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家長)인 아버지의 이름
한문에 남자인 아버지 부(父)자는 가족의 가장인 남편을 말하고, 사내 남(男)자는 열 식구를 거나릴 수 있는 힘을 뜻하며, 어머니 여(女)자는 남자의 사랑을 포근히 안은 표시입니다. 영어로 아버지는Father이고 어머니는Mother인데 가족은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생산된 자식들로 함께 따뜻한 사랑을 나누는 가족이라 해서 한 가족을 영어로 Father and Mother I Love You로 표현합니다. 그러므로 Family의 어원은 “아버지, 어머니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입니다. 그 세 글자 중 첫 글자들만을 따서 합성한 가족의 의미로 눈물이 핑 돌 정도의 따스한 단어이지요.
필자가 남태평양 fiji에 이민 가 살던 곳 나후토카 해변 연안에 ‘천축잉어’라는 바닷고기가 서식하고 있는데 암놈이 알을 낳으면 수놈이 그 알 전부를 입안에 담아 부화되는 날까지 담고 있는 동안, 수놈은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어 점점 쇠잔해지다 말고 급기야는 알들이 부화되는 시점에 기력을 다 잃어 죽게 될 정도가 되고 만다고 하지요. 이 어종은 본래 남미 쪽 아마존에 많이 서식하는데 남태평양 쪽에서도 가끔 서식함이 확인되어 종족의 보존을 위해 수놈은 죽음을 뛰어 넘어 자기희생을 각오한다고 합니다. 이 얼마나 갸륵한 일입니까!!
이 말은 그곳에서 수족관을 하며 그 해변들에 서식하는 각종 열대어 특수고기를 잡아 세계 각처로 수출한다는 분의 말을 듣고 안 사실입니다.
그리고 한여름 논두렁에 나가보면 수렁이나 논길에 서식하는 ‘우렁이’를 많이 보지요. 알에서 나온 우렁이 새끼들은 어미가 알을 낳고 어디론가 가버린 그 자리에 남은 수컷의 몸에 붙어 대신 살을 뜯어먹으며 성장하지요. 논둑에 가면 다 뜯어 먹힌 우렁이의 녹갈색 빈껍데기가 물위로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또, 냇가 실개천 모서리에 늘어진 버드나무그늘아래 늪지에 많이 서식하는 ‘가시고기’ 또한 어미가 알을 까고 어딘가로 떠나버린 그 자리를 아빠 가시고기가 대신하여 새끼들이 다 성장하도록 보호하다가 마지막에는 자기 몸마저 다 뜯어 먹히고 일생을 마친다고 합니다. 그리고 큰 바다의 문어 또한 우렁이나 가시고기와 같이 자기 살을 자식들에게 다 뜯어 먹히고 난 뒤 죽게 되면 물살에 해변 가로 떠밀려 옵니다. 갯가에까지 떠밀려와 흐물흐물 떠다니는 문어발은 마지막엔 해삼들이 가득 붙어 파먹습니다.
요 최근에는 볼 수 없지만, 필자의 어린 시절 고향해변(통영 맨데)라는 곳에 살 때 자주자주 보던 그 광경을 이상스러워 어머님에게 물어보니 어미가 새끼에 뜯어 먹혀 죽었다고 했던 그 말씀을 아직도 지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답니다. (이상의 내용은 필자가 2014년 4월에 출간한 ‘아직 끝나지 않은 인생길 여행’이란 책 23쪽에 수록하였음을 참고함)
그같이 부모란 자기가 낳은 자식만을 위해 한 평생을 희생하며 살아가는 우렁이, 가시고기, 문어와 같은 삶의 일생을 철칙인 양 알고 살아갑니다. 특히나 이 땅에 살아가는 아빠들이란 한 집안의 가장으로 따뜻한 자식들에 위로를 받지 못하면서도 당연한 양 그 무거운 짐을 양 어깨에 짊어지고 어려운 세상을 묵묵히 살아가야하는 숙명적 존재(宿命的 存在)입니다.
특이나 우리나라의 부모와 자식관계는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심각한 문제로 ‘부모 노후준비의 최대 적이 바로 자식들 때문’인데 세계에서 자식만을 위해 죽을 때까지 마음 놓지 못하고 걱정하며 돌봐주는 부모는 이 지구상에서 단 우리나라 한국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마치 천축잉어나 가시고기, 우렁이나 문어 신세와 같은 처지와 별 다를 바가 없습니다.
