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三國遺事)』‘기이(紀異) 제일(第一)’편 서문(序文) 맨 앞부분에 이어서 아래와 같이 기록되어 있다.
“故, 河出圖, 洛出書, 而聖人作, 以至虹繞神母而誕羲, 龍感女登而生炎, 皇娥遊窮桑之野, 有神童自稱白帝子, 交通而生小昊, 簡狄呑卵而生契, 姜嫄履跡而生棄, 胎孕十四月而生堯, 龍交大澤而生沛公 自此而降, 豈可殫記, 然則三國之始祖, 皆發乎神異, 何足怪哉, 此紀異之所以漸諸篇也, 意在斯焉”
그런데 서문(序文) 맨 앞부분과 마찬가지로 상기한 윗부분에서도 시중의 여러 종류의 번역문에서 왕왕이 번역되지 않고 빠졌거나 올바르게 번역되지 않은 부분을 발견할 수가 있다. 즉, 상기한 『삼국유사』의 원문(原文) 기록에서 밑줄 친 부분이 왕왕이 번역판에서 번역되지 않고 생략되었거나 잘못 번역된 부분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삼국유사』 번역판들이 대체로 거의 대동소이하게 번역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상기 문장에 대한 대부분의 번역판들은 주로 아래와 같이 번역되어 있다.
“그러므로 황하(黃河)에서 도(圖)가 나왔고 낙수(洛水)에서 서(書)가 나와서 성인이 일어났다. 무지개가 신모(神母)를 휘어감아 복희(伏羲)를 낳았으며, 용(龍)이 여등(女登)에게 감응하여 염제(炎帝)를 낳았고, 황아(皇娥)가 궁상(窮桑)의 들에서 놀다가 자칭 백제(白帝)의 아들이라는 신동(神童)과 교통(交通)하여 소호(小昊)를 낳았다. 간적(簡狄)이 알을 삼켜서 설(契)을 낳았으며, 강원(姜嫄)이 발자국을 밟아 기(弃)를 낳았고, 요(堯)는 잉태된 지 14개월 만에 낳았으며, 용(龍)이 대택(大澤)에서 교접하여 패공(沛公)을 낳았다.
이후의 일들을 어찌 다 기록할 수 있겠는가? 그런즉, 삼국(三國)의 시조(始祖)가 모두 신이(神異)한 데서 나왔다는 것이 어찌 괴이하다 할 수 있겠는가! 이 기이(紀異)가 제편(諸篇)의 첫머리에 실린 것은 그 뜻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상기한 원문(原文) 문장 맨 앞에 나오는 ‘고(故)’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예로부터’ 또는 ‘그러므로’를 뜻하고 있다. 즉, 앞서 3장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성인(聖人)이 예악(禮樂)으로 나라를 일으키는 경우와 제왕(帝王)이 장차 일어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어지는 ‘하출도 낙출서(河出圖, 洛出書)’가 무슨 뜻인가?
그러나 아무런 설명이 없다. 위에 번역되어 있는 것처럼 황하(黃河)에서 도(圖)가 나오고 낙수(洛水)에서 서(書)가 나왔는가?
만약 황하와 낙수에서 도(圖)와 서(書)가 나왔다면, 누가 받았는가?
또는 누군가가 도(圖)와 서(書)를 본 사람이 있는가? 그런데 도대체 물속에서 웬 도(圖)가 나오고, 서(書)가 나올 수 있겠는가?
따라서 ‘하출도 낙출서(河出圖, 洛出書)’란 실제 물속에서 도(圖)가 나오고 서(書)가 나온 것이 아니라, 어떤 상징적인 이야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출도 낙출서(河出圖, 洛出書)’가 무엇을 상징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하출도 낙출서(河出圖, 洛出書)’란 표현이 역사적으로 언제부터 비롯되었는지 찾아보고, 그간 이에 대한 논의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지 조사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선 『상서(尙書, 서경)』 고명(顧名)편에, “대옥, 이옥, 천구, 하도를 차례대로 늘어놓았다(大玉, 夷玉, 天球, 河圖吊序).”라는 구절이 있으며, 『논어(論語)』 자한(子罕)편에, “봉황새가 나타나지 않으니, 하수에서 도가 나오지 않는구나! 내가 그만 둘까보다(鳳鳥不至, 河不出圖, 吾已矣夫).”라는 구절이 있다.
