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심리학 - 뼈와 근육(5)
주희의 무이도가(武夷櫂歌) 10수(首)의 미적 가치
우리는 산의 아름다운 곳을 찾아서 여행을 하거나 그곳에 텐트를 치고 머무는 일들이 많다. 산을 찾아 산을 오르는 것이다. 건강과 공간의 운용, 자연의 탐구와 삶의 가치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갖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알게 모르게 우리는 땅의 지기(기운)를 받고 살고 있다. 풍수 이론과 땅의 지기(기운)를 본다면 양택, 음택(이기,형기,물형,현공 등)등 이다. 지기는 우리의 몸과 밀접하게 관계를 가지고 있다 할 수 있다. 옛날 사람들도 그런 점을 알고 있다. 자연의 지기 속에서 아름답게 살면서 그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시, 서 화를 즐기며 건강하게 생활화 했다. 〈무이도가〉도 이야기도 같은 이야기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삶을 바라보고 미적 요소를 찾아 폭 넓고 윤택한 의식 속에 살아가고자 했다. 알게 모르게 지기를 받아서 기운생동의 운용이 되었다. 자연속의 자연 인이 되는 것이다.
옛 선인들이 사는 시대와 비교해 보면, 오늘 우리가 사는 것은 과학 문명이 발달하고 사회가 급속하게 변화 되어 생명의 연장이 100세를 지나가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생명의 가치나 누리는 삶은 ‘정말 행복한가?’라는 질문 속에 바라본다면 ‘그렇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진정 몸의 건강이나 생각의 가치, 삶을 누리는 행복의 지수 등을 엄격하게 바라본다면 ‘그렇다‘ 하고 볼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무이도가〉를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희가 머물렀던 중국복건성의 문화적 지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특히 주희가 어느 곳보다도 깊은 애착을 가지고 있었던 무이산은 풍부 한 전설과 신화 그리고 노래 시와 이야기들이 중첩되어 나타나는 장소이다.
주희의 ‘무이도가’는 무이산의 산수를 묘사하고 있다. 후대 사람들이 창작한 ‘도가(棹歌)’는 무이산과 함께 기타 명산의 ‘도가(棹歌)문화’와 다름이 있다. ‘무이도가’는 깊고 두터운 미학적 특징을 함유하고 있다.
순희 10년(1183년) 주희는 무이산 속 구곡계 오곡의 봉우리에 둘러싸인 곳에 집을 짓고 여기에서 학문을 연구하고 저술하며, 시를 읊고 문을 논했다. 대자연의 품속에서 이(理)를 연구하고 학문을 연구하면서 대자연을 품어 안는 과정 중에서 영적인 느낌을 얻을 수 있었으므로 절로 모르게 대자연에 대한 사랑이 충심에서 우러나왔고, 적지 않는 무이산수를 읊은 시를 써내려갔다.
* 순희(淳熙)는 남송(南宋) 황제인 효종(孝宗)의 연호(年号)이다. 효종의 재임기간 16년(1174 ~1189)이었다. 순희(淳熙) 16년(1189) 2월에 광종(光宗)이 즉위해 황제자리를 이었다.
山無水不秀 水無山不淸曲曲山回轉 峯峯水抱流 (산무수불수 수무산불청 곡곡산회전 봉봉수포류)
산은 물이 없으면 빼어나지 않고물은 산이 없으면 맑지 못하네구비 구비 산이 돌아가고봉우리마다 물이 감아 도네
주자(朱子)가 <무이구곡가(武夷九曲歌)> 일명 <무이도가(武夷棹歌)> 첫머리에서 읊은 시다. 계곡은 아홉수를 굽이치고 산은 삼십육 봉을 둘렀다(溪曲三三水，山環六六峰)는 무이산이다. 이곳 아홉 구비는 중국 최고의 계곡으로 꼽히고 있기도 하다.
무이도가의 미학적 특징을 알아보자. 무이도가는 경치를 읊조린 시이다. 10수의 시는 9가지 골짜기 탁월한 절색의 풍경을 잘 묘사했을 뿐 아니라, 산림의 절묘함을 노래하며 그 사이에 신화 전설도 넣어 신비롭고 아득하게 만든다. 첫 수는 전체적으로 쓴 것이며 두 번째 수 이하로 각각의 골짜기에 맞게 썼다. 작가는 시적인 언어를 이용하여 우이산의 9골짜기 계곡을 중심으로 하는 산수와 풍경을 묘사하여 우리에게 전체 경치에 대한 인상을 준다.
