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보고 싶어, 미안해”
진달래,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활짝 핀 꽃들을 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더욱 아파 온다. 세월호의 기억 때문인가.
세월호 침몰 참사 1주년이 되었다. 2014년 4월 16일, 그 날의 사고로 304명의 꽃다운 목숨이 수장되고 9명의 실종자는 아직도 저 차디찬 팽목항을 떠돌고 있다.
“끝나지 않는 비극”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강진이 추모 분위기로 물든다.
2015년 4월 16일(목) 늦은 7시 10분, 강진아트홀 앞마당에서 희생자 추모 강진군민 참여행동 참가자 일동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문화제를 실시했다. 참여하는 일반인과 강진청남중학생들, 읍내학교 학생들 등 어림잡아 250여명이 넘었다. 문화공연을 시작하기 전에 종이배 위에 국화꽃 헌화를 시작으로 추모식이 시작 되었다.
문화공연으로 추모자 부모 도살풀이가 시작 되었다. 도살풀이춤은 도당살이풀이를 줄인말로서 예인무의 하나로 행해지고 있는 살풀이춤의 원조형이다. 이 춤의 본뜻은 흉살과 재난을 소명시켜 안심입명, 나아가 행복을 맞이한다는 종교적 소원에서 비롯된 것이다. 도살풀이춤은 자연스럽고 소박하며 삶의 깊은 뜻을 가지고 있으며 긴 수건에 의한 공간사의 유선이 훨씬 다양하며, 선이 그려지는 형태는 하나의 회화와 같다. 다음으로 흥타령, 노래 등을 불렀다. 학생들의 발언과 마지막으로 우리의 요구와 다짐으로 진행 했다.
우리들의 다짐과 요구
올해도 어김없이 새들은 돌아오고 꽃들은 피어나는데, 세월호와 함께 바다에 빠져버린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많은 어린 싹들이 꽃도 피우기 전에 무능한 국가에 의해 학살당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1년이 지났지만 변화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원인은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어, 언제 어디서든지 ‘제2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건만 고장이 난 대한민국호는 조난 중입니다. -중략-
진상을 가로막는 특별법 시행령 정부안을 즉각 폐기하십시오!
진상조사위원회의 시행령 안을 받아들이십시오.
아직 나오지 못한 실종자를 가족의 품에 돌려주십시오!
세월호 선체를 온전한 상태로 인양하십시오!
결코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
종이배 띄우고 국화꽃 추모
그리움으로 애끓는 ‘탄식의 팽목항’
“미안해” “또 올게” 그것은 그리움 • 분노 섞인 외침으로 쏟아낸 절규
금요일에 돌아오겠다던 아이들은 돌아오지 못했는데 진도 팽목항에는 다시 하얀 벚꽃이 피었다. 그러나 기억의 벽 앞에는 통곡소리 그대로였다. 그리움으로 애끓는 탄식의 팽목항 이었다.
1년 전 오늘 수학여행을 갔다 오겠다고 제주행 여객선 세월호에 몸을 맡겼던 아이들은 사나운 맹골수로에 갇혀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진도 팽목항, 통곡의 땅 팽목항이 기다림의 항구로 변하는 동안 방파제 곳곳에 매달린 노란 리본은 색이 바랬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의 다짐도 힘겨워 지친 모습이다.
이제는 우리들 가슴에 남아서 별이 된 아이들, 그 많은 별들이 당장이라도 떨어질듯 삭아버린 줄 하나에 위태롭게 견디고 있을 뿐이다.
어둠의 바닷속에 갇힌 생때같은 자식의 생각은 통곡의 밤을 낳았다. 구해내지 못한 정부를 향한 원망 섞인 글도 가슴을 아프게 했다. 아픔이 조금이라도 달래지길 비는 팽목항의 위령제는 세월 지나도 그대로인 현실에서, 단원고 학생과 유가족 500여명의 “미안해” “또 올게” 그것은 그리움 • 분노 섞인 외침으로 쏟아낸 절규였다.