. 『묵자(墨子)』 비공(非攻) 하(下)편에, “천명이 주(周) 문왕에게 내려져 은(殷)을 대신하여 나라를 다스리게 하였다. 태전이 손님으로 찾아오니 하수에서 녹도가 나오고 땅에서는 승황이 나왔다(天命周文王伐殷有國, 泰顚來賓, 河出綠圖, 地出乘黃).”라는 구절이 있다.
『관자(管子)』 소광(小匡)편에, “옛사람이 천명을 받으면, 용과 거북이가 함께 찾아온다. 하수에서 도가 나오고, 낙수에서 서가 나왔으며, 땅에서는 승황이 나왔다. 오늘날 이 세 가지 길조가 있는 자를 보지 못했다(昔人之受命, 龍龜假, 河出圖, 雒出書, 地出乘黃, 今三祥未見有者).”는 구절이 있다.
. 『주역(周易)』 계사(系辭) 상전(上傳)전에, “하가 도를 내고 낙이 서를 내서 성인은 이를 본받았다(河出圖, 洛出書, 聖人則之).”라는 구절이 있다.
그런데 상기한 바와 같이 비록 여러 사료에 ‘하출도 낙출서(河出圖 洛出書)’가 기록되어 있으나, 하도와 낙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간략한 설명조차 없으므로 후세 사람들은 각양각색으로 추측만할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으로 고대인들은 하수(河水)에서 하도(河圖)가 나왔고, 낙수(洛水)에서 낙서(洛書)가 나온 것(河出圖洛出書)을 하늘의 길조(吉兆)로 여겨, 기린(麒麟)이 나타나고 봉조(鳳鳥)가 출현하는 것처럼, 천하가 태평하고, 나라가 부강해지며, 백성이 편안한 치세의 징조로 여겼다고 한다. 그래서 역대 황제들은 모두 이 ‘상서로움’을 크게 부풀려서 하늘의 뜻으로 귀결시키고, 만민이 따르게 하여 태평성세로 보이게끔 하였다고 한다.
. 후대의 많은 학자들이 하도낙서(河圖洛書)에 관하여 연구하였는데, 한대(漢代)의 유흠(劉歆)은『주역(周易)』의 팔괘(八卦)와 『홍범(洪範)』구주(九疇)가 하도낙서(河圖洛書)로부터 유래하였다고 해석하였다. 그는 복희(伏羲)가 왕이 되었을 때 하늘이 하도(河圖)를 하사하였는데, 복희가 하도에 근거하여 팔괘(八卦)를 그려내었으며, 대우(大禹)가 물을 다스렸을 때, 하늘이 낙서(洛書)를 하사하여, 대우가 낙서에 근거하여『홍범(洪範)』을 서술하였다는 것이다.
. 한대(漢代) 공안국(孔安國)의 하도낙서(河圖洛書)에 관한 설명은 더욱 신기하고 구체적이다. 즉, 복희를 왕으로 칭했을 때 용마(龍馬)가 하(河)에서 나왔고, 복희가 용마(龍馬) 신상에 있는 무늬에 따라 팔괘를 그려내었는데, 이것이 바로 하도이며, 대우(大禹) 때, 신구(神龜)가 낙수로부터 무늬를 지니고 나왔는데, 그 등위에 9까지의 수가 있어 우(禹)가 이것에 근거하여『홍범(洪範)』구주(九疇)를 완성하였다는 것이다.
