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삶
곽영체 완도교육청 교육장 (전 강진교육장)
물질문명이 발달하면서 이기주의가 만연하고 세상은 풍요로워 보이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풍요를 나누려는 삶의 모습은 점점 보기 어려워 진 것 같다. 더구나 요즘처럼 세계 경제가 악화되고 실물 경제가 침체되면 상황은 더욱 어렵게 된다. 그러나 결코 나눔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왜냐 하면 나눔을 맛 본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 기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동경하는 이상사회가 있고 자기가 그리는 이상사회를 위하여 무엇인가를 기여하며 산다는 의식이 있을 때 보람되고 자존심 있는 삶을 살아간다. 이상사회의 공통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평등, 복지, 정의, 공동체의식이다. 그러나 이런 학술적인 것 말고도 맑은 공기와 푸른 숲 깨끗한 물 싱그런 바람과 같은 순수한 취향의 사람들과의 만남도 이상사회의 요소라 할 수 있다. 이상사회의 가능성은 광역의 사회의미보다 소규모 사회에서 더 크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장애요인도 많을 수 있다. 지나친 경쟁, 감정의 대립, 포용력의 부족, 이유 없는 거부의식 등이 그 요인이다.
세상에서 나눔을 즐기는 사람들의 속성으로서 특징적인 것은 ‘창조성’이다.
나눔이란 자선이나 구빈(求貧)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의 개발, 복지를 위해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인간존중의 정의사회를 구현코자 하여 베푸는 것인데 사실은 그 활동으로부터 얻어지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은 나눔을 실천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보람이다.
사람이 태어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회가 필요로 하는 곳에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자부심과 삶의 의미를 제공 한다.
심리학자 메슬로우(Maslow)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중 정점에 있는 욕구는 자아실현의 욕구라고 했다. 자아실현이란 삶의 심미성 즉 사랑, 진리, 봉사의 추구이다. 또한 신학자 틸리히(Tilich)는 정의사회를 만드는 필수요소로‘창조적 사랑’을 제시하였다. 즉 사람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으로서의 사랑이다.
베푸는 삶이란 받는 자보다 주는 자의 기쁨이 훨씬 크다고 한다. 베풀면서 자아발견과 자아성장, 사회에 대한 새로운 이해, 이웃과 함께하는 공동체 생활, 건강한 정신, 소외감 예방 등 결국 넓은 시야와 다양한 실천과 경험이 축적되고 인생을 풍부하게 하고 따뜻하게 하는데 기여한다. 특히 노인들에게는 신체와 정신의 자극으로 건강한 삶 유지, 고독의 탈피 등을 가져다 주기도 하는데 이것이 곧 베품 지수의 향상이고 정의사회를 만드는 창조적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몇 년 전 마량초 어느 학생에게 명절 전 격려금을 주기, 강진의 소년소녀 가장 스물 한명에게 쌀 보내기, 성전의 한 고등학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기 성전면 월남리 한 여학생에게 추석 때 청바지를 사 입히기, 마량면 불우 가족에게 치료비 지원하기, 군동면 사랑의집 후원기금지원, 수능 대비하는 강진고, 성 요셉 여고 학생들에게 간식제공, 가영이 컴퓨터 바꿔주기, 자비원 아이들과 통닭 피자 파티, 노인당 복지시설 등 위문하기, 강진 군민 장학재단에 10여회 이상장학기금 기부 등 활동에 참여해 봤다. 이러한 나눔을 넓혀가고 키워가는 것은 자신의 마음의 여유와 강한 참여의식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생의 황혼기에 내가 아닌 주변을 위해 무엇인가 베풀어 보는 것도 이제까지 못다한 삶의 과업에 대한 이행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 그리고 나만이 느끼는 보람과 즐거움 때문이다.
연말이 되면 방송에서나 각 사회단체 학교 등에서 많은 돕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길거리에 나가면 구세군 남비가 있는데 어느 부모는 꼬마아이에게 천원짜리 한 장을 쥐어주며 스스로 남비에 넣도록 한다.
나눔이 자기 존재의 의미와 자기 존중을 깨닫게 하고 인간의 가치를 인식케하여 건전한 인격과 봉사정신을 형성하는데 크게 도움을 주고 이상적인 공동체 삶에 대한 기초를 확립해 주는 것이라면 어려서부터 남에게 주고 나누고 봉사하는 습관을 생활화 하도록 하여 세상의 따뜻함을 넓혀가는 것도 좋은 교육이 될 것 같다.
소유는 인간의 욕구를 채우지 못한다고 한다. 살아있을 때는 손바닥을 쥐는 일이 많지만 세상을 떠나면 손바닥을 펴고 다시 쥘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며칠 남지 않은 연말에 우리 모두가 불우한 이웃과 사과 하나라도 나누는 삶이 되었으면 세상이 더욱 따뜻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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