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걸어온 길 윤재준(주)선도소프트 사장 회고록 14
대학 졸업
가정 교사 생활과 ROTC훈련은 계속 되었다. 을지로 4가 박 피부비뇨기과 원장집에서 살 때는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갔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남산에 올라가곤 했다. 남산 중턱에는 폭포가 있고 어느 정도 나무숲으로 가려져 있다. 여기서는 모두 옷을 다 벗고 맨몸으로 냉수 마찰도 하고 맨손 체조도 했다. 집에 와서 아침 먹고 공능동까지 통학을 했으니 부지런히 산 셈이다. 그 뒤로도 몇 군데서 가정교사 생활을 더했다.
1965년 2월 26일 드디어 대학을 졸업하게 되었다. 대학 생활과 마찬가지로 특별히 낭만이나 감동을 줄만한게 없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대학 4년이 지나갔다는게 시원했다. 졸업식에서는 단지 학사모를 높이 날려보냈던 기억만 난다. 나의 대학 4년은 상아탑에서 진리를 캐기 위한 노력이 아니고 생존을 위한 고달픈 몸부림이었다.
l 부산에서
ROTC 3기 소위로서 병기 학교 졸업 후 부산 서면에 있는 병기 총포 타이어 재생창에 근무하게 되었다. 여기에는 이미 ROTC 1, 2기 선배들이 근무하고 있었고 다른 장교들과 관계도 좋았다. 후방 군수 지원 창이라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군기에 의한 엄한 분위기라기 보다 사이 좋은 선후배 사이였다. 처음에 시설 장교로 근무했다. 사병 훈련이 많은 것도 아니고 한가한 오후면 스팀이 나오는 창 내 목욕탕으로 가면 대위 12년째 이대위님과 다른 하급 장교 한두 명이 있기 마련이었다. 이대위님의 실감나는 애인 사귀는 이야기를 숨을 죽이고 듣고 했다. 어느 날에는 창장님 이하 모든 장교가 양산에 있는 통도사에 놀러 갈 정도로 가족적인 분위기였다.
부산 생활은 처음이라 여러 가지로 흥미로웠다. 광복동에 있는 30가지 이상 찬이 나오는 정식 식사며 밤이면 휘황찬란한 술집들이며 가끔 위수 장교로서 부산 시내를 순찰할 때면 시내 밑바닥의 면면을 접하게 된다. 영도 다리를 건너 다닥다닥 붙은 골목길에서 범인을 추격할 때는 영화에 나오는 장면처럼 위험과 스릴이 있었다. 완월동 홍등가에 들자마자 신호 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서 군인들이 튀어 도망치는 장면이 눈에 선하다.
부산에서도 나는 모범생이었다. 영외 생활이기 때문에 여기에서도 가정교사를 했다. 육촌 재전이 형님 댁에 살면서 둘째 아들 순현이와 가까운 이웃에 있는 부산여중 2학년생들을 가르쳤다. 동생 기향이와 경희가 서울에서 자취 생활을 하면서 학교에 다니는 시기였다. 5.16 군사 혁명 후 아버지께서는 우체국장에서 물러나셨기 때문에 부모님에게 가능하면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 드리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해서 두 동생의 학비와 생활비를 보조했다. 재전이 형님과 형수님은 여러 가지 좋은 점이 많으셨다. 자녀 여섯을 두셨지만 강진에서 부산으로 가셨기 때문에 손님들이 많았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많은 친척 지인들을 흔쾌히 대하셨다. 나도 그 중에 한 사람이었다. 자녀들 교육도 엄하시면서 현명하셨다. 그래서 그런지 모두가 효녀 효자였다. 큰 아들 맹현이는 서울 공대 UCLA 박사로서 한전 전무를 거처 핵연료 주식회사 사장을 역임했다. 둘째 순현이는 부산 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셋째는 목회자의 길을 가고 있다고 한다. 부모님의 훌륭한 면면을 배워 자식들이 모두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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