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남도납사 1번지

동장흥 서강진의 청자골 강진기행

박주익

산자수려한 강진을 여행하자면 먼저 탐진강이 이룬 이웃 장흥과의 관계를 살피고 지날 필요가 있다. 본고는 옥향문림 장흥인의 관점에서 산과 하천사이를 경계로 나누어진 강진과 장흥의 관계를 지리적으로 살펴보고 ‘남도답사1번지’로 불리는 강진의 명승지를 둘러보기로 한다.

▲ 강과 포구

강진과 장흥의 가장 큰 젖줄은 탐진댐에서 시작하는 탐진강(耽津江)이다. 월출산에서 발원해 병영쪽으로 흐르며 장흥에서 합류하는 금강천도 탐진강의 주요 지류이다.

강진의 구십포(九十浦)는 탐라(耽羅)의 사자가 신라에 조공할 때에 배를 여기에 머물렀으므로 이름을 탐진(耽津)이라 하였다. 구십포는 탐진강의 어귀인 강진읍 목리 일대로 추정되며 탐진강의 어원이 되었다. 탐진강은 탐진댐 담수로 예전같이 물이 많이 흐르지 않으나 강진군동 석교에서는 해마다 여름 수박향내가 나는 은어축제가 열린다.

△ 강진읍을 배경으로 유유히 흐르는 탐진강

▲ 장흥(長興)과의 경계

신증동국여지승람(1530년) 제37권 전라도 강진현(康津縣)의 기록에 의하면 “강진현의 동쪽 장흥부 경계까지는 24리(1리=0.4Km)이고, 고려때 장흥부에 예속되기도 했다. 수인산(修因山)의 봉수는 동쪽 장흥부의 억불산에 응하고 서쪽으로 병영의 병마절도사영에 응한다. 남원포(봉대산)의 봉수는 동쪽으로 장흥부의 천관산(天冠山)에 응한다.”고 하였다. 또 1861년의「대동지지(大東地志)」에 의하면 “수인산성(修因山城)은 고려 말에 강진ㆍ보성ㆍ장흥ㆍ영암의 백성이 모두 이곳에서 왜구의 침범을 피하였다. 조선 태종17년에 병마도절제사영을 강진 병영에 설치하였다가, 선조 32년에 장흥으로 옮겼으나 37년에 다시 병영으로 돌아왔다.”고 기록하고 있다. 천연요새인 수인산성은 수인산 정상에 있는바 산의 서쪽은 강진쪽이고 산의 동쪽은 장흥에 속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남쪽 등산로에서 본 천연요새 수인산성

▲ 무위사와 백련사

월출산 남쪽에 위치한 국보13호 극락보전이 있는 무위사(無爲寺)는 이른 봄 매화와 동백꽃을 성급히 터뜨리는 곳으로 저승길 극락왕생을 비는 해원의 절이었다. 946년에 도선(道詵)이 처음 세웠다. 주위로는 10만여평에 이르는 태평양다원의 이국적인 녹차밭과 사시사철 물이 흐르는 경포대 계곡, 전통테마마을로 지정된 대월마을 등이 있다.

백련사(白蓮社)는 만덕산에 있다. 신라 말에 세웠고 탑과 비와 세 부도가 있으며, 동백나무가 어울려 사시를 한결같이 푸른빛이다. 천태종의 행호(行乎) 대사는 문헌공 최충(崔冲)의 후손으로 천관산(天冠山)의 수정(修淨) 등은 그가 지은 절인데, 조선 세종때 지은 백련(白蓮)이 최후의 것이라 하였다. 고려말 8국사를 배출하였고 1232년 원묘국사 3세가 백련결사 운동을 펼친 유서 깊은 도량으로 인근 다산초당을 오가던 오솔길이 있다.

△ 무위사 경내 무수히 떨어진 동백꽃

△ 눈이 내린 만덕산의 백련사

▲ 다산의 자취와 영랑의 시혼

영암읍에서 강진에 이르는 길은 현재 터널이 뚫려 간편해졌지만 전에는 구불구불한 2차선 풀치재가 있었으며 더 예전에는 월출산 능선을 타고 넘는 누릿재(黃峙)가 있었다. 고산(윤선도)과 추사(김정희)가 지나던 귀양길이자 백호(임제)와 영랑(김윤식)이 넘던 고갯길. 조선 정조 때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이 강진읍으로 유배가면서 이 길을 지날 때 월출산을 바라보며 지은 시가 있다.

