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나루’
만추의 아쉬움을 달래는 작은 음악회
이홍규(농촌사랑운동본부 홍보위원)
해질 무렵 강진만이 바라다 보이는 고바우 공원에서 잔잔한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초겨울에 내리는 빗줄기와 흐린 연무가 끼어서 밖에서 행사를 하지 못하고 찻집에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가는 가을을 아쉬워하며 노랫소리에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국화향이 가득한 찻집에서 잔잔한 가수들의 노래를 들으며, 연신 박수갈채를 보내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고, 분위기는 화기애해 했다. 마침 오전에 농촌관광 팜파티 행사를 마치고 와서 그런지 문화와 농촌관광을 접목하여 강진의 개성이 있는 관광상품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창밖엔 강진의 바다가 한눈에 바라다 보이고, 탁자위엔 노란 은행잎과 단풍잎에 놓여져 있어서 가을이 가는 것이 마냥 아쉬웠다.
가을을 만끽하는 여행을 갔어야 하는데, 사는 것이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시계추처럼 매일 반복된 일상생활에 젖어 살았다. 그냥 가족들과 야외로 나들이 가는 것이 뭐가 어렵다고 주말을 그냥 소일했는지 후회했다.
요즘 사람들에게 널리 회자되는 말이 '힐링'으로 마음과 육신의 치유를 통해 새로운 삶의 활력을 찾는 것이다. 진정한 힐링은 자연 속에서 모든 무거운 생각을 내려놓고 바람이 지나가듯 물이 흐르듯 그렇게 자연을 닮아가는 것이다. 사람이 자연의 이치를 떠나서 억지로 자연과 반대되는 생각과 행동을 하기 때문에 현대인의 마음과 육신에 병이 생겼는지 모른다.
강진이 다른 지역에 비해 발전이 늦고 개발이 안되었다고 너무 자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지역 나름대로 장점이 있음을 발견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염이 안된 청정의 자연이 있고, 전통의 문화가 있고, 농촌관광을 활성화 하고자 하는 활동가들이 있으니, 우리 강진이 가지고 있는 개성을 살려 도시민과 함께 나누는 프로그램을 발굴하면 된다.
오랫동안 농촌관광육성 업무를 하면서 참 많은 마을을 방문하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며 함께 상생하는 방법을 고민 했다.
강진의 문화를 널리 알리고, 지역민과 방문객이 함께 나누는 '문화관광 마케팅'을 위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문화적 역량을 겸비한 동호인들이 재능을 기부하여, 오늘과 같이 작은 음악회를 열어 지역민들이 즐기는 문화행사가 많이 활성화 되면, 강진이 널리 알려지게 되어 외지인이 찾게 된다. 문화의 힘은 막강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하게 하고 급속도로 전파되는 영향력을 발휘한다. 한류문화가 세계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지 처음에 누가 상상을 했겠는가?
우리가 가진 자연적 문화적 자원을 활용하면, 가장 강진다운 농촌관광 상품이 되므로, 멀리서 찾지 말고 우리의 주변에서 소재를 찾아야 한다. 빗줄기가 제법 굵어지고 노래와 음악에 젖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어둠이 내려왔다. 음악회가 끝나고 찻집을 나와 전망대에 서서 강진만을 바라보니 파도가 갯바위에 부딪히는 소리와 비바람 소리가 또 다른 음악회를 시작했다. 어느새 모르게 가을이 지나고 이 비가 그치면 차가운 겨울이 시작된다고 하니 하염없이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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