세월호 사고 이후 여객선을 탈 때는 승선권과 신분증을 철저히 대조하는 모습에서 달라진 변화를 실감한다. 앞으로는 여객선을 타고 여행을 떠나거나 이동을 할 때는 반듯이 신분증을 가지고 다녀야 승선할 수 있다.
중•고교생 95% “세월호 내게도 일어날 수 있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설 참교육연구소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진행한 이번 설문 조사 발표를 보면 다음과 같다. 중고생 416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한 결과 응답자의 95%가 세월호 사고에 대해 자신이나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느끼는 것으로 답을 했다고 15일 밝혔다. ‘자신이 겪은 일처럼 느낀다’고 응답한 학생은 28%, ‘친한 친구의 일처럼 느낀다’는 응답자는 20%였으며, 47%는 ‘주변 사람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자신과 무관한 일로 생각한다’는 답은 5%에 불과했다.
현 시점에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졌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해결된 것이 없다’는 응답이 50%, ‘해결된 것이 없는 편’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36%로, ‘진상규명이 미흡하다는’는 의견은 86%로 집계됐다.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답한 비율도 81%에 달했다.
세월호 인양에 대한 의견을 묻는 문항에는 응답자의 74%가 인양에 찬성했으며, ‘비용이 많이 들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15% 응답이었다. ‘국민의 세금을 들여 인양할 필요 없다’는 의견은 5%로 조사됐다.
정관웅 시인의 세월호 추모시
가슴 아린 4월의 편지
정관웅
약해진 생각의 힘은
어디쯤 가 있을까요
개나리와 진달래
복사꽃과 벚꽃은
다시 피었지만
기억의 벽
어느 새 1년을 보냈습니다.
약속한 시간
가장 슬픈 국화꽃 헌화
통곡소리는 더 큰 배로 떠오르고
우리는 오늘 유죄입니다.
속울음 삼키며 버틴 365일
어떻게 말해야 할지
어떤 마음으로 울어야 할지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염없이 바라보는 바다
2014년 4월 16일 그날
믿기지 않았던 그날이
살아 있는 자들 모두의 가슴에
참담하고 부끄러웠던 비극
그대들의 혼백은
아직 가라앉지 못하고
맹골수도 깊은 물속에서
차가운 심해를 떠도는 영혼
엄마, 죄송해요
그 바다 위 세월 적힌 부표
파도에 뒤뚱거리고
맴도는 가슴, 수많은 모습들
꼭 꺼내줄게 말 했건만
약속도 저버리고
그렇게 진실마저 가려진 참사
이제는 언제 그러했느냐고
파란 하늘을 느끼고
따뜻한 태양을 바라보고
일상의 바쁘다는 미명에 우선하여
시시로 잊어버리는 시간의 기억
우리는 참으로
부끄럽고 부끄럽다고 고백할 수 없는
얼굴이 되었습니다.
미안하다 미한하다
아무것도 못해줘 미안하다
잘못했다 잘못했다.
달라진 것도, 밝혀진 것도 없는
오늘
가슴에서 가슴으로 흔들리는 리본
노란 물결 도보행진
종이배 띄우고 국화꽃 헌화
우리는 차마 추모라는 단어를
말하기 부끄럽습니다.
노란 리본이
끝나지 않는 슬픔이
우리들 가슴에 사랑을 이룬
삶으로 남기위해서는
더 정직하고
더 많은 겸손과 배려로
믿고 의지함이 빛나는 나라
더 밝고 변하지 않는 기도의 등불로
가슴 깊이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맑은 웃음으로
죽어도 살아서 오는 수많은 얼굴들
하얀 꽃 슬픔, 하늘 빛 그리움
깊은 내부에서 자라
삼가 공경하는 마음을 바침니다.
어리석고 참된 용기가 없는
이렇게 슬픈 변명 가득한
추모를 용서 하십시오
이제 우리 모두
일부러 이삭을 흘려
스스로 생각을 만들고
슬픔에 잠긴 그들과, 가난한 이름과
함께 나누는 진정한 애도의 성찰
바라보고 실천하는 뜬 눈이 되어야 합니다.
기억하겠습니다.
우리는 인간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2015년 4월 16일 시인 정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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