“누리령 산봉우리는 바위가 우뚝 우뚝

나그네 뿌린 눈물로 언제나 젖어 있네.

월남리 고개 돌려 월출산을 보지 말게

봉우리 봉우리는 어쩌면 그리 도봉산 같아”

지금의 성전 신월마을에서 바라본 월출산 동쪽 영봉들이 서울 도봉산의 산세와 비슷하다는 글이다. 다산은 강진읍(사의재)과 만덕산 다산초당 등에서 18년간 유배생활을 하면서 이 곳 제자들과 함께 목민심서 등 5백여 권에 달하는 여유당전서를 남겼고 아직도 다산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모임이 활발하다.

‘북소월 남영랑’으로 불린 1930년대 시문학파 영랑 김윤식 시인은 일제강점기 순수한 우리말을 아름답게 노래한 서정시인이자 독립 운동가였다. 강진읍 남성리 북산아래 탑동마을에는 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 252호인 ‘영랑생가’가 자리 잡고 있으며 매년 봄 모란꽃이 활짝 필 무렵 영랑문학제가 개최된다. 비교적 부유한 지주의 아들로 태어난 영랑은 이 곳 강진과 남도지방의 토속적인 시어로 지은 서정시 50여 편을 남겼으며, 해방 후 서울로 이거하여 공보처에 근무하기도 하였으나 6.25때 포탄파편을 맞아 사망하였다. 그의 대표 시로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오매 단풍들겠네” 등이 있다.

△ 강진만이 내려다보이는 다산초당 천일각

△ 모란꽃이 핀 영랑생가의 시비

▲ 청자도요지와 마량미항

강진의 동쪽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강진만은 모 잡지사에서 선정한 우리나라 3대절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옹기 굽던 마을로 유명한 칠량과 청자도예의 맥을 이룬 대구, 만리성으로 둘러싸였던 마량 미항 등은 장흥 대덕과 인접 마을이다.

대구면의 청자도요지는 고려말 2백여 기의 요지가 있었던 곳으로 정수사를 따라 칠량 삼흥리 저수지를 거쳐 봉황 옹기마을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풍부한 일조량과 땔감, 자기를 빗기에 적합한 점토, 바다를 낀 양호한 운송로 등은 국보급 청자와 서민들이 사용하던 옹기를 전국으로 보급하였다. 7년 연속 국가지정 집중육성축제로 선정되었던 강진청자문화제는 내년에 14회를 맞으며, 겨울철을 제외한 매주 토요일 마량항 방파제에서는 토요음악회가 열린다. 천연기념물 제172호인 까막섬 상록수림과 마도진 만호성지 등이 있는 마량항은 전국 최초로 시행된 어촌어항복합공간 사업으로 어촌과 어항이 복합된 아름다운 항구로 개발되었다.

△ 대덕 가는 길 관찰봉에서 본 청자골

△ 고금대교와 마량 원포, 우상단은 신리 공성산

▲ 마류성 또는 만리성(萬里城)

마지막으로 만리성(萬里城, 마류성)은 대구면 남호 마을(성머리)에서 시작해 관찰봉을 지나 장흥 대덕읍과 회진 포구까지 이어지는 길이 20여Km의 성지이다. 전남 지역에서 보기 드문 길이의 만리성은 그 조성연대나 목적이 밝혀지지 않은 의문투성이의 산성이다. 이러한 석성의 흔적을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지역은 대구면 청자촌을 지나 대덕읍으로 넘어가는 도로인근 산마루에 있다.

이 성은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여말 선초에 쌓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계참(界站)이란 '머무르는 경계' 또는 '말을 갈아타는 경계' 등의 의미가 있으며, 조선왕조실록 단종 1년(1453년)에 ‘전라도 강진현 계참곶이(界站串)는 둘레가 90리이고, 토산이 비후(肥厚)하고 물과 풀이 모두 족하여 말 1천 필을 놓아기를 수 있다. 점마별감(點馬別監)으로 하여금 여러 포구의 당번선군을 발하여 목장을 만들게 하였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와 같이 ‘마류성 또는 계참곶이’란 명칭을 볼 때 대구와 마량, 대덕과 회진 일원을 둘러싼 지역은 말이 많이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겠다. 일찍이 마량은 제주에서 올라온 말이 육지에 닿던 곳으로 최근 고금도과 연륙되어 완도 고금․약산과 여러 섬을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다.

△ 대덕쪽에서 바라본 만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