※ 원대(元代) 화가 방종의(方從義)의 <무이방도도(武夷放棹圖)> ※ 북송(北宋) 때의 화가 연문귀(燕文貴)의 <무이첩장도(武夷疊嶂圖)>
*주희의 무이도가(武夷櫂歌) 10수(首)를 알아보자.
일곡이라 냇가에서 고깃배에 올라타니 / 一曲溪邊上釣船(일곡계변,상조선) 만정의 봉우리 그림자가 맑은 시내에 잠겼어라 / 幔亭峯影蘸晴川(만정봉영,잠창찬) 무지개 다리 끊긴 뒤로는 소식도 알 길 없이 / 虹橋一斷無消息(홍교일단,무소식) 일만 골짜기 일천 바위가 푸른 연무에 갇혔도다 / 萬壑千巖鎖翠煙(만학천암,쇄취연)
일곡(一曲)은 바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장차 이 계곡에서 노닐려고 하는 자는 반드시 이곳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이것을 취해서 초학(初學)에 비유한 것이다. 고깃배에 올라타는 것은 학문을 시작하는 것을 말한다. 봉영잠청천(峯影蘸晴川)은 처음으로 보이는 것이 있음을 말한다. 그러나 아직도 보이는 것이 그림자이고 보면, 방불하게 보이는 것이 있을 따름이지 진정으로 보았다고는 꼭 말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초학자는 본 것이 혹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확실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홍교일단무소식(虹橋一斷無消息)은 다리가 끊긴 뒤로 건너간 사람이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안의 경치를 다시는 알 수 없게 되었다는 말이다. 만학천암(萬壑千巖)은 아래 이곡(二曲)에서부터 구곡(九曲)까지의 산수의 승경(勝景)을 가리키고, 쇄취연(鎖翠煙)은 사람에게 보이지 않게 된 것을 말한다. 들어가는 곳의 다리가 끊어져서 사람이 건널 수 없게 되었고 보면, 그 깊숙한 곳의 가경(佳境)을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되었으니, 이는 이 도(道)가 단절된 것이 오래된 것을 비유한 것이다. 첫머리의 문로(門路)를 향할 뜻마저 아직 있지 않다면, 깊이 나아가 고원(高遠)한 경지에 이를 수 있는 희망을 어떻게 다시 가질 수가 있겠는가. 이 도 속에는 즐길 만한 경계가 한없이 많건마는 이를 추구하는 자가 없어서 언제나 텅 비고 적막한 땅으로 버려져 있는 것을 이 시는 탄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곡이라 우뚝 서 있는 옥녀봉이여 / 二曲亭亭玉女峯(이곡정정,옥녀봉) 꽃 꽂고 물 굽어보며 누굴 위해 화장했노 / 揷花臨水爲誰容(삽화임수,위수용)도인에게 양대의 꿈이 다시 있을 리야 / 道人不復陽臺夢(도인불복,황대몽) 흥이 돋는 것은 앞 산의 몇 겹 운무일 뿐 / 興入前山翠幾重(흥입전산,취기중)
사람이 만약 도를 배우려고 결심하였다면 도에 해를 끼치는 물욕(物欲)을 근절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여색(女色)으로 인한 피해가 더욱 크기 때문에, 도를 배우는 자로서는 더더욱 이것을 깊이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이 두 번째 굽이를 학문하는 순서로 말하면 일단 학문의 길에 들어선 단계라고 할 수 있는데, 이때 마침 그곳에 옥녀봉이 있었기 때문에 이것을 취해서 비유로 삼은 것이다. 도인불부양대몽(道人不復陽臺夢)은 도를 배우는 사람이 다시는 여색에 미련을 두지 않는 것을 말하고, 전산취기중(前山翠幾重)은 앞으로 나올 삼곡(三曲)부터 구곡(九曲)까지를 가리킨다. 이는 더 이상 여색에 미련을 두지 않음은 물론이요, 마음속으로 사모하고 좋아하며 지향하는 것은 오직 도에 있다는 말이다. 그의 뜻이 드높고 원대하기 때문에, 형기(形氣)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구구한 욕구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고 떨쳐 버릴 수가 있는 것이다. 대저 남녀의 관계 속에는 인간의 크나큰 욕망이 내재하고 있다. 따라서 만약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 채 오직 욕망만을 따를 경우에는, 장차 더럽고 비천한 정욕만을 추구한 나머지 금수(禽獸)의 지경으로까지 전락하고 말 것이다. 