그 후, 송대(宋代)에 이르러 하도낙서(河圖洛書)에 대한 견해가 더욱 독특하고 다양해졌다. 유목(劉牧)은 하도낙서(河圖洛書)가 모두 복희 시대에 출현하였는데, 복희가 그것에 따라 괘(卦)를 그렸으며, 그 후에 우(禹)가 그것에 따라 『홍범(洪範)』구주(九疇)를 서술하였다고 하면서, 하도는 [그림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천지(天地)의 수가 45이며, 낙수는 [그림 4]에서 보는 바와 같이 천지(天地)의 수가 55라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같은 송대(宋代)의 학자인 주희(朱熹)는 55가 하도이며, 45는 낙서로 여겼다고 한다.
청대(淸代)에 들어와서 황종희(黃宗羲), 모기령(毛奇齡), 호위(胡渭)등은 하도낙서(河圖洛書)에 대해 비교적 철저한 고증과 연구를 진행하여 유목(劉牧)과 주희(朱熹)가 그린 그림은 실제로 『한서오행지(漢書五行志)』, 정현(鄭玄)의 『주역주(周易注)』, 『주역곤착도(周易乾鑿度)』, 『구궁지설(九宮之說)』 등에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하였다. 송대(宋代) 이후의 하도낙서(河圖洛書)에 관한 논의는 불신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간 하늘의 길조로 여겨졌던 하도낙서(河圖洛書)의 의미는 모두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 대신 앞서 설명한 『삼국유사(三國遺事)』 원문(原文)으로부터 하도낙서(河圖洛書)의 의미를 유추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상기한 원문(原文)은 “故, 河出圖, 洛出書, 而聖人作 ...”으로 시작하고 있다.
또 ‘이(而)’는 ‘...하고’ 또는 ‘...이고’와 같이 같은 종류의 의미들을 이어주는 순접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이지만’ 또는 ‘그러나’와 같이 역접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하출도(河出圖) 낙출서(洛出書)’와 ‘성인작(聖人作)’을 서로 대등한 관계로 보거나, ‘황하(黃河)에서 도(圖)가 나왔고 낙수(洛水)에서 서(書)가 나와서 성인이 나타났다.’고 원인과 결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앞서 설명한 번역문과 같이 ‘그러므로 황하(黃河)에서 도(圖)가 나왔고 낙수(洛水)에서 서(書)가 나와서 성인이 일어났다.’고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하도낙서(河圖洛書)의 본래 의미가 무엇인지 기록되어 있지 않을 뿐이다.
상기한 문장은, “故, 河出圖, 洛出書, 而聖人作 ...”으로 긑나는 문장이 아니라, 그 뒤에 “以至 ........ 龍交大澤而生沛公.”이 이어져서 한 문장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즉, ‘이지(以至)’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이(以)는 ‘…(으)로(써)’, ‘…을 가지고’, ‘…을 근거로’, 등의 의미이며, ‘지(至)’는 ‘…의 정도에 이르다.’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상기한 원문(原文)을 아래와 같이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하출도(河出圖) 낙출서(洛出書)’하여 성인(聖人)이 나타남으로써, (심지어) 무지개가 신모(神母)를 휘어감아 복희(伏羲)를 낳았으며, 용(龍)이 여등(女登)에게 감응하여 염제(炎帝)를 낳았고, 황아(皇娥)가 궁상(窮桑)의 들에서 놀다가 자칭 백제(白帝)의 아들이라는 신동(神童)과 교통(交通)하여 소호(小昊)를 낳았으며, 간적(簡狄)이 알을 삼켜서 설(契)을 낳았고, 강원(姜嫄)이 발자국을 밟아 기(弃)를 낳았으며, 요(堯)는 잉태된 지 14개월 만에 낳았고, 용(龍)이 대택(大澤)에서 교접하여 패공(沛公)을 낳았다고 하기에 이르렀다.”
