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된 중국의 의학서 황제내경(黃帝內徑) (11)
건강 백세의 백과사전
장치청(중국 국학 최고 권위자, 의학자, 역학자)
『황제내경』의 생명주기율은 모순인가?
인생을 살다 보면 자신의 체력이나 감정, 지적 능력이 어느 때는 최고조에 이르렀다가도 또 어느 때는 낮아지는 등 그 주기가 반복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자들은 이에 대해, 체내에 있는 바이오 시계가 사람의 행위와 활동을 자동적으로 조절하면서 사람의 체력과 감정, 지적 능력이 평생에 걸쳐 강약의 주기를 반복한다고 밝혔다. 이것을 바이오리듬이라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체력과 감정, 지적 능력은 3대 리듬 요소이다. 하지만 이것도 사실 인체 바이오리듬의 지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하루 24시간 동안 감각기관의 민감한 정도, 온도, 혈압 등은 모두 일정한 주기 변화를 보이는데 이것도 인체 바이오리듬의 일부이다.
놀라운 사실은 일찍이 2천여 년 전의 선조들도 우리 몸이 평생에 걸쳐 생명주기를 반복한다는 것을 알았다는 점이다. 서양 과학자들은 단순히 체력과 감정, 지적 능력의 리듬과 주기만을 발견했지만 『황제내경』은 사람의 일생에 걸친 오장과 기혈의 성쇠, 신장의 기운인 신기의 성쇠, 생명력, 생식능력의 성쇠 주기를 알아내었다.
이러한 생명주기에 관해 『황제내경』에서는 다음의 두 가지 관점을 제시했다. 그중 하나는 10년을 단위로 나눈 주기이고, 다른 하나는 여자일 경우 7년, 남자일 경우 8년을 기준으로 나눈 주기이다. 이 두 가지 주기는 겉으로는 통일되지 않고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각도에서 인생의 단계를 구분하려는 시도일 뿐이며 이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동일하다.
10년 생명주기는 오장육부 기혈의 성장과 쇠퇴의 양상을 살펴 나눈 사람의 생명주기이고, 7,8년 생명주기는 신장의 기운과 인체의 생장과 발육, 생식기능을 촉진하는 물질인 ‘천계(天癸)’의 성장과 쇠퇴를 관찰하여 나눈 생명주기이다.
인체의 10년 사이클
『영추』「천년」편에서는 10년을 한 주기로 하여 사람의 일생을 10단계로 나누었다.
10세 이 시기에는 오장의 기운이 안정되고 혈기와 혈맥이 순조롭게 통하게 되면서 그때 흐르는 기운이 주로 인체의 하부에서 움직인다. 이 때문에 10세 이전의 아이들은 ‘뛰는 것’을 좋아하는 특징이 있다.
20세 이때를 전후하여 시작되는 인생의 두 번째 단계에서는 혈기가 왕성해지고 근육이 자라 튼실해진다. 이 시기는 ‘빠른 속도로 걷는’ 단계로 ‘뛰는 것’보다는 다소 느리다. 뛰는 것에서 빠른 속도로 걷는 단계로 전환하는 과정이므로 이 시기에는 생리적인 변화와 정, 기, 신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30세 오장이 크게 결정되고 그 기운이 더욱 안정되며 근육이 풍성해지고 혈맥이 왕성해진다. 그래서 ‘안정적으로 걷는’ 단계가 되는데 이는 ‘빠른 속도로 걷는’ 것보다 더 느린 편이다.
40세 오장육부, 열두 개 경맥의 기혈의 강성함이 최고조에 이르렀다가 다시 쇠락하기 시작하는 단계이다. 그래서 얼굴이 광택을 잃고 피부는 푸석푸석해지며 흰머리가 나기 시작한다. 이 시기는 ‘흔들림 없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걷는’ 단계로 아직은 평온하여 흔들리는 걸음은 아니지만 ‘앉아서 걷기를 즐기지 않는’ 단계로 건너가면서 체력이 쇠잔하기 시작한다. 사람이 ‘뛰는’ 수준에서 ‘보통의 걸음’으로 그리고 ‘앉기 좋아하는’ 단계에 이르는 과정은 바로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노화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이 마흔이 되면 노화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래도 그때까지는 인체의 외부에서 이뤄지는 노화이다. 그러나 쉰부커는 노화의 정도가 심해져 체내에 있는 오장까지 노화하기 시작한다.
50세 오장이 쇠퇴하기 시작하는데 가장 먼저 간의 기운이 쇠락하여 간 기능이 떨어진다. “서로 간과 쓸개를 꺼내 보일 만큼 속마음을 터놓고 가까이 사귀는 사이”라는 뜻의 간담상조(肝膽相照)라는 말이 있듯이 간 기능과 가장 밀접한 것이 쓸개이다. 그래서 간의 기능이 떨어지면 곧바로 쓸개의 기능도 쇠퇴하기 시작한다. 또한 간은 눈과도 연결되어 있어서 간 기능이 떨어지면서 시력도 점차 감죄된다.
60세 심장의 기운이 점차 쇠락하기 시작하면서 걱정과 슬픔의 감정이 밀려든다. 혈기도 떨어지고 흩어져서 ‘눕기 좋아하는’ 단계에 이른다.
70세 비장의 기운이 약해지고 피부가 쭈글쭈글해져서 주름이 생긴다.
80세 폐의 기운이 약해져서 정신이 흐릿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폐에는 사람의 혼백이 깃들어 있으므로 여든이 된 노인들은 폐가 약해지면서 종종 실언을 하기도 한다.
90세 신장의 기운이 떨어지는 시기이다. 선천의 기운이 부족하다보니 다른 네 개의 장기도 경맥이 허해지기 시작한다.
