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칠량 송로리 출신 전남도립대 최한선(55) 교수가 일곱 번째 시집 「전라동도 전라서도」를 발간했다. 60여 편의 시를 발표한 이번 시집 「전라동도 전라서도」출판기념회도 기획하고 있는 최한선 교수의 열정적 시작(詩作)은, 평소 바쁜 일상으로 비추어볼 때 놀랄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 발간한 시집 해설을 맡은 이달균 시인은 “경남 끝자락에서 ‘전라동도 전라서도’를 읽었다”며 “던지고 풀고 맺는 가락의 묘미가 있다‘고 평했다.
전라북도에 가면
푹푹 떡살 눈이 올 것이라고 장담한 사내
자신만만한 그 소리를 철석같이 믿고
여인이 앞장을 선다.
정읍에서 고창, 거슬러 무진장까지 쓸고 다녔지만
떡살 눈은 고사하고 실눈 한 점 뵈질 않는다
“여기가 어디여? 전라 동도여, 전라 서도여?”
하늘은 환장하게 청보리처럼 멀쩡하고
생각 많은 햇살도 욕심껏 강렬하다
사내는 고개를 시오리쯤 돌린 채 딴전이다
침묵이 흐른다
“끈이나 하나 묶으시오”
불쑥 여인의 볼멘소리가 상황을 더 헝큰다
사내의 음성이 떨린다
“아니여”
짧은 비명 같은 대답이다
“그럼 어디여?”
다시 여인의 날선 비수가 귓전에 꽂힌다
전라북도에 가면
분명 푹푹 떡살 눈이 올 것인디
여기는 암만해도 전라동도나 서도인개비여······
그녀에게 눈은 무엇일까
그녀는 왜 그리 간절하게 눈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일까
필시 눈 너머의 그 무엇을 기다리고 있음이다
소녀 적, 겨울 너머의 자운영 활짝 핀 봄날의 논두렁 같은
<전라동도 전라서도> 전문
최한선 시인의 시는 유장히 흘러가는 가락이 좋을 뿐 아니라 본인이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그의 가락 속에는 가사체의 운율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달균 시인은 또 최한선 시인의 시를 일컬어 “유머와 위트로 풀어내는 진정성의 시”라고 말하고 있다. <노벨문학상을 거부한다>의 시는 21연 108행에 달하는 장시인데도 단숨에 읽히는데, 한편의 블랙코미디를 본 느낌이다는 것이다.
아울러 최한선 시인은 “한국현대사를 노래하는 시인이며 사랑 꽃에 덮인 이성의 칼날 같은 시를 쓰고 있다”고 평하고 있다.
재가 된 성삼재
단이 된 노고단
영이 된 임걸령
목이 된 노루목
봉이 된 반야봉
왕이 된 천왕봉
소가 된 병풍소
대가 된 요룡대
골짝 된 피아골
<지리산 병사골 계곡> 중간 부분
“온갖 우여곡절을 견뎌낸 지리산은 원한도 분노도 낙조로 단풍으로 화해 있다”며 “이 시는 그 자체로 한편의 한국현대사를 엮어냈다”고 말하는 이달균 시인은, “‘화엄의 소망’의 시를 볼 때 시인이 원하는 칼날은 일도양단의 칼날이 아닌 사랑 꽃에 덮인 칼날이며, 날카로운 이성적 판단이 중요한 순간에도 결행에 앞서 위로와 측은지심을 갖게 하는 시간을 필요로 한 시이다”라고 평하고 있다.
최한선 시인은 칠량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한 후 광주 송원고등학교와 대구대 사범대에서 공부한 뒤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21세기 문학」시부문 신인상 당선, 2004년 「시조시학」신인상 당선으로 시단에 등단했다. 시집으로 「화사한 고독」「백제를 꿈꾸며」「사랑 그리고 남도」「비상대책위원회「수제비와 구름」등이 있고, 저서로는 문광부 2013 우수도서 「문학과 문학 그 상징과 속살」등 여려 권이 있다. 빛고을 청년대상, 열린시학상, 한국예총상, 박용철문학상, 자랑스러운 사범대인, 자랑스러운 송원인상 등을 수상했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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