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진군 청렴도 전국 최하위는 어찌 된 일인가
황주홍 강진군수는 지난 18일 군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무안과 더불어 강진군이 전국 86개 군 단위 기초단체 중 최하위권인 84위로 낮은 평가를 받은 것에 대한 불만인 것으로 사료된다. 사실 그동안 황 군수는 누누이 청렴을 강조해왔고 인사부조리가 일체 없음을 수차례 시사해왔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최하위를 연속 평가받았다는 사실 앞에 황 군수의 반발은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사실 황 군수의 주장대로 공무원 중 뇌물수수나 향응 등의 공무원 비리로 적발된 적은 그동안 단 한 건도 없었다. 강진고을신문사에 찾아와 공무원의 비리사실이 있다는 제보자에게 아예 그 증거조차 보지 않았던 지난 봄 일도 그만큼 황 군수처럼 공무원을 신뢰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막상 전국 지자체 중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말았으니 황 군수 뿐 아니라 모든 공무원의 치욕이 아닐 수 없다.
공무원에게 청렴도가 낮다는 말은 이미 낡은 표현이다. 청렴은 공무원에게 있어 기본 덕목이 된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청렴도가 높고 낮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가 웃어른을 만났을 때 절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 것은 예절 중에서도 기본예절인 것처럼 청렴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고개를 숙일 때 90도로 숙이느냐 75도로 숙이느냐를 가지고 따지는 사람은 없다. 그렇듯 청렴도를 따지는 것 자체가 우습고 낡아빠진 세상이 된 것은 이미 공무원들에게 있어 기본 덕목이 되었기 때문이다. 청렴도를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하기에 앞서, 그리고 낮은 평가에 대한 불만보다도 일 잘하는 공무원, 군민들이 잘 살게 하려고 노력하고 창의성을 가진 공무원이 얼마나 되고 그 수준여하가 어떻게 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옳다고 생각한다.
물론 청렴이야말로 국민이 공무원을 믿고 신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거울이다. 그러므로 청렴하지 않으면 부패가 따르게 되고 나라가 망하게 될 만큼 행정의 투명성을 가리키는 것이지만 이제는 청렴 운운의 시대를 벗어난 시대이므로 굳이 큰 신경을 쓸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교묘함이다. 교묘함이란 적당히 직위를 이용하는 것인지 하지 않는 것인지를 모를 만큼 일처리를 하는 것이다. 민원인이 교묘함을 수없이 맞닥뜨리면서도 정작 입을 벌려 말할 수 없는 애매한 부분이다. 심증은 있으나 증거가 없다는 것과도 비슷하다. 청렴을 단순히 탐욕이 없고 사적으로 챙기는 일이 없다고 해석한다면 굳이 틀린 말도 아니고 나무랄 일은 아니다. 추호불범(秋毫不犯)이란 말도 매우 청렴하여 남의 것을 추호도 건드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교묘함이란 애매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남의 것을 탐하는 경우까지 발생하는 것을 볼 때 진정한 청렴은 그 교묘함까지 없앴을 때 가능한 것이다. 공무원이 법망을 교묘히 피하고 직위를 귀신도 모르게 악용하는 경우를 어디 한 두 번 보았던가. 그들은 내가 돈을 먹지 않았으므로 잘못이 없고 법대로 하였기 때문에 잘못이 없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자신의 행위로 인해 누군가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면 교묘함을 이용한 경우다. 교묘함이란 뻔뻔함과 자기잘못을 오히려 법망에 포장한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청렴이란 잣대를 갖다대면 전혀 부조리와는 해당되지도 않고 본인 역시 펄쩍 뛰게 되고 만다. 교묘함으로 청렴에 가까이 하기 때문이다.
돈을 먹지 않았고 탐욕을 부리지 않았다는 것이 청렴의 겉이라고 볼 때, 교묘함까지 없앤다면 청렴의 속까지 깨끗하여 청렴도(淸廉度) 아니라 청렴도(淸廉道)에 이르게 됨을 이번 기회에 공무원들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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