 유물론적 우주관에 확고히 립각하고 있다.
따라서 그는 천문, 기상, 지리, 물리, 화학적 및 생물학적(농학, 의학 포함) 현상 등의 각양각이한 자연현상에 대하여 항상 관심하면서 그러한 현상들이 일어나고 변화발전하는 원인을 과학적으로 구명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는 여기에서 우선 매개 자연현상의 물질적 토대를 찾은 후에 그 리치를 밝히였으며 자기의 리론을 확증하기 위하여 수많은 관찰과 실험들을 직접 진행하였다.
정다산은 또한 자연과학적 지식과 새 기술의 성과들에 기초하여 나라의 자연의 힘을 극복하며 자연을 대담하게 개조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들을 경주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수다한 창의창안들을 제기하였다.
이와 함께 정다산은 온갖 비과학적인 것, 초자연적인 것을 반대하였으며 특히는 각종 종교와 미신을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이리하여 우주와 과학 및 기술에 대한 정다산의 올바른 립장과 주장은 그의 진보적, 유물론적 세계관 형성의 기초로 되었으며 당시의 전제(田制), 세제(稅制), 신분제도 및 기타의 불합리성을 비판하며 그것을 개혁할 데 대한 의견들을 대담하게 주장하는 토대로 되었다.
정약용의 자연과학 사상의 기초로 되는 우주관은 완전히 유물론적이였다.
그는 우주가 태극(太極)으로써 형성되고 있으며 그 태극이 분화되고 변화발전하여 천지만물을 이루었다고 하는 종래의 리론을 인정하는 동시에 이 태극을 순전히 물질적인 기(氣)인 태일(太一)의 명칭 또는 형식으로 규정하였다. 다시 말하면 태극을 인정하되 그것을 정신적인 리(理)로써 설명하려는 관념론적 견해를 확고하게 배척하였다. ~중략~
정다산의 우주관을 분석함에 있어서 다음으로 론할 것은 그의 천문리론이다. 일반적으로 우주관이라고 할 때 좁은 의미에 있어서는 그것이 우주론과 우주진화론 즉, 천문학적 리론과 견해들을 말한다.
정약용은 우선 당시 입수할 수 있었던 국내외의 천문서적과 력법들을 광범히 연구하면서 비판적으로 대하고 있었다. 즉 그는 수백 권의 서적들을 다 읽고서 거기에서 론의되고 있는 리론들이 대체로 정연하며 관측 결과들이 대단히 상세하다는 것을 지적하는 동시에 그러나 일정한 착오들이 없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중략~
우주의 물질성과 객관성을 인정하고 천체의 운동의 법칙성을 인정한 정약용은 력학적, 물리학적, 화학적 및 생물학적 운동형태로써 표현되는 온갖 자연현상들을 역시 일정한 법칙에 따라 운동하고 변화하는 것으로 보았으며 항상 모든 현상들에 큰 관심을 돌리면서 그 운동법칙을 구명하고 물질적 토대를 찾아내려고 노력하였다.
그는 1802년에(즉 류형지에서) 자기의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천지 간의 모든 물체들은 천연적으로 완비되여 있기 때문에 기이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죽, 합법칙적이라는 것을 강조하였으며 주역을 해설하는 론문에서는 ‘대체로 천지 간의 주야의 교체, 한서의 변천, 초목백곡의 개화와 조락, 금수곤충의 운동과 법칙 등은 모두 주역의 변화의 원리에 복종하고 있는 현상이다’라고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정약용은 서해안에서의 만간조 현상의 원인을 달과 해의 운동에서 찾았으며, 그것을 천지의 호흡과정이라고 설명하던 비과학적 견해를 론박하였다. 또한 달의 삭과 망에서 조석 현상이 강하고 상현과 하현에서 약하게 되는 원인에 대하여서도 력학적으로 정확히 설명하였다. 즉 삭과 망에서는 태양과 지구와 달이 일직선 위에 있게 되므로 인력이 강하고 상현과 하현에서는 삼각형의 위치에 있게 되므로 결국 인력이 약해지고 조석도 약해진다고 정약용은 설명하였다. ~중략~
천문 및 기상 현상에 대한 정약용의 이러한 과학적 태도는 물리학적 현상들의 본질을 구명하는 데서도 뚜렷하게 표현되고 있다.
