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현(72) 전 교장은 기초한문 가르치고
최필순(66) 선생은 한학 가르치는 재미에 푹~
마량항은 한국의 나폴리라고 부를 만큼 그 경관이 아름답다. 다도해를 껴안고 있으니 당연히 나올법한 말이다. 마량항 미처 못가서 노루섬이 있는 외딴집은 큰길에서 전혀 보이질 않는다. 야트막한 산이 가로막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안도로를 가다보면 불쑥 외딴집 하나가 보인다. 귀촌한 노병현 교장과 화당 최필순 선생이 사는 기와집인데, 대지가 야산과 함께 2.000평이나 되어 넉넉함이 절로 느껴진다. 마당에서 내려다보면 오른손 쪽으로 노루섬이 그림처럼 서 있고, 푸른 바다가 펼쳐진 곳. 그래서 이곳을 온 사람이면 땅 조금 떼어 달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노교장은 바로 이 땅에서 부인 최필순 여사의 건강을 건져냈다. 그러므로 은인의 땅, 생명의 땅이라고도 볼 수 있다. 부인의 건강 때문에 광양죽마초등학교 교장직도 1년만에 던질 정도였으니 얼마나 심각했는지 느끼게 한다.
최필순 선생은 8년간 서예를 하다가 문득 글 읽는 소리가 좋아서 한문공부를 시작했다. 하루도 쉬지 않고 맹렬히 공부하다 보니 ‘걸어 다니는 사전’이란 닉네임이 생길 정도였다. 벽초 손평기 한학자의 문하생이 되어 30년간 한학을 해왔다. 문리(文理) 김광민 선생과 광주전남에서 쌍벽을 이룰 정도여서 최필순 선생의 한학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 부인이 종일 공부만 하다보니 매일 코피를 흘리는 등 건강이 심각해졌다. 저대로 놔뒀다간 큰일이 나겠다 싶어 부인을 살리고자 교장 된 지 1년 만에 명예퇴직을 했다. 그리고 귀촌을 결심했는데, 20년 전부터 마량 수인리를 놀러 다니곤 해서 마량쪽으로 택했다. 노교장은 집터를 구하기 위해 현재 살고 있는 곳을 둘러보았다. 여름철이었는데 비가 약간 내린 어느 날 오후였다. 그런데 오색 무지개가 집터를 꽂히는 것이었다. 땅을 보았더니 땅 역시 무지개빛이었다. 정남향이었고, 요니 형국이어서 무작정 사려고 덤벼들었다. 그런데 그 땅은 근저당이 되어 있었고 사채업자와 얽혀 있었다. 몹시 아쉬웠지만 포기하고 있을 때 땅주인이 오히려 사라고 졸랐다. 나중 안 사실이었지만 아들 노경화(42)씨가 광주지검 특수부 검사로 있었는데, 하필이면 사채업자를 단속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그것을 법무사가 귀띔해준 모양이었다. 논으로 되어 있는 집터의 근저당이 풀리면서 평당 2만 1천원에 땅을 구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옥집을 사서 옮겨지었다. 그 때가 2009년 8월이었다.
귀촌을 한 후 노교장은 부인 최여사와 함께 산책도 하고 운동을 시작했다. 두 달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부인 최여사의 건강은 놀랍게도 회복했고 젊은 시절처럼 활동할 수 있었다.
건강을 되찾은 최필순 선생은, 그러나 귀촌한 집에서 편히 지낼 수가 없었다. 광주북구청 문화의 집에서 17년간 한학을 배우고 있는 제자들이 한사코 붙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월·화·수·목 4일간 가르친 후 목요일 오후에 내려왔다가 일요일 광주로 올라가는 주말부부로 살고 있다. 그런데 노교장 역시 집에서 초등학생들에겐 기초한문을 가르치고 있고, 성인에게는 논어를 가르치고 있어 부부가 함께 한학을 가르치고 있는 셈이다.
귀촌의 행복을 누리고 있는 노병현 전 교장과 최필순 선생은 마량 수인리에서 유인의 삶을 즐기고 있다. 마을과는 동떨어진 관계로 마을사람들과는 전혀 교류가 없는 관계로 외로울 듯 보이지만 천만에. 텃밭 가꾸기에도 바쁜 나날이지만 주말이면 어찌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바람에 별채를 하나 장만해야할 판이다.
“마을로 안 들어가길 백번이나 잘 했소. 나는 마을로 귀촌한 것이 시방 땅을 치고 통곡을 하고 싶소, 노인네들 텃새땜새 살 수가 없당께요.”
귀촌한 어떤 사람이 찾아와서 했던 말이다. 마을과는 동떨어진 곳이기에 더욱 한적함을 즐기면서 닭 기르고, 개 키우고, 텃밭 가꾸면서 한시를 즐겨 읽고, 사서삼경을 즐겨 읽으면서 한편으론 후학들을 가르치는 이 삶이 정녕 청복(淸福)임에 분명하다.
해남 계곡면에서 태어났지만 성전중학교 10회 졸업생이어서 강진과는 연관이 있는 노교장의 삶이 돋보인 것은, 귀촌은 귀촌이되 유인(幽人)의 생활을 고집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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