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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의 젖줄’, ‘어족자원의 보물창고’라 불리던 탐진강은 이제 없다. 점점 줄어드는 어획고, 사라져가는 패류, 쌓여가는 진흙으로 인해 예전의 명성마저 퇴색되고 있다. 심지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느낄 만큼 탐진강의 현재와 미래는 암울하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생기 넘쳤던 그 시절이 다시 오기를 기대하면서 탐진강이 강진의 미래가 돼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탐진강의 어제와 오늘을 돌아보고 미래를 제시하기 위해 원류를 따라 가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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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진만 철새도래지를 찾은 고니들이 먹이를 찾아 갯벌을 거닐고 있다 |
탐진강이 강진만으로
기룡(基龍) 마을은 텃골인 기동(基洞)과 용동(龍洞)을 통합하면서 머리 글자를 한자씩 따서 기룡이 됐다고 전한다.
‘이쯤되면 용이 살고 있던 터로 보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용과 연관 된 것을 머릿속에서 정리를 해봤다.
예전에 강진군청 군수실에는 ‘황룡가화(黄龍嘉禾)’라는 편액이 있었는데 그 의미는 ‘가을 들녘에 황금물결이 일고 그 사이로 난 구불구불한 논두렁에 방금 벤 벼 낟가리를 차곡 차곡 쌓아두니 멀리서 보기에 마치 황룡과 같다’는 뜻이었다.
먼저 기룡의 용(龍)로 탐진강의 물길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을 해봤다. 그리고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기룡마을 뒷산인 옥녀봉에서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있었다고 한다. 결국 나의 상상은 잠시 즐거운 추리게임으로 끝이났다.
기룡마을을 따라 탐진강을 따라 가니 여기서부터는 탐진강이 아니라 강진만이라 불러야 하겠다.
강진만은 도암면, 대구면, 칠량면 사이에 있는 만으로 해안선 길이가 79㎞에 달하며 하천에서 유입되는 강물로 인해 주위의 해역보다 염도가 낮아 영양염도(營養鹽度)가 2.4도, 평균수온이 17.8℃로서 해조류 및 어패류의 서식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진만을 바라보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이 고니와 짱뚱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계절도 계절이고 날씨도 그다지 따뜻하지 않아서 짱뚱어는 볼 수 없었다. 날개를 잠시 쉬었던 기러기들도 힘찬 날갯짓을 하며 날아올랐다.
강진만이 철새를 관찰하기 더 없이 좋은 곳이라는 것은 입소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심지어 개발만 하면 순천만 보다 더 멋진 공원을 조성할 수도 있을 거라며 엄지를 치켜세우는 관광객들도 많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제약이 많아서인지 순천만처럼 본격적인 개발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만 군에서도 강진만 개발을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철새도래지에서 신전면 사초리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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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암면 망호마을 쪽에서 바라본 안개 낀 가우도. |
마량항까지 가는 국도 23호선의 해안도로도 멋지지만 도암에서 신전면 사초마을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도 볼 만하다. 철새들이 쉬는 모습, 먹이를 찾아 뻘 밭을 헤치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자신들이야 그저 먹고 살겠다고 하는 몸짓이지만 지켜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겅중겅중 내딛는 발 걸음에서 춤사위가 생각나고 그 동작 하나, 하나가 우아하기 이를 데 없다.
잠시 넋을 놓고 새들을 바라보던 나는 도암면 신평리 삼거리에서 일명 아우토반(autobahn)이라 불리는 해안관광로를 타고 갔다. 강진베이스볼파크를 지나 평범한 해안도로를 가다보니 망호선착장에 도달했다. 건너편에 보이는 가우도가 흐린 날씨 탓에 수묵화로 그려진 섬처럼 그윽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가까이서 사진을 찍고는 이내 방향을 돌렸다.
가우도는 소의 ‘멍에’를 닮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라는데 도통 내 머리로는 달팽이나 거북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 조상들은 가우도를 위성사진으로 본적이 없을 텐데 소의 멍에를 닮았다고 했으니 ‘뭔가 더 깊은 사연이 있지 않겠나’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다만 조상들이 우주로 나가본 적도 없을 터인데 ‘천지현황(天地玄黃 : 하늘은 검고 당은 누렇다)’이라며 하늘이 검다고 표현했으니 그런 조상님의 지혜에 무릎을 탁 치며 신기해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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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정 방조제 안쪽에 조성된 영동농장 |
망호선착장에서 월곶로를 타고 가다보면 논정방조제와 그 옆에 조성된 영동농장을 만나게 된다. 영동농장은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자란 ‘그린 음악 쌀’이라는 브랜드로 명성을 얻고 있지만 사실 1970년대 사우디 아라비아 사막에서 채소농사로 성공을 이룬 입지전적(立志傳的)인 인물, 김용복 명예회장을 빼고 논할 수는 없다. 나중에 시간이 되시는 분은 농장을 방문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아 잠시 추천을 하면서 다시 길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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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전면 해안을 따라 펼쳐진 갈대밭에 조성된 포토존 |
한참동안 해안 관광로를 가다보니 환상적인 갈대밭이 펼쳐졌고 그곳엔 특별히 관광객을 배려한 포토 존이 만들어져 있었다. 안방에 예술사진 하나 걸어두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정말 강력하게 이곳을 추천해본다. 바다 갈대밭을 보며 물 한 모금 마시고 사진한 컷 찍고 잠시동안 눈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시간을 가졌다.
힐링 시간은 그렇게 끝이 났고 다시 길을 따라 이동하니 사초리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초리의 명물 우정회집까지 도달하니 바로 옆에 호수가 나타났다. 이 호수는 ‘사내호’로 불리며 강진군과 해남군이 이 호수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
막상 신전면의 끝에 왔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싱겁기도 한편으론 다음 코스인 칠량면 방향이 기대되기도 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수박 겉 핥기식으로라도 강진만의 한쪽을 다 둘러봤으니 다음에는 칠량면부터 마량면에 이르는 길을 따라 가보기로 하고 철수를 했다.
오는 길에 다산초당 동암 옆에 있는 천일각에서 구강포 앞 바다를 카메라에 담고 싶었으나 해무(海霧) 탓인지 뚜렷하지 않아 사진 찍기를 포기하고 다시 백련사로 향했다. 백련사 입구는 계단 보수공사가 한창이었다.
남자들이 무엇인가에 몰두하는 모습은 항상 아름답다고들 하는데 돌계단을 보수하기 위해 땀을 흘리며 힘차게 망치질을 하는 석수장이를 보니 그 모습이 참으로 멋졌다. 갈대도 철새도 멋졌지만 열심히 땀 흘리는 사람을 보니 이 또한 감동이라.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물길 따라 도암면과 신전면을 찾은 것은 아무래도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다음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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