그는 당시 사람이 늙어서 가까이를 잘 못보는 현상 즉 원시는 양이 부족한 탓이고 근시는 음이 부족한 탓이라고 설명한다거나 또는 그와 반대로 말하는 설명, 혹은 원시에는 물이 없고 근시에는 불이 없다고 오행설적으로 설명하는 것 등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그것은 눈동자의 렌즈가 평탄한가 볼록한가에 따라 그 광학적 초점이 망막보다 멀리 또는 가까이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라고 론증하고 근시 환자들에게 있어서는 볼록 나온 정도가 비정상적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기하광학적 법칙에 립각하여 정약용은 볼록렌즈가 태양광선을 초점에 집중시켜 물건을 태우는 원리, 흰 것보다 검은 물건이 타기 쉬운 리유, 신기루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 또는 암실 앞에 렌즈를 끼워놓고 현대적 사진기의 효과를 얻는 방법 등을 물리학적으로 훌륭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
정약용은 특히 의학리론에서 과학적 태도와 방법을 견지하면서 창발적 리론들을 제기하였고 치료사업에서도 큰 성과를 내였다.
그는 우선 동의학에서의 맥발과 관련된 비과학적인 주장들을 비판하고 맥박의 본질을 해명하였다. 즉 맥경에서 말하는 촌관척의 리론을 비판하면서 정약용은 다음과 같이 썼다.
‘대체 촌, 관, 척이라고 하는 것을 나는 분간할 수 없다. 왜냐하면 어떤 의사의 손가락은 살져서 넓을 것이고 어떤 의사의 손가락은 여위여서 뾰족할 것이다. 손가락으로 맥을 짚는 면적은 의사에 따라 동일하지 않을 것이며 동시에 환자의 팔에도 길고 짧은 것이 있으니 그 촌, 관, 척을 구분하는 한계가 같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원래 맥을 짚는다는 것은 ‘다만 그 맥의 힘의 유무와 신경의 상태와 도수의 여하를 살필 따름이다. 어찌 맥으로써 오장륙부를 다 알아낼 수 있겠는가?’
이로부터 정약용은 오장륙부의 증후가 사람의 손목 위에 나타나도록 하늘이 만들었다고 하는 비과학적인 견해를 론박하고 ‘맥이 옅게 드러난 곳이 마치 손목이기 때문에 손목의 맥을 볼 뿐이다’라고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정약용은 당시의 사회적 환경에서 과학적인 연구 태도가 부족하게 되는 리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흥미있게 지적하고 있다. ~중략~
정약용은 유물론적 우주관과 자연과학적 연구성과에 확고히 립각하고 있었으므로 온갖 종교화 미신, 신비설과 숙명론을 견결히 반대하여 나섰으며 그 부당성과 허망성을 자연과학의 법칙과 지식들을 가지고 론증하였다.
그는 우선 천문학적 지식에 근거하여 사주(四柱), 택일(擇日), 태을(太乙) 등의 온갖 잡술들의 허망성을 론증하고 있다.
즉 그러한 잡술들은 갑자 을축의 십간 십이지에 의거 하고 있으나 이 간지는 연월일을 계산하기 위한 수단이며 따라서 계산하는 기준과 력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정약용은 첫째로 ‘이제 대통력이나 시헌력을 가지고서 옛날의 춘추시대로까지 올라가 본다면 그 연월일에는 굉장히 큰 차이가 생길 것이다’라고 쓰면서 잡술의 선창자인 곽박이 진나라의 력서를 가지고 길흉을 결정하는 법을 내놓았으니 설혹 그 방법을 시인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지금의 력서에다가 맞춘다면 벌써 모순이 생기며 허망한 소리로 될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다음으로 원래 갑자을축을 세기 시작하는 출발적인 날 자체를 인공적으로 결정해 놓았는데 사실은 그 이전에도 천지개벽 이후 수억만 년이 흘러 나왔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중략~
실사구시의 정신에 철저히 립각하였고 자연현상에 대하여 다방면적으로 정확히 리해란 정약용은 학문을 실천과 결부시키며 인간이 자연에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대함으로써 나라를 부강하게 하려는 리용후생의 정신으로 일관되여 있었다.
그는 학문의 목적 자체를 항상 실천과의 결부, 나라의 부강발전에 두고 있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썼다.
‘진정한 유학은 본시 나라를 다스리고 인민을 편안하게 하며 외적을 물리치고 재정을 넉넉하게 하며 문무에 능통하여 무엇이든지 담당할 수 있도록 하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글구와 글장을 찾아내거나 벌레와 물고기를 주석하는 것만을 일삼으며 옛날 의복을 입고 인사를 주고받는 것을 익힐 따름이겠는가? 후세에 와서 유학자들이 옛날 성현의 기본 의도를 알지 못하고 인의와 리기(理氣)등의 학설 이외의 것은 단 한마디만 하여도 곧 잡학이라고 하여’ 반대하였다.
이로부터 정약용은 일생을 통하여 언제나 과학과 기술에 관심을 두었으며 스스로 굉장히 많은 과학기술적 문제들을 해결하였다. 또한 만간조 현상 및 기타의 리론적인 문제들을 취급함에 있어서도 반드시 그 현상의 실천적 의의를 생각하곤 하였다. ~중략~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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