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영암군 금정면 궁성산 일대에서 시작된 탐진강 원류를 찾아서 장흥읍을 가로지르고 강진군을 종단해 이곳 마량항까지 둘러봤다. 때로는 풍경이 아름다운 곳, 수산물이 풍성한 곳, 탐진강과 지명의 연관성이 있는 곳을 따져 보면서 둘러보니 어림잡아도 200km 가까운 도로를 이동한 것이다. 물론 같은 곳을 몇 번씩 방문하기도 했는데 이동거리를 얼추 계산해봐도 21회 연재, 1주 왕복거리 50km를 곱하니 1천km가 나온다. 이렇게 보니 꽤 많이 이동을 했다. 그런데 그냥 둘러보고 결론이 없으면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과 같으니 보고 느낀 것을 정리해보자.
섬진강과 순천만은 강진군의 좋은 모델
현재 우리군이 가지고 있는 탐진강과 강진만이라는 천혜의 조건을 따로 따로 분리했을 경우 강(江)과 만(灣)으로 나뉘는데 이 두 곳 개발의 좋은 예를 보여주는 곳이 곡성군의 섬진강과 순천시의 순천만이 되겠다.
곡성군 소재 섬진강의 경우 섬진강 기차마을이라는 콘텐츠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섬진강이 범국민적으로 사랑받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은 1999년 4월 군 역점시책중 하나인 치포치포 섬진강 나들이 관광열차 행사가 시작된 이래 고달면 가정리가 곡성군 관광명소로 새롭게 부상했다. 특히 옛날에 실제로 운행하던 증기기관차의 모습을 그대로 복원해 옛 곡성역(섬진강 기차마을)에서 가정역까지 10㎞ 구간을 왕복 운행하고 있는데 나루터, 국도 17호선과 전라선 철도, 섬진강 등 3선이 진풍경을 이뤄 호남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이자 사진촬영 장소로 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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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험관광의 새로운 롤 모델로 각광받고 있는 섬진강 기차마을 레일바이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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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발적인 인기몰이 중인 순천만 생태공원 |
또 다른 비교대상인 생태공원 성공사례의 순천만을 보자. 순천만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나서 생태계를 관리하고 보호해 성공한 사례로 첫 손에 꼽히는 곳이다. 순천시가 밝힌 지난해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의 총 입장객은 155만3870명에 달한다고 한다. 지난해 입장료는 물론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이 43억 원에 이른다고 하니 그 인기를 실감하고 남음이다. 또 지난해 10월에 열린 순천만 갈대축제에서는 순천을 찾은 관광객들이 지역에서 지출한 금액이 634억5000만 원에 달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 정도의 성과를 보면 이미 순천만은 순천시민들의 보물이다. 그런데 이런 순천만의 성과도 거저 얻어진 것은 아니다. 지역 주민, 시민단체는 물론 지자체가 순천만의 생태적 가치를 발견하고 보전하는데 최선을 다했던 성과로 풀이된다. 그들은 개발 대신 보존을 위해 갈대밭 사이에 덱을 놓고, 전봇대와 전선을 없앴으며, 최근에는 공원 입장객을 하루 1만 명으로 제한한다는 사전예약제 또한 시행을 한다고 하니 말이다.
이 처럼 두 지역의 성공사례를 보면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지만 이것이 우리 강진의 미래일 수도 있다는 희망메시지이기에 가슴이 뛰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 강진군은 왜 개발을 못했을까?
탐진강 개발의 족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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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 신비를 품고 있는 탐진강 상수원보호구역 |
‘푸른 강물, 아름다운 하천, 수산물이 풍성한 탐진강, 그리고 수려한 갈대밭과 빼어난 풍광의 강진만’까지 어느 곳에 비견해도 빠지지 않을 명품 관광지의 조건을 모두 가지고 있는 우리 강진군에서 왜 탐진강과 강진만을 활용한 개발을 할 수 없었을까? 강진군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생각해봤을 이 문제가 사실은 아주 간단한 원인 때문인데, 그 간단한 원인을 해결하는데는 대단히 복잡한 답이 필요하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강진군이 탐진강을 개발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은 군동면 지역에 있는 탐진강의 일부구간이 상수원 보호구역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탐진강 개발은 하류에만 국한될 수밖에 없고 그 개발방법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한 개발하려는데 익산국토관리청의 허가 없이는 그 사업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수원 보호구역을 해제시키더라도 대안 없이 해제시켜서는 안 되는 것이 문제이다.
현재 강진읍에서 소비되는 물은 1일 4,800톤이며 톤당 약 340원의 요금이 산정된다. 따라서 1일 160만원 상당의 비용이 발생하며 3310가구가 이용하고 있다. 이것을 1년 단위로 계산하면 5억 9,560만원의 비용이 소요되고 동일한 조건으로 광역상수도를 이용했을 때는 약 7억 2,357만원으로 1억 2,800만원이라는 큰 금액이 추가로 발생한다. 여기에 누수율과 각종 추가비용 발생분을 고려하면 매년 2억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우리 강진군 입장에서는 광역상수도를 설치하기도 어렵거니와 현재 상수원도 놓치기 아까운 입장이다.
또 상수원 보호구역을 해제하면 우리는 장흥댐으로부터 오는 광역상수도를 이용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단순히 물 값이 비싼 것이 문제가 아니다. 광역상수도의 경우 수압이 세기 때문에 노후관은 그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파열될 가능성이 크고 무엇보다도 강진군 관내 노후관은 이미 상당한 누수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광역상수도가 오더라도 누수량 때문에 예상 못한 비싼 물 값을 지불해야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때문에 광역상수도를 이용하려면 먼저 노후관에 대한 교체가 우선 돼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노후관 교체도 만만치 않다. 현재 관내 상수도 관로는 20~30년 된 노후관으로 상당량을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며 관로 총연장이 191km에 달해 사업비 추정치만 해도 약 76억 원에 이른다. 이것도 강진읍 외곽지역을 제외하고 읍내 관로 교체에만 드는 비용이다.
즉, 탐진강 개발이라는 큰 계획은 관내 상수도 노후관로 교체부터 실시해야 하며 관로가 개선되면 광역상수도를 이용하고 한발 더 나아가서 탐진강 상수원 보호구역을 해제 시키고 진행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론상으로는 그럴 듯 했지만 시간과 비용 등 이 모든 문제에서 쉬운 게 없다. 우리 지역 현안중 하나인 탐진강 개발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영향력 있는 누군가가 이 문제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최소한 ‘왜 탐진강 개발이 쉽지 않았나?’라는 문제의 원인이라도 알았으니 이제는 이 문제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법이 필요하겠다.
탐진강을 바라보는 나에게 뜬금없이 ‘개발과 보존과 예산 중에, 그 중에 제일은 예산이라!’는 이런 문구가 머리를 스친다. -끝-
22주 동안 연재하면서 졸필이지만 지도편달을 아끼지 않으신 독자 재현들께 감사드리며 지면을 허락해주신 송하훈 대표님께도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지역의 현안과 관계도 되고 또 우리가 알아야 할 것, 알면 좋은 것들에 대해 더 찾아보고 공부해서 꼭 다시 찾아뵐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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