그러니 도를 배우는 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어찌 만리 멀리 떨어지는 일만 될 뿐이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이것을 근절해야만 도를 행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 시가 학문을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 바로 이것을 가지고 먼저 경계한 것은, 이것이 해를 끼치는 정도가 가장 심각한 만큼 우선 근절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삼곡이라 산에 걸려 얹혀 있는 배를 보소 / 三曲君看架壑船(삼곡군간,가학선) 모를레라 노 멈춘 지 몇몇 해이런고 / 不知停棹幾何年(부지정도,기하년)바다가 지금 뽕 밭으로 변해 있나니 / 桑田海水今如許(상전해수,금여허) 포말과 풍등 같은 인생 감히 스스로 아끼리오 / 泡沫風燈敢自憐(포말풍징,감자련)
가학선(架壑船)은, 옛적에 큰물이 져서 배가 높은 곳까지 떠밀려 올라왔다가 물이 빠진 뒤에 그대로 땅에 버려진 채 오랜 세월 낡고 썩은 배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데 마침 이 굽이에 그런 배가 있었기 때문에 이를 계기로 해서 뽕나무 밭과 바닷물의 말을 꺼낸 것이다. 이것은 즉 창해(滄海)처럼 큰 것도 오히려 변천하는 법인데, 더군다나 인생이란 허무해서 물거품과 같고 바람 앞의 등불과 같으니 어떻게 이를 변치 않는 영원한 것으로 믿을 수가 있겠느냐는 말이다. 포말(泡沫)은 물 위에 뜬 거품이니, 바람 속의 등불과 함께 모두가 없어지기 쉬운 물건이다. 사람들은 단지 자기의 사욕(私欲)을 채우려고만 한다. 그런 까닭에 언제나 부귀를 한껏 누려 보려고 추구하는 일을 멈추지 않으면서 심지어는 별별 죄악을 범하곤 하는데, 이 모두가 이기적인 마음에서 생기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반드시 자기의 사욕을 채우려 하지 않게 되어야만 외물(外物)을 가볍게 보면서 도에 가까워질 수가 있는 것이다. 포말과 풍등(風燈)은 불가(佛家)의 용어이다. 이것이 비록 불가의 용어이긴 하나, 외물에 대한 집착을 떨쳐 버리는 데에는 참으로 힘이 있는 말이기 때문에, 주자가 차용한 것이다. 이것은 우리 유자(儒者)의 학문에 있어서는 무아(無我)의 뜻과 서로 비슷하다고 하겠다. 이 몸이 물거품과 같고 바람 속의 등불과 같아서 장구히 지속되는 물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제대로 알기만 한다면, 외물을 구하는 일은 자연히 하지 않게 될 것이요, 길이 부귀를 누릴 계책을 꾸미지도 않을 것이니, 이렇게 해서 도를 추구하는 공부가 반드시 전일(專一)하게 될 것이다. 주자가 일찍이 말하기를 “세간의 온갖 일은 잠깐 사이에 변화하여 없어지는 것인 만큼 진력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할 것이다. 오직 죽을 때까지 치지하고 역행하고 수신하는 이것이야말로 구경법이라고 하겠다.〔世間萬事 須臾變滅 無足爲盡力者 唯有致知力行修身俟死 是爲究竟法耳〕”고 한 것도 바로 이 뜻인데, 도를 배우는 자들은 이 점을 깊이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사곡이라 동쪽 서쪽 두 개의 돌바위 산 / 四曲東西兩石巖(사곡동서,양석암) 산꽃은 이슬 드리우고 바위는 검푸른 모포(毛布)로세 / 巖花垂露碧㲯毿(엄하수로,벽람삼)새벽닭도 울었건만 사람은 보이지 않고 / 金鷄叫罷無人見(금계규파,무인견)빈 산엔 달빛 가득 못에는 물이 가득 / 月滿空山水滿潭(월만공산,수만담)
이미 성색(聲色)의 유혹이 없어진 위에 다시 이기적인 사심(私心)까지 없어졌고 보면, 이런 경지에 이르러서는 가슴속이 쇄락해지면서 바야흐로 도(道)가 낙(樂)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바위산의 꽃과 물 위에 비친 달은 모두가 좋은 경치이다. 그런데 이러한 경계를 다른 사람은 아직 알지 못하고 나만 혼자서 찾아온 것이다. 이는 마치 고요한 밤에 사람 하나 없는데 맑은 경치에 호연(浩然)해져서 나 홀로 그 경계를 보며 즐기는 것과 같으니, 명도(明道)가 음풍농월(吟風弄月)하며 돌아온 시절의 경지라고 하겠다.<다음 호에 계속 됩니다.>
정관웅
힐링코칭상담연구소장
시인•칼럼니스트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