자식들이 잘되기만을 위해 한창 즐거운 가정을 꾸려가야 할 40대 부모들은 미국이나 다른 외국에까지 엄마와 함께 나가야하고, 아빠는 외로운 희생양이 되어 직장에 나다니며 기러기 아빠신세가 되어도 참고 살아가는 것을 숙명(宿命)으로 압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등록금 마련이 어려워 사채업자에 대출까지 받았다가 갚지 못해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피해서 거리에 노숙 하면서 까지도 참고 지내야하는 아빠들도 많습니다.
한편으로 자식들 말도 일리는 있지요. 부모가 자기들 좋아서 낳은 대가로 에프터써비스를 끝까지 해야 한다는 데는 할 말이 없습니다. 당연히 책임을 지라는 것이지요.
진정, 오늘도 부모라는 이름으로 살아가야하는 아빠 엄마들이여!! 가정에서나 직장에서 자신의 자리가 작아지고, 어깨의 짐이 버거워 삶이 막막하고 힘들어도 표내지 않고 묵묵히 살아가야하는 위대한 아빠 엄마의 이름들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만은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유교적사상인 삼강오륜(三綱五倫)의 부자유친(父子有親) 관계 때문에 자식은 부모를, 부모는 자식을 무조건 죽는 날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끈끈한 오라 줄인 정(情)으로 맺어지게 만들어놔져 있기 때문에 자식이 다 커 어른이 되어도 아버지는 자식이란 개념을 버리지 못해 마음이 놓이지 않아 밤길 조심히 가라고 걱정합니다.
이런 부자간의 삶의 형태이다 보니 부모는 자식을 당연하게 의무적으로 죽을 때 까지 책임을 져야하는 철칙으로 자식들이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하고 사회에 나가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뒷바라지까지 책임져야하는 이상한 관습적인 제도(a system)가 틀에 박혀있지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성인이 되어도 성인식에 큰 관심이 없으나 외국 선진국들에서는 성인식 날을 성대하게 치룹니다. 일본의 경우 자기들 나라 고유의 옷 쓰무기로 만든 기모노 의상들을 입고 아주 엄숙하게 성인됨을 만천하에 공표합니다. 성인이 된 이후부터는 부모에게 단돈 천원을 빌려도 반드시 돌려주고 받는 것이 의무이고, 자립정신을 길러 사회에 나가 적응하도록 자식의 의사를 존중하고 넓은 세상으로 내 보냅니다. 그래서 이들은 고난의 기간 동안 직업에 귀천을 가리지 않고 경험적 현실에 잘 적응해 부딪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부모와 자식 간의 경우는 그러지 못하지요. 부모의 노후 준비의 최대 걸림돌은 바로 이 자식들 때문인데 자녀들의 결혼비용에서부터 자녀들에게 집을 사주고, 나중에는 사회에 정착되는 사업자금까지 책임지는 이런 나라는 이 지구상에서 대한민국뿐이 없습니다.
그 뒷돈을 대주지 못하는 힘없는 아빠는 마지막 하나 남은 집 한 채까지 다 주고도 모자라 땡 빚을 내거나 보증을 서 마지막엔 완전히 거덜이 나도 누굴 잡고 호소조차도 못하고, 오갈 데 없이 거리에 노숙해야 하는 신세로 전락되는 현실을 우리 생활주변에서 많이 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을 호소할 길이 없습니다. 최근에 부모가 자식들에 유산을 공평하게 나눠 주지 않는다고 집에다 불 지르고, 죽이기까지 한 끔직한 뉴스를 본적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마치 자식들을 상전처럼 모셔야하는데 끝내 부모 곁을 떠나지 않고, 아랫목을 뱅뱅 돌다가 결혼을 하고 나서도 부모의 힘으로 집 장만 때 까지 해줘야 겨우 분가해, 부모는 집안이 파산되어 노후 생활 자체가 처참하고 초라한 신세가 돼 버리지만, 자식들이 부모를 돌아가실 때까지 모신다는 확실한 보장도 전혀 없는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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