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편안한 마음을 갖는다
가을철은 맹추, 중추, 계추로 나뉘는데 이는 각각 음력 7, 8, 9월이다. 가을철 석 달은 만물이 성숙하여 결실을 맺고 각종 사물이 안정을 얻는 시기이다. 이때는 하늘의 기운이 서늘해지기 시작하고 바람이 힘 있고 빨라지며 땅의 기운은 맑고 소슬해지고 만물의 색이 변한다. 가을이 되면 가을바람이 알아서 떨어진 잎사귀들을 쓸어 청소하기도 한다. “온 산 가득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고, 끝없는 장강 물줄기 넘실대며 흐른다.”라는 시도 있듯이 가을은 다채롭고 아름다운 계절이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가을철의 변화에 적응하려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 이는 봄, 여름에 밤늦게 잠자리에 들라고 했던 것과는 정반대이다. 가을철에는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고 조금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이는 가을에 음기가 길어지고 양기가 쇠잔하기 시작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은 기를 보양하기 위해서이다. 여기서 우리는 또한 닭이 자고 일어나는 행동을 관찰하고 이를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다. 닭은 낮에는 시력이 좋다가도 밤만 되면 시력이 떨어지는 게 특징이다. 이 때문에 닭은 일단 날이 어두워지면 지체 없이 닭장 안에 들어가 휴식을 취한다. 그러다가도 날이 밝음과 동시에 가장 먼저 일어나 활동을 시작한다. 가을이 되면 우리도 닭처럼 일찍 잠들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갈수록 낮이 짧아지고 밤이 갈수록 길어지기 때문에 사람은 수면시간을 늘리고 일하는 시간을 줄여 나가야 한다.
봄은 새로운 기운이 솟아나는 계절이므로 ‘생’의 양생에 힘써야 하고 여름에는 기운이 자라는 계절이므로 ‘장’의 양생에, 가을은 기운이 수렴하는 계절이므로 ‘수’의 양생에 힘써야 한다. 이러한 이치를 어긴다면 폐의 기운을 상하게 하므로 그 보양에 힘써야 한다. 폐를 잘 보양하지 못하면 다음번 계절인 겨울에 설사병에 걸릴 확률이 늘어진다. 이는 밤늦게 음식을 먹어 소화되지 않아서 설사로 이어진 것인데 그렇게 되면 겨울철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되고 만다.
가을에는 양기가 서서히 저하되면서 면역력이 떨어지는데 이럴 때일수록 반드시 자신의 신지, 즉 정신과 의식을 잘 붙들어 양기가 밖으로 새어 나가고 외부의 사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 가을에는 밤과 낮의 기온 차이가 비교적 커서 오후에는 태양이 높게 떠서 뜨겁게 비추다가도 이른 아침이나 저녁에는 서늘한 기운 때문에 제법 쌀쌀하다. 이러한 날씨 탓에 하루에도 계절이 몇 번씩이나 바뀌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래서인지 감기나 중풍에 노출되기 쉽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폐의 기운을 잘 보양해야 하는 것이다. 중의학에서는 폐의 기운이 가을과 연관되어 있다고 했다. “봄에는 옷을 두툼하게 입고 가을에는 옷을 얇게 입어라”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가을에 옷을 얇게 입으라는 것은 양기를 수렴하기 위해서이다. 그렇게 해야만 겨울철 한기에 대처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가을철 기운은 건조하다. 그래도 오랜 여름철의 습기가 아직 남아 있게 마련인데 만일 가을의 건조함이 습한 기운에 의해 상하게 되면 결국 습한 열기로 바뀌고 만다. 그렇게 겨울철 양기가 감추어진 시기에 이르면 체내의 습한 열기가 폐로 거슬러 올라가 기침이 날 수 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여 폐를 지킨다
정지 양생에서 겨울철은 ‘수렴’에 해당한다. 그래서 정신을 잘 수렴하여 가을의 쌀쌀한 기운이 평온한 상태가 되게 하고 밖으로 정신이 흩어지지 않도록 해서 폐의 기운을 맑게 유지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정지를 안정시키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천기의 법칙에 따르면 봄과 여름에는 사람의 감정도 상승한다. 음기가 하락하는 가을과 겨울에는 감정도 하락한다. 정지가 하락하면 우리의 마음 상태도 점차 안정을 되찾는데 이렇게 함으로써 가을철 스산한 기운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시킬 수 있다. 가을에는 사람의 신기를 수렴해야지 신기가 외부로 새어 나가게 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해야만 가을철의 스산한 기운이 수렴되어 폐의 기운이 맑아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가을철 양생의 원칙이며 다른 말로 ‘수렴의 양생’이라고도 한다.
고대 중국에서는 보통 가을 이후에 사형을 집행했다. 어째서 하필 가을이었을까? 사람의 생명에 관한 문제를 처리하는 데 있어서 천기의 변화에 순응했기 때문이다. 형벌을 가하는 것은 하락하는 성질의 일이고 또 스산한 일이다 보니 바람이 소슬해지고 만물이 시들어 떨어지는 계절인 가을에 집행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처럼 가을에 사형을 집행하는 것은 가을이 주는 상징성 때문이자 천인합일의 사상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봄에는 여자의 마음이 상하고 가을에는 남자의 마음이 슬퍼진다.”는 말의 기원에 대해서는 이미 위에서 설명하였다. 이 때문인지 고대에는 전쟁터에 나갈 병사를 모으기 위한 징병을 주로 가을에 하였다. 가을에는 남자의 양기가 승발하여 전쟁터에서 사병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에 가정 적절했기 때문이다.