100세 사람이 백 살이 되면 심장과 간, 비장과 폐, 신장의 다섯 가지 장기의 기혈이 모두 허약해진다. 이 시기에는 비록 신체의 겉모습과 형태는 존재하나 실제로는 신기가 이미 떠났다고 볼 수 있다.
10년 사이클은 중국 철학의 정신세계를 반영한다.
10년 단위의 생명주기는 오장이 지닌 기혈의 성장과 쇠퇴 양상을 기준으로 삼았다. 동작상의 특징을 살펴보면 10세 때는 가볍게 ‘뛰는’ 수준이었다가 나중에는 ‘빠른 속도로 걷고’ 그런 다음에는 ‘천천히 걸으며’ 뒤이어 ‘앉아 있기를 좋아하고’ 결국에는 ‘누워서 자는 것을 즐기게’ 된다.
50세 이후에는 몸이 전반적으로 쇠퇴기에 접어들게 되는데 오장육부의 기능이 쇠퇴하는 순서를 살펴보면 간, 심장, 비장, 폐, 신장의 순서이다. 이러한 순서는 위에서 언급한 오행의 상생 순서와도 같다.
인체의 생명주기, 오장육부의 쇠퇴 과정은 오행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천인합일의 생장 및 쇠락 주기의 법칙을 반영한다. 다시 말해 생명주기의 10년 사이클은 단순히 생명의 전 과정을 반영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중국 철학의 깊고 넓은 정신세계를 반영한다.
선조들은 일찍이 지구상의 사물이 모두 아래에서 위로 자라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래서 『주역』에서 말하는 64괘도 모두 아래에서 위로 성장하는 원리이다. 『황제내경』에서도 사람의 성장은 50세 이전에는 아래에서 위로 이뤄지고 기혈도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므로 그 동작이 ‘뛰는 것’에서 ‘빨리 걷고’, ‘천천히 걷다가’, ‘앉기를 좋아하고’, ‘눕기를 좋아하는’ 단계로 변화한다고 했다. 그리고 50세 이후에는 인체가 오행이 상생하는 순서에 따라 점차 쇠락한다고 했다.
여기서 잠깐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스핑크스가 낸 수수께끼를 떠올려 보자. 스핑크스는 머리는 사람의 모양을 하고 있지만 몸은 사자인 괴물인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어 답을 맞추는 사람만 통과시키고 그렇지 않으면 다 죽이고 말았다. 그 수수께끼는 바로 “아침에는 다리가 네 개였다가 오후에는 두 개, 밤에는 다리가 세 개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맞히지 못하여 스핑크스에게 죽음을 당했지만 마지막으로 오이디푸스가 ‘사람’이라고 답함으로써 수수께끼를 맞힐 수 있었다. 왜냐하면 사람은 어려서는 네 발로 기어 다니다가 성인이 되면 두 다리로 걷고 늙으면 지팡이에 의존해서 걸으므로 다리가 세 개가 되기 때문이다. 이것도 사람의 행위와 동작을 관찰하여 인생의 단계를 구분한 원리이지만 그 구분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다. 반면 기백은 『황제내경』에서 사람이 길을 걷는 형태를 더욱 세분화하여 이를 통해 생명주기를 제시했다. 사람이 걷는 형태와 동작이 빠르고 느림, 민첩함과 둔함에는 사실 오장육부 기혈의 성쇠와 단계별 정, 기, 신의 성쇠가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공자, 10년 사이클을 충실히 따른 성인
『논어』에서는 공자의 일생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바로 공자가 73세에 세상을 떠나면서 자신의 지난 인생을 10년을 기준으로 나누어 짚어 본 것이다.
“나는 15세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30세에 배움에 성과를 내어 사회생활의 기반을 닦았으며, 40세에는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고 세상일에 흔들리지 않았고, 50세에는 하늘의 뜻을 알았으며, 60세에는 어떤 말을 들어도 성내지 않을 만큼 귀가 순해졌고, 70세에는 마음에 하고자 하는 대로 행해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았다.”
이처럼 공자가 인생을 10년을 기준으로 나누었던 걸 보면 그도 신체 기혈의 성쇠 주기를 잘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각각의 삶의 단계, 생명주기별로 우리는 어떻게 양생해야 할까? 공자가 인생에서 경계해야 할 세 가지 사항을 ‘삼계(三戒)’라고 하여 소개한 부분을 살펴보자.
“군자에게는 세 가지 경계해야 할 것이 있으니 곧, 젊은 날에는 혈기가 안정되지 않았으므로 색(色)을 조심하고, 장년기에는 혈기가 한창 왕성할 때이므로 다툼을 조심하며, 혈기가 쇠약해지는 늘그막에는 물욕과 권력욕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공자는 인생을 세 단계로 나누어 신체 기혈의 특징을 설명하고 단계별 양생의 기본 원칙을 제시했다.
젊은 날에는 혈기가 아직 안정되지 않았으므로 색, 즉 성적인 문제를 조심하라고 권하면서 이 단계의 양생은 그 핵심이 ‘정’을 보호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장년이 되면 한창 혈기가 왕성할 때이므로 다툼을 경계하라고 하면서 화내는 것을 삼가라고 강조했다. 화를 내면 간이 상하므로 장년이 된 후에는 그 양생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제내경』의 관점에 따르면 중년에는 오장의 기혈이 쇠약해지는데 바로 그 시작점이 간이라고 한다.
노년에 이르면 혈기가 쇠락하기 시작하므로 탐욕을 조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마음의 욕망을 절제하여 ‘심(心)’의 양생에 집중해야 한다. 『황제내경』에서 “60세에는 심장의 기운이 쇠락하기 시작한다.”고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