기존의 여러 번역문에서는 ‘이지(以至)’의 번역을 생략함으로써, ‘황하(黃河)에서 도(圖)가 나왔고 낙수(洛水)에서 서(書)가 나와서 성인이 일어났다.’는 내용과 ‘여러 제왕들이 태어난 동기’들을 단순히 열거하는 수준에 그치고 말았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이지(以至)’의 어감을 분명하게 살려냄으로써, 제왕들이 태어나게 된 동기(또는 과정)들이 모두 제왕의 신이함 또는 괴이함을 나타내 보이기 위하여 꾸며진 이야기들임을 알 수 있다.
‘하출도(河出圖) 낙출서(洛出書)’의 의미는 성인이 나타나게 된 환경(또는 원인)을 의미하고 있음을 알아챌 수 있다. 성인(聖人)이 나타나게 된 환경(또는 원인)을 ‘깨달음이 오게 한 환경’이라고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한대(漢代)의 학자들이 주장한 것처럼 ‘깨달음이 오게 한 환경’이 용마(龍馬)와 신구(神龜)여야 하겠는가?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 환경 속에는 아주 화려한 무늬를 갖고 있는 나비도 있고, 여러 가지 모습의 기이한 꽃도 있으며, 동식물 가릴 것 없이 자연의 이치를 보여주는 수많은 현상과 모습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은가?
오히려 용마(龍馬)와 신구(神龜)보다도 더 화려하고 정교한 무늬를 갖고 있는 동식물들이 수많이 많지 않은가?
아주 높은 산에서 내려다보면, 산악과 들, 숲과 강물, 그리고 구름과 바다 등 자연(自然)의 모습이 장관(壯觀)을 이루며 인간(人間)에게 자연의 이치와 더불어 삶의 경이로움을 가르쳐 주고 있지 않은가?
하루 일과가 끝나고 밤이 깊어지면서 낮과 밤이 순환하는 신비로움을 경험하면서, 깜깜한 밤하늘에 별과 은하수(銀河水)가 연출하는 장엄(莊嚴)하고 신비(神秘)한 자연환경 속에서 인간(人間)이 깨달음을 얻게 되지 않았을까?
즉, 용마(龍馬)와 신구(神龜)의 특별한 문양도 의의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하(河)’의 본래 의미를 단순히 ‘황하(黃河)’로 볼 게 아니라, ‘하늘’ 또는 ‘은하수’로 본다면, ‘하출도(河出圖)’의 본래 의미는 ‘밤하늘의 별자리들이 이루는 장엄하고 신비한 자연의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낙출서(洛出書)’의 본래 의미로서 성인(聖人)이 깨달음을 얻기 위하여 수련(修練)하는 장소를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낙(洛)’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낙(洛)’은 본래 ‘떨어질 낙(落)’으로서 기운(氣運)이 왕성하게 조성되는 폭포수(瀑布水) 주변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하출도(河出圖) 낙출서(洛出書)’는 인간이 깨달음을 얻게 된 환경으로서 ‘장엄(莊嚴)하고 신비(神秘)한 자연(自然)’을 의미하고 있는 것으로 사유(思惟)해 볼 수 있지 않겠는가?
이어서 다음 문장인 ‘자차이강(自此而降) 기가탄기(豈可殫記)’에서
‘이 차(此)’는 ‘이것’을 의미한다. 즉, 성인이 나타나고 여러 제왕들이 일어났다는 기록들을 의미하고 있다.
‘어찌 기(豈)’와 ‘옳을 가(可)’는 ‘어찌 옳다고 하겠는가?’라는 뜻이며, ‘다할 탄(殫)’과 ‘기록할 기(記)’는 모두 다 기록하다.’라는 뜻이다.
즉, 기존의 여러 번역문과 같이 아래와 같이 다듬어 볼 수 있다.
“이로부터 이어져 내려왔는데, 어찌 모두 다 기록할 수 있겠는가?”
