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우리 이장님(13회)
신전면 논정마을 이석규이장(66)
신전면 벌정리 논정마을은 동쪽으로는 강진만의 바다가 있으며 그 너머로는 대구면 사당리가 보인다. 북쪽으로는 논정간척지 영동농장 들판이 질펀하게 펼쳐져 있어 농경지가 어느 지역보다 많은 마을이다. 1983년 도암면에서 신전면이 분리되면서 논정마을도 신전면에 속하게 되었다. 논정마을은 3면이 바다지만 해변을 등지고 있어 마을에서 1km 정도 낮은 산을 넘어야 바다로 나간다. 해안 쪽으로는 신전면 사초리까지 해안길이 나 있어서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따라 멀리 마량면과 완도군 고금도까지 이어지는 바다 풍광을 만끽하며 드라이브를 할 수 있다. 이 해안 길을 드라이브하다 보면 바다 한 가운데 중절모자처럼 생긴 섬을 보게 된다. 비라도 라는 무인도이다. 애절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 이 섬은 예부터 대하가 많이 잡히는 어장으로 손꼽힌다. 어장의 건너편이 칠량인데 그곳에 최씨 성을 가진 나이 서른이 된 노총각 어부가 살았다. 성품이 성실하고 부지런하지만 가난했던 최총각은 노부모를 지성으로 모시는 효자였다. 어느 날 자기 어선을 타고 비라도로 고기잡이를 나갔다. 바다에 그물을 치고 한동안 바위위에 앉아 어장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곳에 물체 하나가 떠내려 와 그물에 걸리는 것이었다. 급히 그물을 걷어 올려보니 그물에는 처녀의 시체가 담겨 있었다. 최총각은 처녀의 시체가 애석하게 생각되어 지성을 다하여 섬의 정결한 곳에 장사를 지내고 돌아갔다. 그날 밤 최총각의 꿈에 그 아리따운 처녀가 나타나 단정히 무릎을 꿇고 “서방님 어서 일어나 어장에 나가 보십시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최총각은 아쉽고 섭섭한 정을 느끼며 이른 새벽 노를 저어 비라도로 나갔다. 그날 최총각은 엄청난 양의 고기를 잡았으며 그 뒤에도 간간히 처녀가 꿈에 나타나면 풍어를 했다. 지금은 비라도에서 처녀의 무덤을 찾을 길은 없지만 비라도를 찾는 강태공들은 꿈에 처녀를 보기를 바라며 섬 주위를 맴돈다. 그래서 이 지방 뱃사람들은 배에 시체를 실으면 재수가 좋다고 전해지고 있다. 비라도를 바라 볼 수 있는 해안길 안쪽으로는 간척지가 펼쳐져있다. 간척지로 인해 넓은 들이 생긴 대신 갯가 양식사업이 불가능해졌으며 갯벌을 잃어버리는 아쉬움도 있으나 간척지 땅은 논정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경제적 보탬이 되고 있다. 현재는 60세대가 살고 있으며 60세 이상이 80%를 차지한다. 이석규(66)이장은 논정마을에서 9년간 이장을 해왔으며 이번에 3번째 이장을 맡고 있다. 조용조용한 성격인 이이장을 대하면서 어느 일이고 나서지 않고 과묵하게 일을 처리해 나갈 것 같은 깊이를 느꼈다. “지난해 자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육묘장이 만들어져서 농번기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작목반에서 신청을 받아 서로 간 일정에 맞추어 사용하고 있는데 육묘장은 주로 대농들에게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방제기도 설치했는데, 논농사가 많은 우리 마을에는 필수적인 것입니다. 논 멸구할 때 쓰이게 되는데 150미터 정도까지 방제가 되기 때문에 도움이 큽니다. 그에 따른 방제기 보관창고인 경락고도 작년에 만들었고요.” 논정마을의 현재 성씨는 전주이씨 효령대군 6대손인 감역공(鑑役公) 이태빈(李台賓)<전주이씨 38대손>의 후손이 많이 거주한다. 반농반어의 전형적인 터전으로 마을 주변의 들녘과 바다에서 얻는 풍어로 여유롭게 보이는 마을이다. “우리 논정마을의 들노래는 많이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신전들노래는 무형문화재 제38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2004년부터 매년 강진청자문화제에 40여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강진신전들노래는 이종재옹이 50여 년 간 불러온 들노래이다. 고된 농사일을 위로하는 들노래는 일정한 규칙이 있는 판소리와는 달리 부드러우며 애절하다. 농민들의 애환을 담은 노동요로 남해안 지역 농경문화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인 것이다. “농촌테마마을로 지정되어 갯들소리마을체험관이 거의 완공 단계에 있습니다. 다섯 채 가호가 민박을 운영하고 있고요. 도시와 농촌이 교류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봐야지요. 지난번엔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오신 35명이 일박을 했습니다. 마차를 타고 해안도로를 일주하고 반지락 캐기 등 바다갯벌 체험도 하고요. 고구마 캐기, 풋고추 따기 등도 하고 농산물과 잡곡류 고추 등을 구입해 가기도 했지요. 이런 도시농촌 교류가 도시 사람들한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돼요. 직접 눈으로 보고 직접 체험을 통해서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바다를 끼고 있지만 바다에 종사하는 일보다는 논작물과 밭작물을 많이 경작한다. 곡식의 결실이 좋은 비옥한 땅은 논정마을을 풍요롭게 해주는 조건이기도 하다. 또한 영동농장의 농경지에서도 쌀 전업농 가구인 12호 가구는 35마지기 이상씩의 임대경작을 하고 있다. “60세대 중 30세대가 혼자이고 30세대가 부부입니다. 50대 안팎 젊은 사람이 여섯 정도 돼고요. 앞으로 10년 앞을 내다보면 희망적인 것은 없다고 보지만, 현재 기계화가 돼서 농촌일손이 많이 쉬워졌다고 봐야지요. 70이 넘으신 분들이 다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기계화돼서 농사도 많이 지을수록 경제적이니 영동농장의 임대경작은 큰 수확이 된다고 봐야지요. 올해도 대체적으로 좋은 해였습니다.” 시종일관 조용조용 조목조목 설명해주는 이석규이장은 부인 신옥자(62)씨와 2남 1녀를 두고 있다. (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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