가을에는 신기가 수렴하고 정신이 안정을 찾으므로 각자의 생각을 안정시키고 정신이 외부로 흩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양기가 수렴되는 소슬한 가을철의 계절적 특징에 적응할 수 있다.
겨울에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며 정신을 단속한다
겨울철은 맹동, 중동, 계동으로 나뉘는데 이는 각각 음력 10, 11, 12월이다. 겨울철 석달은 만물의 생기가 숨어서 체내에 저장되는 계절로 강물은 얼고 땅은 갈라진다. 당나라 시에서도 "산은 많아도 나는 새 없고, 길은 많아도 오가는 이 없네. 외로운 배에서 도롱이 입고 삿갓 쓴 늙은이, 눈 내리는 강에서 홀로 낚시질하네.“라고 하여 겨울철의 풍경과 분위기를 잘 묘사하였다.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기
겨울철 석 달간은 만물의 생기가 감추어지고 양기가 체내에 저장된다. 그럴 때 우리는 양기가 감추어지는 것에 순응해야지 그것을 들추어내어 어지럽게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도 겨울철만큼은 유익한 행동이다. 일찍 잔다는 면에서 가을철과 동일하지만 겨울에는 가을에 비해 좀 더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일어나는 시간도 가을과 달라 늦게 일어나도 되며 이 점에서는 봄, 여름과 큰 차이가 있다. 봄, 여름, 가을에는 모두 아침에 일찍 일어나라고 했지만 유독 겨울만큼은 태양이 떠오를 때에 일어나도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째서 겨울에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라.’고 했을까? 겨울은 가을에 비해 밤이 더 길고 낮이 짧다. 그래서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 햇빛이 비칠 때를 기다렸다가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 것이다. 이는 의지를 숨기거나 감추는 듯하고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며 무언가 은밀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정지를 그곳에 묻어 두어 감추며 스스로 그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혹독한 추위를 피하고 따뜻함을 유지하되 모공이 열리게 하거나 땀을 흘려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숨겨 두었던 양기가 상할 수 있다. 이는 겨울철 양생의 도리로 다른 말로 ‘감춤’의 양생이라고도 한다. 만일 이러한 이치들을 어기면 신장의 기운을 상하게 하여 내년 봄이 다가왔을 때 위궐이 생길 수 있다. 위궐은 손발이 여위고 힘이 없으며 싸늘해지는 증세로 봄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떨어뜨린다.
중의학에서는 신장이 물에 속하고 겨울철도 물에 속한다고 하였다. 이 때문에 겨울에는 신장의 기운을 잘 보양하여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신장의 기운을 보양할 수 있을까?
신장은 ‘정’을 감춘 곳이기 때문에 겨울철에는 성관계를 절제해야 한다. 신정은 우리 몸을 강하게 하는 근본이다. 그래서 겨울철에 신정을 잘 보양하지 않으면 봄에 위궐이라는 병을 얻을 수 있다. 위궐이라는 병은 주로 겨울철에 양기를 제대로 보양하지 못하여 양기가 허해서 생기는 병이다. 고로 정욕을 절제하여 성관계 횟수를 줄여 정기를 보호해야 한다. 물론 성관계 외에도 음식이나 체력 단련 등에도 동일하게 신경써야 한다.
정신을 단속하여 신장을 지킨다
모두 알겠지만 몇몇 동물은 겨울철에 동면한다. 인간은 겨울철에 동면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의 정신만큼은 동면하여 휴식과 안정을 취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겨울에는 동지라는 절기가 있다. 보통 동지는 양력 12월 23일 전후가 되는데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이다. 동지가 있는 달은 음력으로 ‘자월’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하루 중 밤 11시에서 새벽 1시까지를 자시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동지는 1년 중 음기가 막바지에 이르고 양기가 서서히 발동하기 시작하는, 정, 기, 신 수련에 가장 유리한 시기이기도 하다.
중의학에서는 신장은 물에 해당하고 심장은 불에 속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물을 주관하는 신장과 불을 주관하는 심장이 서로 교류하며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심신상교’, ‘수화기제’라고 한다. 신장은 겨울에 속하여 차가우며 심장은 여름에 속하여 뜨겁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심장의 불이 내려가 신장에 이르러 신장의 물을 따뜻하게 한다. 그러면 신장의 물이 더 이상 차갑지 않게 된다. 그리고 신장의 물이 상승하여 심장에 이르면, 심장의 불을 억제하여 그 불이 지나치게 넘치지 않게 된다. 만일 심장과 신장이 서로 돕지 않고 물과 불이 서로 넘나들지 않는다면 불면증, 두려움, 건망증, 누정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겨울철에는 무엇보다도 신장의 보양을 양생의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 물론 심신의 평안을 추구하고 심장의 불이 지나치게 왕성해지지 않게끔 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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