그 다음 문장은 “연즉삼국지시조 계발호신이 하족괴재(然則三國之始祖, 皆發乎神異, 何足怪哉.)‘이다. ‘신이(神異)’는 ‘다른 정신(精神)’이란 뜻으로 해석할 수 있으므로, 일반 번역문과 마찬가지로 “그런즉 삼국의 시조들이 모두 서로 다른 정신을 발현하였는데, ...‘라고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하족괴재(何足怪哉)’의 ‘족(足)’는 주로 ‘발 족(足)’자로 쓰이기도 하고 ‘만족하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지나칠 주(足)’로 쓰이기도 한다. 즉, ‘만족할 족(足)’자로 보느냐, ‘지나칠 주(足)’자로 보느냐에 따라 ‘하주괴재(何足怪哉)’의 뜻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하족괴재(何足怪哉)’에서 ‘괴(怪)’는 ‘이상하다’ 또는 ‘괴상하다’는 의미이다. 또 ‘재(哉)’는 문장의 앞에서 부사로 쓰이면, ‘비로소’라는 의미이고, 문장의 뒤에서 감탄이나 의문의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또 ‘재(哉)’는 ‘재앙’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재(哉)’가 ‘재앙’을 의미하는 용어로 쓰였다면, 여기서 ‘괴재(怪哉)’는 ‘괴이한 재앙(災殃)’으로 번역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재앙(災殃)’이란 모두 사람의 재산과 목숨을 앗아가는 ‘변괴(變怪)’라고 할 수 있는데, 괴이한 재앙이 따로 있고 괴이하지 않은 정상적인 재앙이 따로 있겠는가?
즉, ‘하족괴재(何足怪哉)’에서는 ‘어찌 하(何)’가 의문문임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재(哉)’는 의문문에 붙어서 강한 의문의 뜻을 나타내는 어조사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상기한 번역문처럼 ‘족(足)’자를 ‘만족할 족(足)’자로 봄으로써 ‘어찌 괴이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로 번역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족(足)’자를 ‘지나칠 주(足)’자로 본다면, 아래와 같이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즉 삼국(三國)의 시조(始祖)가 모두 서로 다른 정신(精神)에서 발현(發現)하였다고 하는데, 어찌 변괴(變怪)를 벗어날 수 있겠는가?”
삼국(三國)의 시조(始祖)를 모두 신이(神異)하다고 표명하다보니 서로 전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논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재(哉)’를 단순히 의문문에 붙는 어조사로 본다면, 상기한 기존의 번역문들처럼 삼국의 시조가 다른 제왕들처럼 모두 신이하다고 기록되어 있으므로 괴이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의미로도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성인이 나타나는 경우와 제왕들이 나타나는 경우를 분별하고 있으므로, 삼국의 시조들은 성인보다는 제왕의 경우로서 각자 신이함을 내세움으로써, 괴이하지 않다고 보는 것보다는 서로 전쟁을 피할 수 없었다고 논평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
또는 삼국의 시조가 모두 성인이었다면, 삼국의 시조가 모두 신이하게 나왔는데, 굳이 괴이하다고 볼 필요가 없다는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어서 마지막 문장은 “차기이지소이점제편야 의재사언(此紀異之所以漸諸篇也, 意在斯焉.)”이다. 동 문장에서 ‘차(此)’는 ‘이것’, ‘이곳’, 또는 ‘이에’라는 듯으로 쓰인다. 또 ‘점(漸)’은 ‘점점 점(漸)’으로서 ‘점점 나아가다’ 또는 ‘물들이다’라는 뜻이다. 또 ‘사(斯)’는 사물을 가리키는 ‘이것’으로 쓰기도 하고 ‘곧’ 또는 ’이에‘라는 어조사로 쓰이기도 한다.
따라서 기존의 번역판처럼 아래와 같이 번역할 수 있다.
“이에 기이(紀異)를 맨 앞에 두어 제편(諸篇)에 이어지게 한 의도가 여기에 있다.”
기이(紀異)편에서 제왕들에 관하여 전해 내려온 기록들이 괴이하다고 논하는 바와 같이, 뒤에 이어지는 제편(諸篇)에서도 올바르지 못하고 그릇된 기록들이 포함되어 있으니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주의를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정관웅
힐링코칭상담연구소장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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